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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노숙인 진료 3년째, 무상의료 체험기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6-09-30 11:59:25

공보의일기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 이호형 공보의

'우리에게 각종 대형마트의 식료품 무상 구입권을 준다면, 사람들은 앞 다투어 마트를 번갈아서 배회할 것이고, 집집마다 식재료를 쌓아놓은 냉장고엔 썩은 식재료가 넘쳐나 신선한 식재료를 넣어도 더욱 금방 상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무상의료'란 이렇다.
  
서울의 정 가운데 위치한 서울역. 그 앞의 공간은 노숙인 들이 많고 불결한 곳으로 인식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하기 싫고 게으른 자, 불쌍한 자, 예비 범죄자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인식이 따르는 노숙인. 서울시는 현재 이들에게 자활사업과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에서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공중보건의사로 3년 째 재직 중이다.
  
이 곳은 서울시 예산으로 사회복지기관이 위탁운영하는 1차 의료기관이다. 환자군은 집이 없고 주민등록이 말소되었으며, 의료보험이 체납 된 사람들이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진료를 본 환자들은 질환의 위중함에 따라 국공립 2차 및 3차 병원으로 전원의뢰가 연계된다. 그리고 전원의뢰 후의 진료, 진단, 수술비용은 서울시에서 지불한다. 이 곳의 모든 의료는 '무상'이다.
  
돈이 없어 기존의 의료 혜택을 받아오지 못한 환자들은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어 있었고, 제각기 사연이 많았다. 길에서 출산을 하고 온 여자, 수많은 결핵환자, 에이즈와 희귀 암, 지적 및 지체장애, 다양한 외상(부러지거나 파열되거나 구더기가 있거나 절단되거나 등등), 때로는 부당한 상황에 처하고 억울한 환자들도 많았다. 건강관리의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검사를 권유해보니 전이암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곳에서 하루에 많게는 100여명 가까이 외래 진료를 하며, 열악한 상황 속에서 다양하고 특수한 한계점과 모순의 상황을 마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노숙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혹자는 노숙인을 나태하고 한심한 사람들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 소회계층은 통계적으로 존재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신적, 신체적 약자들이 포함되므로 노숙인 개인의 모럴헤저드 만으로 정의할 수도 없다. 해당 문제는 사회문제로서 전 세계적으로 어느 국가에서도, 또한 역사적으로도 해결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숙인 자활사업은 과거 IMF시절 등장해, 현재는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 서울시로 책임과 업무를 떠넘긴 상황이다. 사회는 갈수록 고령화, 양극화 되어가고 있으며 소외된 자들에 대한 시야 또한 넓어져 그들의 복지에 대한 논의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의사와 의료계가 기존에 속한 의료시장의 틀 밖에서, 분명히 사회복지가 점유하는 영역은 결과적으로 커져 갈 것이고 그 속에서 의사와 의료계의 역할은 중요하며, 주요 집단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와 의료는 공통점을 가진다. 인의의 측면에서는 둘은 가치관적으로 동조한다. 이 곳에서 일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노숙인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포괄적 상황에 대한 판단과 사회복지영역와의 소통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집이 없어 동상에 걸리는 환자, 송사 및 교정시설에 가야하는 환자,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환자 등이 해당 사례였다.

의사는 아픈 환자를 돕는 능력과 자격이 있으며 복지단체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환자의 거주와 식사, 보호 상황이 질환의 원인과 결과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소외 계층을 큰 틀에서 건강을 유지시키고 사회로 환원시키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의 방향으로 다양한 분야와 함께 협력하여야 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복지가 필요한 분야는 모순 속에 존재한다. 가난한 자에 대한 모든 모순을 해결 할 순 없지만 그 관심에 비례해 의료제도 바깥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반면 환자를 돕는 만큼 국민의 세금으로 예산이 더 들어가고, 기존의 의료시스템에는 역차별의 해가 되는 상황이 이 곳 무료진료소다. 누가 어떤 무상복지를 받을지 수혜자에게는 경쟁적 가치이고, 예산처 입장에서는 제한적자원이며, 사회복지단체는 복지의 목적이다. 

사회복지계는 노숙인을 자활시켜서 사회로 환원시켜 숫자를 줄이기 위해 존재하지만, 노숙인들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사회복지단체 또한 경쟁적 성장을 위해 그들 간 영역싸움이 치열하다 보니, 선제적으로 복지대상을 찾아 적극적으로 도우려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는 복지기반의 의료 환경으로 주도되어 왔으며 인의를 행하면서도 의료이용행태에 일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 발단은 이곳의 무료로 취급되는 의료가치에서 시작되었다.
 
가격은 가치이다. 행위가치가 0에 수렴하는 무상의료, 공짜 진단과 처방을 반복하며 차트와 진단, 처방에 관해서도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로 인해 유발된 의료 이용행태는 필요한 곳에 취약하고 불필요한 곳에 낭비적이었다. 파스 및 연고 등의 소모품을 될수록 많이 되팔아 이득을 챙기거나, 경미한 증상으로도 큰 병원의 진단과 검사를 도움 받도록 요구하는 이들로 인해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혜택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건강한 사람이 막무가내로 입원을 요구하기도 하고, 정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치료가 쉽지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적인 지원을 거부하거나, 결핵 등 감염치료를 거부하는 자들은 결국 다시 노숙인이 되어 이곳에 돌아오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재생산 된다. 이러한 부분을 감당할 수 없는 복지단체는 중요한 부분에서 때로 의사에게 환자가 건강한지에 대한 소견과 책임을 위임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이 모든 상황을 가장 의학적으로 인지하고, 환자의 건강에 면허로 책임을 지는 이는 결국 의사이다.
 
결론적으로 복지자원은 억제의 방식이 중요하며 의료 복지 영역에서는 의사가 그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복지의 전권을 쥐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서두에서 비유한 것처럼 무상 식료품을 앞에 주어진 대로 나눠주는 앞치마를 두른 판촉사원이 아닌, 식료품의 상태를 점검하고 규제를 총괄하는 역할이 전문가가 할 일이고 의료분야에서의 의사의 역할이다. 무상의료의 가치를 권위와 함께 세우지 않으면 의료영역의 합리적 억제는 불가능하다. 환자와 사회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도록 전문가의 판단이 보장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는 무상의료와 소외계층의 의료복지에 관한 수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소외층의 환자를 책임지고 있다. 하여, 현재 운영되는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에는 추후에 소속감과 권위를 보장받은 정규직 의사, 또는 공중보건의가 근무하여야 하며 그들에게 직업전문성에 근거한 판단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이러한 포괄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이들에게 앞으로, 전담의사와 공중보건의사가 추가로 배치되었으면 한다.

내년 초 전역한 후에 2년 넘게 정든 나의 노숙인 환자들, 살필수록 많은 질환이 발견되는 이들에게, 보다 선별적으로, 건강하고 신선한 의료지원이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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