훈풍인가 역풍인가…의료인 블라인드 채용 갑론을박
순혈주의 타파 등 장점 대두…"의료인을 관상보고 뽑나" 반론도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7-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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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정부 시책에 맞춰 대학병원들도 출신학교와 학력 등 이른바 스펙을 명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순혈주의 타파 등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면접 점수 만으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A대학병원 부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심화 면점을 진행했지만 끝나고 나서도 이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졸업 학교와 학점 등 기초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결국 인상이 좋고 말을 또박또박 잘하는 사람에게 점수를 후하게 줄 수 밖에 없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부분 면점관들도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공공기관 등에 블라인드 채용을 권고하면서 국립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들도 간호사를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출신 학교와 학점, 언어능력이나 자격증 등 일명 스펙을 명시하지 않고 면접 시간을 2~3배로 늘리는 심층 면접을 통해 순수하게 그 사람의 업무 능력과 태도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범적으로 블라인드채용을 실시한 병원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소한의 객관적인 정보조차 지우고 나니 채용에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간호부장은 "출신 지역이나 가족관계, 나이, 성별 등의 정보는 일정 부분 편견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제외한다 해도 학점 등은 얼마나 충실하게 학업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4년간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결국 4년간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나면 결국 외모와 말투, 분위기 등 외에는 판단할 근거가 매우 미약하게 된다"며 "아무리 베테랑 면접관이라해도 불과 몇분만에 그렇게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병원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시행 초기의 시행 착오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곧바로 임상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을 뽑는데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C대학병원 간호팀장은 "행정직이라면 몰라도 간호사는 곧바로 임상에 투입되는 의료인력"이라며 "적어도 어떤 대학에서 어떻게 트레이닝을 받았고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는지는 파악이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장 환자 생명이 걸렸는데 블라인드니 뭐니 하며 시험하고 모험하며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며 "환자를 잘 돌볼 준비가 된 트레이닝된 간호사와 면접 트레이닝을 받고 온 간호사를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분명 순기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국가고시를 통해 임상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은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순혈주의 타파 등의 장점이 크다는 얘기다.

D대학병원 간호부서장은 "우리 병원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 서류 전형을 통해 대부분 본교 출신들을 우선적으로 채워 넣는 절차가 있지 않았느냐"며 "본교 등 대학 프리미엄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그러한 차별을 걷어내고 순수하게 얼마나 열정적으로 환자를 대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보자는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부정적인 면을 보지 말고 심화된 면접툴을 갖추며 보완해 간다면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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