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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래 한번 들어볼래요? 자, 이제 노년반격!"

손의식
발행날짜: 2016-03-09 05:05:35

한국에자이·가수 이한철·우리마포복지관 나우프로젝트 2탄

"세월은 막을 수는 없는거야. 너를 기다려주지 않을거고… 그게 바로 허무야."

에단 코엔, 조엘 코엔 감독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에서 엘리스는 고양이를 키우는 헌집에서 톰벨과 대화 중 이런 말을 한다. 영화에서 그는 불가항력적인 세월의 흐름을 거친 인간을 '늙은이'로, 그 삶을 '허무'로 정의하고 있다.

기자는 영화를 보면서 앨리스가 노인의 삶에 '허무'를 떠올리는 것은 그들의 시간이 삶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하루에 생기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반격'을 시작하는 '노인'들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최근 들었다. 일명 '노년반격(老年反擊)'. 무슨 뜻일까.

알고보니 '노년반격'은 나우(NOW)프로젝트가 추진하는 시니어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으로, 가수 이한철 씨와 한국에자이와 우리마포복지관이 공동 주최․주관했다.

음악을 통해 노인에게 단절된 사회에, 그 사회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연령대의 구성원에게 노인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세월에, 마지막으로 노인인 자신의 삶에 생기와 삶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반격'인 셈이다.

댄스음악과 발라드, R&B, 등 젊은 세대의 음악이 방송의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시대에서 '어르신'들은 어떤 음악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마침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노래만들기를 진행했던 나우(NOW) 프로젝트 1에서 만났던 한국에자이 서정주 부장으로부터 '노년반격'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달 24일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인근에 위치한 독립 음악인들의 창작 지원 공간 '뮤지스땅스'를 찾았다.

뮤지스땅스로 들어가려는데 기타를 메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었다.

언뜻봐도 머리가 희끗했다. 1955년생 동갑내기 이웅일 씨와 김원섭 씨였다. 듀엣으로 참가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각자 다른 팀으로 참가했다고 답했다. 음악을 하면서 안면이 있던 사이였는데 우연히 오디션에서 만나게 된 것. 기자는 이들과 함께 뮤지스땅스로 입장했다.

뮤지스땅스에 들어서니 대기실은 이미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연 콘셉트에 대한 논의부터 노래 및 연주 연습까지, 마치 젊은 음악인들의 공연 전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얀 머리카락과 나이는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었다. 한국에자이의 서정주 부장. 서정주 부장은 나우프로젝트 1탄부터 지난 겨울 에자이 여직원들의 독거도인 돕기 등 한국에자이 사회공헌활동에서 기자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서정주 부장은 "한국에자이가 나우(NOW)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은 CSR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사회공헌적 성격이 있어요. 이왕이면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또 기업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회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같이 협업하고 문화 예술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음악이 가진 힘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주고 이를 계기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우프로젝트 1탄에서 음악을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듯이 노인들이 음악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참여와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음악은 그럼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잠시 후 오디션이 시작됐다. 오디션의 심사위원은 무려 음악인 '최백호' 씨. 사실 최백호 씨는 음악발전소 대표로 뮤지스땅스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다.

이외에 가수 이한철 씨와 기아대책(신노년연합) 서경석 부회장도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으며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를 대신해 서정주 부장도 심사를 맡았다.

심사 항목은 ▲입․퇴장, 인사 등 무대예절 ▲음악성 ▲자세, 시선처리, 표정관리 등 예술성 ▲사업의 취지와의 적절성 ▲협조성 등이었다.

오디션은 첫 무대는 '바야흐로' 팀의 김철모 씨가 장식했다. 멀리 부산에서 온 김철모 씨는 지난해 명예퇴직했다. 그는 직접 작사 작곡한 '이 나이쯤에'와 '음악과 당신'을 선보였다.

'적잖은 이 나이까지 음악은 늘 곁에 있었고, 노병의 훈장 마냥 빛났고…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가게에서 빵들을 구우며 널 피해 떠나있어 봤지만 결국은 음악과 함께 살아온 인생'

그의 가사는 평범하지만 인생에 대한 깊은 고찰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삶이 아니고서는 표현하기 힘든, 노년의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두 번째 참가자는 1944년생 서수현 씨. 독일교포생활 30년 동안 항상 한국 가곡으로 동호인들과 함께 고향을 꿈꾸는 향수를 달랬다는 서수현 씨의 꿈은 카네기 홀에 서는 것. 그의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서수현 씨는 가곡 '추심'과 베토벤의 '이히리베디히'를 불렀다. 한 때 성악 교습까지 받았다는 그의 실력은 취미를 넘어선 듯 보였다.

그런데 서수현 씨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무대 뒤에서 따뜻한 눈빛으로 응원을 하는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리허설 전부터 서수현 씨 옆에 꼭 붙어있던 서수현 씨와 그의 아내는 신혼부부 못지 않은 금슬을 자랑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세 번째 참가팀은 밴드, 그것도 여성밴드였다. 팀명은 '번개'. 오디션을 불과 몇일 앞두고 부랴부랴 팀을 만들어서 팀명을 '번개'로 했다는 것.

