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혁신 키워드, 인재개발 중심기업 '나아갈 길'
한국릴리 폴 헨리 휴버스 사장 "연구개발 제약사 숙명, 선택과 집중 주목"
원종혁 기자 news@medicaltimes.com
  • 기사입력 2017-03-20 05:00
    |다국적제약사 CEO 네 번째 대담-한국릴리|

    |메디칼타임즈 원종혁 기자| 의료 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꼽히는 인슐린의 발견.

    일라이 릴리는 이러한 휴먼 인슐린을 최초로 상용화해 낸 당뇨 전문 제약기업으로 유명하다.

    창립 140년을 넘겨 전 세계 120개 국가에 진출한 릴리의 발자취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체 4만1000여명의 글로벌 직원 가운데 21%가 연구개발(R&D) 분야에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매출 대비 24%가 매년 R&D 비용으로 투입되는데 결과물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다. 2016년 릴리는 국내에서 15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국내외 제약사들 중 가장 활발한 임상을 진행한 회사였다.

    관전 포인트는 연구개발에서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항암사업부와 당뇨병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는 한편 자가면역질환, 통증, 신경정신 분야에서도 굵직한 품목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약 트라젠타와 자디앙, 트루리시티는 물론이요, 비소세포암약 알림타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우울증약 프로작까지 보유한 스펙트럼이 다채로운 이유다.

    이러한 릴리의 한국지사에는 '27년 릴리맨' 폴 헨리 휴버스 사장이 선봉에 섰다. 인간 존중 가치를 최우선하기에 임직원들의 의견을 언제나 경청하고 싶다는 '오픈 도어 정책(opendoor policy)'은 그를 사장님보다는 '폴님'으로 불리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었다.

    연구전문개발 기업은 제약사의 당연한 숙명이니 이보다는 '인재개발 중심기업'이란 평가를 듣고 싶어 하는 휴버스 사장. 임직원 충원 시 외부 고용보다는 내부 승진을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메디칼타임즈는 휴버스 사장을 만나 한국릴리의 기업문화와 지속가능한 사업 비전에 대해 물었다.


     ▲ 한국릴리 폴 헨리 휴버스 사장.

    2년 전 국내에서 ERP 등 감원 이슈를 겪었다.

    -기업 경영에도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릴리의 3~4개 주요 제품이 국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매출이 큰폭으로 하락한데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신제품을 론칭하고 비즈니스를 키워 나가며 인원을 충원하는데, 올해 1~2월에는 신규 및 내부 승진 인력 대체를 위해 12명을 신규 충원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이내 20개의 신약 출시를 전망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향후 5년간 8~10개의 신약 출시가 예상된다. 탄탄한 파이프라인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에 발맞춰 인력을 지속 충원하고 직원의 역량 개발을 도울 방침이다.

    작년 성과는 어땠나.

    -작년 릴리는 창립 140주년을 맞은데다,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은 한 해였다. 국무총리 표창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상 수상,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재인증 등을 받았다.

    제품 론칭에 있어서는 이례적으로 한해 3개 제품을 국내 출시했다. 진행성 위암 치료제 사이람자,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트루리시티 모두 성공적 출시로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물론 주요 제품의 특허만료와 보험 약가인하 등 영향도 있었으나, 내년에는 올해 출시된 제품들의 시장 안착을 통해 두 자리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한국릴리가 기대를 거는 주력제품은 무엇인가?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를 꼽을 수 있다. 포스테오는 비급여 상태에서도 다수의 환자에 치료 혜택을 제공하는 등 성공적인 시장평가를 받았다. 작년 12월 1일 급여 승인 이후부터는 약가인하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엔 포스테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또 당뇨약 '자디앙'과 '트루리시티' 2종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간 당뇨병 치료제는 릴리의 트라젠타를 필두로 한 DPP-4 계열이 중심을 차지해왔는데, SGLT-2 계열 자디앙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해당 계열 시장을 확대하는 주요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환자 개인별 맞춤형 관리에 큰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트루리시티는 지난 6월 출시 이후 국내 GLP-1 유사체 시장의 약 65%를 점유하며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주사제에 부담을 대폭 줄인 주 1회 투여 용법으로 의료현장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고 있다.

    비보험 출시된 진행성 위암치료제 '사이람자'는 내년 급여 승인을 목표로 심평원과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유의한 치료 효과가 확인된 최초의 위암 VEGFR2 억제제로써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당뇨병 포트폴리오에선 경쟁사와 달리 인슐린 신제품 론칭이 잠잠하다.

