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  
로비스트와 교수 사이 외줄타는 퇴직 고위공무원들
정책 호령하던 실국장들 병원·로펌 둥지…"과거 선배 부탁 거절 어려워"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7-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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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복지부 퇴직 고위공무원들 생태계 수상하다

보건복지부를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언제부터인가 보건의료계와 인연을 맺고 제2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 보건의료 압박정책을 추진하던 이들은 2017년 현재 병원과 대학 교수, 대형로펌 감투를 쓰고 무언의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함께 향후 관료사회와 의료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올바른 미래상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상]복지부 퇴직 공무원들 결국 보건의료계로
[하]로비스트와 후학 양성 교수 사이 외줄타기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보건복지부 한 공무원은 지난해 전화 한통을 받았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퇴임한 고위직 출신 선배였다. 오랜만의 연락에 반가운 마음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그 선배는 민원이 있으니 법률적 검토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결국 그것이 통화의 요지였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나 에둘러 "검토가 가능하냐"는 우회적 요청을 받은 셈이다.

현직에 있을 때 모셨던 선배 공무원의 전화. 당신이라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복지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퇴직 이후 병원과 대학, 대형로펌, 보건의료단체 등에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고 있다.

2015년 관피아 방지법 시행 이후 차관과 실국장 출신 고위 공무원들의 보건의료계 러시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대학병원과 의과대학, 보건대학원 등에서 '교수' 직책을 사용하며 바늘구멍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교수직으로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 강의와 연구라는 교수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일부는 행정 경험을 살려 강의를 하고 있으나, 대다수는 부총장과 대학원장, 대외협력본부장 등 대외 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한 때 보건의료 행정을 호령한 차관과 실국장들이 왜 대관업무를 맡고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채용한 해당 기관과 공무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교수로 채용돼 학생 강의 준비로 바쁜 날을 보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쳐 결국 해당 기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결재에 익숙한 실국장 출신들…나홀로 학생 강의 벅찬 게 현실

복지부 실국장은 청와대가 임명하는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과장 시절 이후 사업 계획서 작성보다 결재에 익숙하다.

교수 신분이나 행정을 보조할 대학원생 등이 없으면 혼자 강의 준비가 벅찰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들의 보건의료계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보건복지 70년사 발간 기념회 참석한 역대 장차관 등 모습.(사진:복지부 홈페이지)
공무원 출신 A 교수는 "실국장은 보건의료 행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20년 넘게 법과 제도를 추진해 온 공무원들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결재 중심 업무방식에서 나 홀로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이 따르고, 눈치가 보여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과 대학에서 교수직을 부여할 경우, 행정적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후배 공무원들 눈치를 보는 로비스트 역할은 오래가지 못한다. 대학 발전을 위해 채용했다면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보건의료계 러시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복지부 내부 "병원·대학 채용된 선배들 부럽다…박사 학위 옛날 얘기"

과거 실국장 대부분이 과장 시절 해외 파견과 국내 연수를 통해 박사 학위를 이수했다면, 지금의 과장들은 밀려드는 업무와 현안 발생으로 석사 학위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복지부 B 과장은 "병원과 대학에 진출한 선배 공무원들이 부럽다. 어떤 역할을 하든 박사 학위가 있으니 교수라는 직책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냐. 지금 과장급 중 박사 학위를 지닌 공무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이 로비스트와 교수 사이 외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복지부 퇴임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로비스트와 교수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 70년사 기념식에 참석한 전현직 복지부 고위 공무원들.(사진:복지부 홈페이지)
공무원 출신 C 교수는 "채용된 고위공무원들 대다수가 정식 교수 공채보다 병원과 대학 기관장과 계약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부 연구용역 수주도 한 두 번이지 지속하기 어려운 만큼 해당 기관의 현안 발생 시 부탁을 거절하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퇴직한 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보건의료계로 안착하는 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개별 입장과 계약조건이 달라 일반론으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며 "실국장 승진을 늦추더라도 60세 정년을 마치면 좋겠지만, 관료사회 현실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가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교수 채용 후 눈칫밥…해당 기관 현안 부탁 거절하기 힘들 것"

법무법인 D 대표변호사는 "실국장 출신 공무원을 채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병원과 대학 등과 마찬가지로 대정부 업무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채용한 공무원들의 지속 가능성은 희박한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보건의료계에 적을 두고 있는 퇴임한 고위직 선배 공무원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 공무원들은 일방적으로 거절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도 관피아 방지법 시행 이후 국회와 언론의 비판을 의식하고 있으나 관련법이 없어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과(과장 정경실) 관계자는 "퇴직한 고위 공무원을 위한 별도 관리 규정과 프로그램이 현재로선 없다. 국회 등에서 자료를 요청할 때 아름아름 수소문해 취업 상태를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사회에서 50대 초중반 퇴직이 일반화된 복지부 고위직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처우가 달라지지 않은 한 교수 직분을 활용한 보건의료계 로비스트 역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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