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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노트|성형외과의 기본영역…미용과 재건

박성우
발행날짜: 2017-09-13 12:30:39

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2]

성형외과 기본영역…미용과 재건

종합병원은 협진 또는 협의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서젼 외과의 들이 한 사람의 수술에 동시에 또는 차례로 참여하 는 것이다. 암 수술의 경우 간이나 위, 대장 등에 발생한 암이 주변으로 전이되면 같이 절제해야 하는데 이때 빠지지 않는 과가 성형외과다.

협진 수술에는 '성형외과 장인이 꿰매주는 상처 봉합'이 생각보다 잦다. 흉터에 극도로 예민한 환자의 경우 다른 과에서 수술받고도 배나 팔, 가슴 등의 상처를 봉합할 때 꼭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달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런 협진은 주요 수술은 다 끝나고 성형외과 의사가 상처만 봉합하러 들어간다.

"선생님네서 봉합해도 되는데 왜 꼭 성형외과에 부탁할까요? 저희보다 더 잘하실 텐데요."
우리 쪽에서 미안한 기색을 보이면 "그러게요. 환자가 수술보다 흉터에 더 예민해서요. 그래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답이 돌아온다. 꿰매기 장인의 품격이 느껴지게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봉합과 함께 수술이 끝나면 환자는 우리에게 매우 고마워한다.

이와 달리 절실한 상황도 있다. 반복적인 복부 수술, 혹은 복막염이나 상처 감염으로 인해 어른 손바닥만 한 복부의 상처가 안 닫히는 경우다. 사람의 배는 골칫덩어리인 뱃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막, 복부근육, 근막, 연부조직 등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복벽에 결손이 있거나 다른 합병증의 이유로 '배가 닫히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성형외과에 연락 좀 해봐. 여기 환자 배가 안 닫혀!"

수술실에 도착하면 복압을 견디지 못하고 창자가 삐져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양쪽에서 당겨도 상처가 맞닿지 않기도 한다. 때로는 복압을 낮추는 처치와 함께 장기의 붓기가 빠지기를 기다리며 중환자실에서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당겨서는 맞닿지 않는 복부를 여러 겹의 '살을 발라서' 피판 수술로 해결하기도 한다. 성형외과에는 '복벽 재건Abdominal wall reconstruction' 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다. 성형외과 의사는 배의 상처를 미용적으로 예쁘게 꿰매기도 하지만 닫히지 않는 상처투성이 복벽을 재건하기도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성형외과는 미용 수술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성형 강국인 한국에만 존재하는 선입견이 아니라 대다수의 나라에서도 그렇다. 성형수술은 크게 '미용 수술' 과 '재건수술'로 나눌 수 있다.

미용 수술은 우리가 흔히 아는 미모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술을 말한다. 대중화된 성형 인식 덕분에 쌍커풀 수술, 코 수술, 가슴 수술 이렇게 해당 부위에 수술만 갖다 붙혀도 미용 수술로 알아 듣는다.

재건수술은 정상적이지 않은 부위를 정상적인 형태로 만드는 수술을 말한다.

선천적인 기형이나 사고, 혹은 암 수술 등으로 발생한 결손 부위에 정상적인 '형태'와 '기능'을 갖추는 과정이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병의 원인상 종합병원을 먼저 찾기에 재건수술 또한 종합병원에서 이루어진다.

너는 실업계니 인문계니?

이 질문은 곧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하는 동안 주어졌던 질문이었다. 미용 수술의 경우 개업한 병원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그쪽에 뜻을 두면 실업계라고 한다.

반대로 종합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경우 재건수술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길을 목표로 하면 인문계라고 한다. 개업가 의사로 사는 삶과 종합병원에 남아 교수로 사는 삶, 두 경우는 매우 상반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미용과 재건의 서로 다른 행보는 역사가 제법 깊다. 20세기 초중반 미국과 유럽에는 소위 '뷰티 닥터beauty doctor' 라고 불리는, 허가받지 않은 시술자들이 살롱salon을 근거지로 성행했다. 간단하고 빠르게 예뻐지는 방법을 신문이나 여성 잡지를 통해 홍보하고 비싼 돈을 받고 시술했다 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항하기 위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성형외과 의사로 재건과 미용을 모두 수련받은 전문의들이 '성형외과 학회 '를 창설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미용에 관심이 많았기에 올바른 인식을 퍼뜨리기는 어려웠다. 한국도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미용실이나 일반 가정집에서 파라핀 주사나 불법 쌍꺼풀 수술을 시행하는 ' 미용 아줌마' 들이 성행했다.

지금도 종합병원에는 그 당시 코나 이마, 볼에 파라핀을 주사한 것이 잘못되어 오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한국이나 영국, 미국에서도 성형외과의 모습 중 재건수술에 대한 인식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학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까 ' 라고 홍보하는 미용 수술 뿐이다. 근대 성형외과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의학 분야는 현재 여러 갈래로 되어 있지만 오래전에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다.

성형외과 역시 마찬가지여서 단편적인 기록들을 통해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인도 무굴 제국 당시, 이마 피판술을 이용한 코 재건이다. 16~17세기 당시에는 강도나 전쟁 포로를 처벌하는 방법 중에 코를 절단하는 행위가 있었다. 이에 인도에서는 코를 재건하는 수술이 시행되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성형외과의 탄생이 코를 재건하는 고민과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간간이 내려오는 수술들은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성형외과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군사들은 유난히 얼굴에 외상이 많았다. 참호 속에서 얼굴만 빼 꼼 내밀다가 총상을 입는 경우였다. 흉측한 얼굴의 재건을 위해 1917년 영국의 길리스 Harold Gillies박사가 퀸스 병원에 안면재건 센터를 구축한 것이 근대 성형외과의 모태가 되었다.

전쟁 전후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는 게 의학이지만 성형외과는 그중에서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난 학문이다. 그런 태생적 배경 때문에 초창기 성형외과 의사들은 재건에 관심이 많았고 뷰티 닥터들과는 차별을 원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그런 구분 없이 미용 수술도 초기 재건 영역만큼이나 성형외과 영역으로 포용하고 알리고 있다. 경험 많은 서젼들은 후배들에게 '재건수술과 미용 수술의 극의는 맞닿아 있다'고 가르친다. 두 영역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손을 정상으로 만드는 과정이나 정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나 방법과 원리는 통한다는 것이다.

길리스 박사 역시 안면 재건을 시작하면서 3년간 미술학교에서 얼굴 스케치를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는 의술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도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성형외과의 참모습은 '재건수술' 만이 아니라 '재건의 아름다움'이 함께 있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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