이들은 포크송 '목로주점'과 트로트 '내 나이가 어때서'를 선보였다. 색소폰을 연주한 권승자 씨는 화려한 의상과 원숙한 무대매너로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이 팀의 드러머는 제성자 씨. 1944년생으로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노인' 중 최고령자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제성자 씨가 밟는 베이스와 스틱으로 돌리는 스네어(snare) 소리는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다. 열정은 당연히 그 이상이었다.

이 팀의 공연에 대해 최백호 심사위원은 '더 연습이 필요하지만 느낌이 좋은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네 번째 참가팀 역시 여성 밴드였다. '소리빛 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벌써 결성 6년째를 맞은 어엿한 중견 밴드다. 노원구에서는 이미 여러 행사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그룹.

"앞으로 실버들의 활동 무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해요. 특히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인 우리들을 통해 여성들이 도전하는 계기를 얻고,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느꼈으면 해요."

이들의 참가 이유다.

'님은 먼곳에'를 부른 소리빛 밴드는 보컬 김현응 씨의 끈적한 블루스 음색과 전에리 씨의 파워풀한 드럼 실력이 압권이었다.

다음 참가자는 기자가 뮤지스땅스 입구에서 만났던 김원섭 씨. 평소 목가적인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김원섭 씨는 '여행'과 '고향강변' 두 곡을 불렀다.

서울 시민청예술가와 서울거리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김원섭 씨는 신촌과 홍대 등에서 이미 여러차례 공연한 바 있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소망은 시니어 방송에 출연하는 것.

김원섭 씨는 "지난 유럽캠핑 42일 동안 35개 도시에서 직접 거리 공연을 해본 경험과 다른 유럽거리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거리 음악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화들을 접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실버 세대와 함께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얻어진 문화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섯 번째 참가자는 신은옥 씨. 수줍은 소녀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신은옥 씨는 파워풀한 발성과 수준급 실력을 뽐내며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KBS 전국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참가해 주 장원까지 한 바 있는 실력파였다.

특이한 점은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참가신청을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 딸 정하니 씨가 했다는 것.

하니 씨는 "엄마의 평생 소원은 가수에요. 노래에 대한 열정과 실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라며 "가수는 절대 안 된다는 외할아버지에 순응해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지만 마음 속엔 늘 노래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세요. 노래에 대한 엄마의 열정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신청하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무대는 블루그래스 음악을 주로하는 밴드 '실버그래스'가 장식했다.

'30~40년 전 20대 초반에 우연히 블루그래스 음악의 매력에 빠져,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각자 밴죠와 만돌린 등 생소한 블루그래스 악기를 어렵게 구입해 독습했던 아련한 추억이 있어요.'

"생업에 바빴던 30~40대 공백기를 거쳐 50대부터는 블루그래스를 여생을 함께할 음악으로 여기며 함께 모여 재밍(Jamming.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즉흥 연주를 하며 즐긴다는 뜻을 가진 음악 용어)하고 기회 되는 대로 공연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죠."

이들은 행복한 취미여가로서의 음악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듬고, 베이비부머들의 대거 은퇴로 급증하는 노년층들에게 멋진 노년생활의 샘플을 보여주고자 노년반격에 응모하게 됐다고 참가 의도를 밝혔다.

"블루그래스는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고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장르임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하고 이색적인 희귀음악에 머물고 있어요. 노년반격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5bAtwumPIws


30~40년이라는 음악적 연륜이 말해주 듯 이들은 오디션을 넘어 한편의 멋진 공연을 보여줬다. 흔하게 볼 수 없는 만돌린이나 밴죠 연주 역시 수준급 이상이었다. 희끗해진 머리카락만큼 오랜 세월 다듬어진 그들의 음악세계는 그윽한 세월의 향기를 품은 오래된 가구처럼 노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오디션이 끝나고 나우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튜브앰프의 대표, 가수 이한철 씨를 만났다. '노년반격'이라는 이름도 이한철 씨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노년반격이라는 말은 인생 이모작을 거칠게 표현한 것이에요. 나이가 들면 체력도 떨어지고 삶의 빠르기도 본의 아니게 느려지지만 인생을 오랜 산 분들만의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음악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노인이라고해서 반드시 늙는다고 표현할 수 없어요. 늙는 게 아니라 더 활기찬 반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런 것을 노년반격이라는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해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어요."

"음악이라는 게 사회적 문제를 풀기에 참 좋은 것 같아요. 가끔 토크콘서트에 나가서 공연하면 강연하는 이들이 참 부러워해요. 자신들은 말로 풀어야 하는데 나는 4분짜리 노래 한곡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며 자신들도 음악을 배우고 싶다고 해요. 노래라는 것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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