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O 삭감 시 의사 월급에서 차감"…병원마다 난리
흉부외과 전문의 "현장 이해도 떨어지는 심평원 급여기준 문제"
문성호 기자 news@medicaltimes.com
  • 기사입력 2014-12-02 05:58
    |기획|ECMO을 둘러싼 계속된 심평원-흉부외과의사들의 갈등

    최근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시술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체외막산소화장치(이하 ECMOㆍ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시술.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ECMO 관련 행위에 대한 급여 청구 시 조정, 이른바 삭감이 최근 들어 급증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스>는 심평원의 ECMO 시술 청구 및 조정 현황을 살펴보고, 흉부외과 의사들이 제기하는 심평원 ECMO 급여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들어봤다.

    상>죽은 사람 살린다는 ECMO…삭감 칼날에 사용 '언감생심'
    하>"ECMO 삭감 시 의사 월급에서 차감"…병원마다 난리

     ▲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서울에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 그는 최근 ECMO 시술을 했다하면 번번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조정, 이른바 삭감조치를 당해 고민이다.

    이는 병원 측에서 심평원의 삭감조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삭감액 만큼을 A씨 월급에서 차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A씨는 심평원의 삭감 조치가 걱정돼 기존이었으면 ECMO 시술을 했을 초응급 환자들에게 ECMO 시술을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A씨처럼 최근 흉부외과 의사들은 심평원의 삭감 조치가 우려돼 ECMO 시술 여부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심평원의 애매모호한 급여기준으로 인해 ECMO 시술 전 삭감 여부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지난 2월 1일부터 '부분체외순환'이라는 이름으로 보험 적용을 해오던 것을 '부분체외순환 외 ECMO 수가'를 별도로 신설해 심사하고 있다.

    똑같이 체외순환을 하더라도 ECMO 장비를 사용하면 수가를 따로 청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청구된 ECMO 시술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삭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현재 심평원이 ECMO 시술을 행위로 인정하는 경우는 기존의 치료법에 의해 교정되지 않는 중증 심부전과 기존 기계적 인공호흡기 치료로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증증 급성 호흡부전 2가지다.

    반면 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4가지다. ▲이미 진행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불가역적 중추신경 장애 ▲지혈이 곤란한 출혈부위가 있어서 항응고요법의 절대적 금기증에 해당하는 경우 ▲말기 암 환자 등 시술의 의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다.

     ▲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환자가 사망하면 사망? 사망하지 않아도 삭감"

    흉부외과 의사들은 심평원의 급여기준이 의료 발전 속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심평원 급여기준 상 말기 암 환자 등 시술의 의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ECMO 사용 시 삭감조치 된다"며 "하지만 최근 한 병원에서 말기 폐암 환자에 대한 이식수술에 ECMO 장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수술은 성공했으며 환자 또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평원의 급여기준 대로면 이 같은 경우는 삭감해야 한다"며 "그 동안은 같은 ECMO 시술을 해도 환자가 사망하면 삭감하는 것 같았지만 이에 대해 최근에는 환자가 사망하지 않더라도 삭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흉부외과 전문의는 "심근경색 환자한테 ECMO 장비를 사용해 이식수술을 한 적이 있다. 심장이 멎었으니 당연히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며 "하지만 심장이 멎은 상태서 ECMO 장비를 이용해 바로 심장이식 수술에 들어가 환자를 살려냈다. 회복불가능한 상태지만 환자를 살려냈기에 ECMO 시술을 행위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 간질성 폐렴 환자가 응급상태로 입원한 적이 있는데 폐가 다 망가진 상태였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바로 ECMO 장비를 달고 이식수술을 진행했다"며 "그러나 폐 이식 준비과정에서 염증이 생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폐 이식을 하지 못해 환자는 사망했다. 이전 심장이식과 비슷한 경우라 심평원이 행위로 청구했지만 삭감 당했다"고 설명했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현장 모른다"

    일부 흉부외과 의사들은 심평원 급여기준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진료심사평가위원들의 자질을 문제 삼고 있다.

    진료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현장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심평원은 ECMO 장비를 사용하면 수가를 따로 청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청구된 ECMO 시술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삭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진료심사평가위원들이 현장 감각과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의료의 발전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과거 회생불가능 환자를 이제는 치료할 수 있게 됐는데 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삭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최근 일부 병원들은 ECMO 시술이 삭감되면 해당 의사의 월급해서 차감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병원에서는 치료재료값이 사용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회 측은 심평원의 급여기준 마련 이후 논란이 계속됨에도 어떠한 의견 조회조차 없었다며 개선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심평원이 급여기준을 마련한 후 학회 측에 어떠한 문의조차 없었다"며 "병원마다 삭감 건수가 급증해 난리들이다. 보통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면 학회 측에 다시 의견을 물어보는 게 정상인데 어떠한 문의조차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심평원 측은 흉부외과 의사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급여기준 마련 당시 관련 학회의 의견을 이미 청취했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급여기준 마련 당시 관련 학회의 의견을 요청해서 진행했다"며 "당시 중환자의학회, 내과학회, 소아청소년과학회, 흉부외과학회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각 학회별로 2명씩 참석해 전문가자문회의를 갖고 마련한 급여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ECMO 행위 청구 시 다툼이 있는 사례들은 심의에서 결정하고 있다"며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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