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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의사들에게, 특히 의사가 될 내 아들·딸에게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6-12-07 12:00:59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

1983년에 의대에 들어갔고, 지금이 2016년이니까 벌써 33년이 지났다.

개업한 지 올해로 20주년이 됐고, 내 나이가 올해로 만 52세니까 의대를 졸업한 지는 올해로 27년이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고생하면서 사는 엄마를 보았으면서도 나의 아들, 딸이 모두 의대를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의사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하니 앞으로 내가 나의 자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혹시 내 자식들이 의사가 됐을 때 내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고,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기력이 쇠하여 지금과 같은 활력이 없을 수도 있으니…

개원 20년차, 이젠 연륜도 있어서 환자의 표정만 봐도 그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치료받을 돈은 얼마나 있는지, 마음이 아픈지 몸이 아픈지 보이는 정도가 됐다. 이제 의사로서 하산해도 될 것 같은 경지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나의 자식을 위해서, 또 후배 의사들을 위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애국심 책임감 강한 여의사 "대의가 되고싶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애국심과 책임감이 강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가슴 아파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도 잘 울었다. 무엇보다도 윤동주 시인의 '서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거기에 가장 맞는 직업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어느 날, 내가 우연히 읽은 책 중에서 신이 축복한 직업 3가지 -농부, 시인, 의사-를 발견하고 의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의대에 들어갔다. 6년 동안 '어떤 의사가 될까?'라는 화두를 머릿속에 두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 때 읽은 책 동의보감 중에 동양의학에서 의사의 분류가 눈에 띄었다.

그 대목을 읽고 대의(大醫)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내가 태어난 광주에서 1980년, 몇 천명의 평범한 사람이 군인의 총에 맞아서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식인으로서 힘이 없는 민중의 목소리가 되고,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대의(大醫)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의대 여학생 회장으로 활동 했다.

의대를 졸업하고도 20년 동안 나름대로 좋은 의사가 되려고 노력을 했지만, 소의(小醫)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질병을 제대로 고치는 것도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 공부를 해야 하니 말이다. 병원 경영을 하면서 직원 월급을 주고 가장으로서 살아야 하니 '질병을 고치는 의사(小醫)'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었다.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무림의 세계는 대의가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녹록한 세계가 아니었다.

치열한 20년 개업사, 인생에 쉼표 찍는 전환점이 왔다

치열한 20년 개업사는 50세가 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기억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 것이다. 특히 2년 전 심내막염으로 심장수술을 하면서 한풀 꺾인 느낌마저 든다.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던 심실중격결손증(VSD)과 2차적으로(secondary) 생긴 PS, 그리고 감염(infection) 조직인 vegetation제거 술 등을 받았다.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고민하게 됐다. 글을 쓰게된 것도 그 일환이다. 인생에 약간의 쉼표를 찍고, 내 인생의 전반전을 정리하고 후반전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앞으로의 삶은 '약간의' 덤이라는 느낌으로 너무나 치열하지는 않고, 사회에 약간의 봉사, 인생에 약간의 틈과 쉼을 주면서 갈까 한다.

나는 시골에서 개업을 했고, 20년 동안을 거의 매일 100명의 환자를 보아 왔다. 산부인과는 응급이 많고, 의료사고가 특히 많은 진료과라서 분만과 수술을 하며 20년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었다.

20년 사이 의약분업과 함께 IMF라는 경제대란이 있었다. 엔화가 올랐다가 내리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기가 장기 침체되기도 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 대통령도 여러 번 바뀌면서 의료정책이 요동쳤다. 진료 형태도 급성기 질환에서 만성기로 바뀌고 있다.

그 많은 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살아남아야 했다. 단순히 환자를 잘 봐서 병을 잘 치료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절대 직원의 월급을 줄 수 없고, 자식을 키우기 위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 경제관념과 미래에 어떤 형태의 진료를 해야 할지 고민 없이는 20년을 버틸 수가 없었다.

특히 앞으로는 100세 시대라고 한다. 재수가 없으면 120살 이상 살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60~65세 정년퇴직을 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살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돈으로 살아남아야 할까?

인생의 청사진을 60~65세로 생각하고 짰다면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짧고 굵게 가는 것이 아니라, 길고 가늘게 가야 한다. 단거리로 생각했다면, 다시 장거리로 모드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는 법,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훌륭한 의사 혹은 성공한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의사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위기를 모면하거나 관리하는 법, 후회스러웠던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풀겠다.

2016년 11월의 어느 늦은 밤
매일 매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의사 박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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