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정신보건법 시행 4개월…폭탄 안고 사는 꼴"
분당서울대 공공사업단 "전문가 못 믿는 풍조, 2차 진단 내년 상황 우려"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 기사입력 2017-09-22 05:00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지난 5월 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구 정신보건법)이 4개월 지났지만 의료현장은 여전히 혼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문의 2인 진단과 입원적합성 심사로 인해 병원 간 품앗이와 폭탄 돌리기라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정책연구기획센터(센터장 이경권 교수, 변호사 겸 의사)는 21일 원내 소회의실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현황'을 주제로 토의를 벌였다.

     ▲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은 의료 주요 현안에 대한 정기 토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날 정신건강의학과 최아영 전임강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문의 2인 진단으로 강제입원 요건이 강화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모든 위험부담은 가족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는 자타해 위험성 관련 지침을 통해 기준을 완화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언제든 소송 위험에 놓여 있다"면서 "2차 진단의사에 대한 공신력 근거도 없을 뿐더러 국공립병원 전문의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정신건강센터장인 최아영 전임강사는 "주민센터 내부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언제 터질 듯 모르는 폭탄을 떠안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2주 입원 후 퇴원한 환자가 행방불명된 사례 등 법 시행 후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법률사무소 서희 윤동욱 대표변호사는 "복지부가 시행 중인 정신건강복지법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과 유사하다. 현실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전문가를 믿지 못하면서 인권보호를 이유로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고 비판했다.

     ▲ 최아영 전임강사가 발표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보완할 사항.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은 예측하기 어렵다. 환청과 망상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입원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성은 높다"면서 "정신의료기관 94%가 민간병원인 상황에서 국가의 책임을 민간병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아영 전임강사는 "2차 진단을 위해 보건소에서 지역 병원끼리 알아서하라는 식으로 권유하고 있다. 동일 병원 전문의 2명의 2차 진단도 12월까지로 내년 이후 상황이 우려된다"며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입원적합성 심사의 경우, 이미 2차 진단에서 전문의 2명의 판단결과를 서류를 보고 뒤집을 근거가 사실상 거의 없다. 형식적으로 적합성 심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 분당서울대병원 김의태 교수(좌)와 최아영 전임강사(우)는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의태 교수는 "현재 신경정신의학회에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중간보고를 한 상태로 전문의 의견을 존중한 입원 절차와 입원 연장 시 모니터링 등을 담고 있다"며 현장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학회 노력을 설명했다.

    이경권 센터장은 "전문가를 못 믿는 사회풍조와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 전달 그리고 의료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국회 법안심의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다"면서 "학회가 개정안을 준비 중인 만큼 국회와 복지부, 의료계 모두 인권보호와 더불어 전문가를 신뢰하는 의료환경이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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