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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개원한 지 20년쯤 되니 환자가 보인다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3-24 12:00:57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5)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5)

마음이 답답하면 가끔 점을 보러 간다. 점을 보러 가면서 느낀 점은 참 용하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점쟁이는 내 얘기를 듣고 "원래 네 운명은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참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만약에 내 운명이나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내 생각을 바꾸자!'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치유 하고 온다.

점쟁이는 언제쯤 좋아질 테니까 그 때까지 조심하라는 얘기를 반드시 한다. 그 때가서 실망하더라도 열심히 참고, 버티고 있으면 좋은 날도 올 것이라는 희망을 반드시 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하나도 맞추지 못해도, 마음이 허전할 때마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지도 모른다.

아마도 정신과 의사가 없던 시절 점쟁이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치유해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그 많은 점쟁이들이 어떻게 밥을 먹고 살았겠는가. 사람들은 꼭 미래를 맞추기 위해서, 미래를 알기 위해서 점쟁이한테 가는 것보다는 희망을 듣고, 위로를 받으러 점쟁이에게 가는 것이다.

점쟁이들의 공통된 말투가 있다. "남편이 바람피워서 왔구만? 왜 자식들이 속을 썩여? 남편 사업이 잘 안 되나 보네? 집안에 우환이 많네. 요즘 자꾸 일이 생기지?" 등 미리 알아서 얘기를 한다. 그럼 점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놀라면서 눈이 둥그레지고 마음을 확 열고 자신의 얘기를 먼저 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점쟁이 스타일이다.

나는 그것이 되게 신기했다.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어떻게 알지? 그래서 점쟁이를 하겠지, 그런 능력이 없는데 점쟁이를 하겠어?'라는 생각을 했다.

환자를 20년 정도 보니까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면 그 사람의 낯빛이나 걸음걸이,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병이 보인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행색을 보면 그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마음도 보이고, 몇 마디만 해 보면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주위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지 환영받는지, 사는 것이 편한지 불편한지, 마음이 아픈지 몸이 아픈지 보인다.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어떤 사람에게는 검사를 하지 않고 약만 줘서 보낼지, 말은 어느 정도만 해야 할지, 혹은 검사를 많이 해야 할지, 많이 하면 안 될지 모두 보인다.

개원 초창기에는 진료를 끝내고 수납할 때 "왜 검사 했느냐? 누가 검사하라고 했느냐?"라면서 따지고, 진료비를 못 내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1명 정도나 될까. 검사를 할 지, 안 할지 미리 구별을 하기 때문에 그런 소란스러운 이야기가 안 나온다.

나도 유명한 점쟁이처럼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환자와 몇 마디만 해 보면 그 사람이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생리통이 심하죠?"
"성관계를 할 때 아파서 어렵겠네요!"
"손발이 저리고, 두통이 심하고, 쉽게 피로하죠?"
"생리양이 많아서 빈혈이 생긴 것 같은데 빈혈이 있다는 얘기 못 들었어요?"
"냉이 심해서 하루에 팬티라이너를 2~3장 바꿔야 할 정도 아닌가요?"
"혹이 있다는 진단 안 받았나요?"
"요실금이 심하지 않나요?"
"면역기능이 떨어져 보이는데 잠은 잘 주무세요?"
"배에 가스가 많이 찼는데 변비 없어요?"
"골반염 때문에 자주 고생하지 않나요?"

이런 내용은 산부인과 의사가 조금만 세심하게 환자를 진찰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대부분 맞아 떨어진다. 환자는 의사가 진찰한 후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냥 검사만 받으러 왔다가, 의사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고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환자와 대화하고 문진 하고, 검사를 하고 나면 그 환자의 불편한 증상을 알 수 있다. 그럴 때 의사가 그 증상 중 가장 불편해 보이는 증상을 한두가지 미리 얘기 하면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미리 알아봐 주는 의사에게 자신의 사생활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다.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자신의 그런 고민을 얘기하겠는가?

하지만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경제적인 것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치료하기 힘들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병이 중할수록 환자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의사가 환자를 잘 설득해서 치료가 왜 필요한지, 어떤 검사를 해야 가장 적은 돈으로 효과적으로 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지,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돈으로 치료를 시작해 줘야 한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환자를 치료할 때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환자가 의사를 믿어야 치료가 된다. 환자를 치료하기 전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팥으로 메주를만든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면 어떤 명약도 소용이 없다.

의사로서 점쟁이처럼 얘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 경험이 생긴 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연습을 하면 못 할 것도 없다. 환자를 자세히 관찰하면 그 환자를 파악할 수 있다. 환자가 말로 표현하지 않은 증상을 읽어내면 그 환자는 자신의 얘기를 시작할 수 있다. 신뢰가 쌓이고 치료가 시작 된다. 명의가 되고 싶다면 먼저 환자를 읽는 연습을 해라. 환자의 행동을 잘 관찰하고, 대화를 하면서 환자가 얘기하지 않는 증상이 있는지 파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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