    -일부 회사들은 인슐린에 특화되어 관련 혁신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릴리는 당뇨병의 전체 스펙트럼에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는다는 게 특징이다.

    DPP-4 억제제와 신규 SGLT-2 억제제, 주 1회 GLP-1 유사체 주사제까지 모든 품목을 바구니에 담았다. 또 당뇨병이 진행되어 인슐린 요법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베이사글라, 휴마로그 믹스25, 휴마로그 믹스50, 휴마로그 등 인슐린 제제를 쓸수 있다.

    베이사글라는 론칭을 앞두고,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 판매를 하기 때문에 관련 조직을 준비 중이다. 베이사글라의 장점은 릴리의 다른 인슐린과 동일한 펜 타입이라는 점이다. 기저 인슐린, 속효성 인슐린 사용시 펜을 바꾸게 되면 환자가 사용시 혼란을 겪을 수 있는데 동일한 펜을 사용함으로써 장기적인 효과와 사용 편리성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한편, 의료진이 처방하기에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부임 5년차다. 우리나라 약가제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한국의 약가제도는 단일 시스템이라, 보건의료 예산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약가제도는 좋은 제도이지만, 제약사가 신약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이를 테면, 혁신적인 생물학적제제를 40년 전 개발된 오리지널 화학제제와 헤드투헤드(직접비교)로 효과와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부분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았다고 해도 혁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보건의료 당사자들의 지향하는 목표는 혁신적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이다. 많은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새로운 의약품이 존재함에도 비급여로 환자에게 제공해야하는 부분을 우려한다.

    혁신에 대한 보상을 제한점으로 꼽았다. 생각하는 혁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혁신에 대한 투자는 제약회사의 의무이자 중요한 사회적 기여라고 생각한다. 흔히 계열 최초 제제(first in class)를 혁신이라고 칭한다. 여기서의 혁신은 '기존 옵션 대비' 혁신을 뜻한다.

    그러나 의학적 관점에서 모든 환자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렇기에 혁신은 반드시 최초의 제품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며, 환자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이 혁신의 고려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동일 계열의 9번째 당뇨병치료제가 출시됐을 때 이를 혁신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데엔 확실한 답변이 어렵다. 다만 한국의 약가체제에서 해당 품목은 계열 최초 제제 대비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외 투약방법, 편의성 개선이 환자 삶에 미치는 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가령 GLP-1 유사체 중 1일 1회 용법과 주 1회 용법이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면, 주 1회 용법은 환자 입장에서 대단한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항암제 및 희귀질환 개별 펀드를 논의 중인데, 의견은?

    -희귀질환 환자에는 신속한 신약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희귀질환 펀드는 정부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항암제는 신약이 꾸준히 출시되는 가운데 환자수도 많고 범위도 넓어서 보건의료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암 예산이 마련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재정에 미치는 영향, 현실적인 가능성도 고민해봐야 한다.

    실제 실행 가능성을 두고는 희귀질환 펀드가 좀 더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

    신약의 론칭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런데 비싼 약값엔 논란이 늘상 따른다. 신약 개발비용에 큰 축을 담당하는 임상실패를 줄이기 위해 제약사도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릴리는 사정이 어떤가?

    -제약사와 제약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때문에 릴리에서도 비임상실험에 앞서 컴퓨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필터링 가능성에 탐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사전 발굴하는 게 목표다.

    최근 제약업계는 신약개발과 관련,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는 일에 초점을 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암이다. ALK 유전자, PDL-1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대상 환자의 특정 제제 반응성을 확인한다. 약물 반응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처방하기보다는 미세한 단위로 개별 환자의 반응 여부를 확인해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제약기업, 정부, 학계의 노력을 통해 많은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미래에는 바이오마커 활용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기업 철학과 리더십을 정의하자면.

    -릴리에서 27년간 근무하고 있다. 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다는 것은 개인과 기업의 신념이 맞아야 가능하다. 개인적인 리더십 원칙으로 항상 3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투명성과 열정, 인간 존중(respect for people)'이 그것이다.

    이는 개인적이면서도 릴리가 추구하는 가치다. 혼자 모든 해답을 얻을 수는 없다. 현장에 뛰는 영업담당자들이 내놓는 풍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 임직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가감없이 경청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자 본인의 경영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제약업계의 핵심이자 본질적 사명은 인류의 생명연장과 건강한 삶을 돕는 활동에 대한 투자다.

    릴리는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비전염성 질환 치료를 위해 다양한 인도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핵 및 당뇨 퇴치 개발 사업도 현지 보건당국과 함께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본 기사는 메디칼타임즈 어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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