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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려면 꼬박 하루 허비했는데 그나마 다행"

정희석
발행날짜: 2013-11-26 06:36:51

현장영양군 주민들, 원격진료 시범사업 호응…"한계도 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6.4% 나왔네요.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어요. 약은 계속 잘 챙겨 드시고, 인슐린 주사도 처방해 드릴께요."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남국진씨가 무창보건진료소에서 내분비내과 교수로부터 원격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시,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2리에 거주하는 남국진(74)씨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거리 무창보건진료소에서 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부터 원격진료를 받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얼마 전까지 서울 노원구 소재 대학병원에서 당뇨합병증 관리를 받다 영양군으로 귀농한 남씨는 병원 갈 일이 막막했다.

5분 남짓 병원 진료를 받고자 안동시나 대구시까지 가야하는데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간오지 집에서 영양읍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읍에서 하루 2~3대 다니는 시외버스로 약 2시간을 더 가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남씨는 병원을 오가는데 하루가 걸리는 불편함을 원격진료로 해결하고 건강까지 챙겨 큰 걱정을 덜었다.

산간오지에 속하는 영양군은 2009년부터 '원격영상진료 시범사업'을 5년째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보건기관(보건(지)소ㆍ보건진료소) 및 보건기관과 2ㆍ3차 의료기관 간 원격영상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한다.

이는 현재 의료계와 복지부가 법 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또 실제 원격진료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져 원격진료의 실효성한계성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교통 열악한 의료취약지역…병원 오가는데 하루

경상북도 영양군은 1읍ㆍ5면ㆍ114개리로 이뤄진 인구 1만 8266명의 산간지역 소도시.

특히 65세 노인인구 비중31.3%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영양군은 열악한 의료접근성을 해결하고자 2009년부터 원격영상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곳 의료기관은 치과ㆍ한의원을 제외하고 영양읍에 위치한 영남의원 1곳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 1명을 포함한 내과ㆍ정형외과 공보의 2명이 근무하고 있는 영양병원이 전부다.

영양병원 원장은 "워낙 산간지역이고 인구가 적어 의사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의료취약지역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받았지만 응급의학과 공보의 수급이 어렵고 전문의도 구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전했다.

소아과ㆍ산부인과의원은 물론 전문병원과 종합병원도 없다보니 주민 대부분은 비교적 인근에 위치한 안동의료원ㆍ안동병원ㆍ안동성소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 병원을 오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간오지에 있는 주민과 노인들은 시외버스가 있는 영양읍까지 나오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영양읍에서 안동과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 역시 하루 2~3대에 불과하다.

더욱이 버스 외에 교통수단이 없고 고혈압ㆍ당뇨에 거동까지 불편한 고령 환자들은 안동과 대구를 가고 오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양병원은 영양군에 있는 유일한 병원이다. 지난해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받았지만 응급의학과 공보의와 전문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군보건소 보건행정담당 권영삼 계장은 "보건(지)소와 진료소가 기본적인 만성질환을 관리하지만 당뇨합병증 등 노인성 중증질환까지 관리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인구가 많고 의료기관이 부족한 영양군 주민들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자 원격진료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만성질환 재진환자 오진 가능성 낮아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영양군에서는 원격진료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진료환자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 1770명 ▲2010년 3185명 ▲2011년 4162명 ▲2012년 5332명 ▲2013년 6월 현재 2356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먼 거리를 오고가지 않아도 2ㆍ3차 의료기관 전문의로부터 원격진료를 받은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지난 5월 영양군 자체 조사결과 주민들의 만족도85.1%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영양군에서는 1차 보건기관(보건(지)소ㆍ보건진료소), 2차 의료기관(안동의료원ㆍ경북도립노인병원), 3차 의료기관(영남대병원ㆍ대구가톨릭대병원)과 연계한 원격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영양군은 시범사업 초기부터 원격진료 대상을 고혈압ㆍ당뇨만성질환 재진환자로 한정했다.

초진환자오진 위험성을 고려해 재진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

영양군보건소 원격의료담당 이경연 주무관은 "환자 상태가 파악이 안 되면 안동이나 대구에서 병원 검사와 진단을 받고 의사 대면진료(초진) 후 재진부터 원격진료를 제공한다"면서 "시범사업 5년 동안 오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영양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정윤 교수 또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초진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 검사 등 정기적인 대면진료가 이뤄진 재진환자를 사전에 파악한 상태에서 원격진료로 진단하고 약 처방을 하고 있다"며 "외래 환자를 보는 것과 똑같다"고 환기시켰다.

원격진료 과정에서의 기계적(장비)ㆍ기술적(통신 네트워크) 오작동과 오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진료과목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거나 기계적인 오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원격진료 오진과 관련해 "물론 가능성은 있다. 대면진료를 해도 오진은 있지 않느냐"면서 "다만 오랫동안 봐왔던 류마티스 환자들이고 정기적인 대면진료도 하기 때문에 오진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영양군보건소 이경연 주무관은 기계 오작동 발생률 또한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가끔씩 의사 음성이 흔들리거나 화상모니터 화면이 고르지 못한 것을 제외한 특별한 장애는 없었다"며 "또 원격진료프로그램 접속장애도 있었지만 인터넷 통신 등 환경적인 요인이지 프로그램 자체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우려되는 이유

영양군 원격진료 현장에서 만난 고혈압ㆍ당뇨를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은 하루가 걸리는 안동과 대구에 가지 않고도 가까운 보건지소ㆍ보건진료소에서 병원 의사와의 상담과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양군보건소에서 버스로 35분 거리에 있는 무창보건진료소에서는 영남대병원ㆍ대구가톨릭대병원과 원격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정부가 내세우는 원격진료 허용의 필요성과 근거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사와 의료인(간호사)이 원격영상진료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것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양군 원격진료는 보건(지)소 또는 보건진료소 의료인(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해당 병원에 원격진료 접수부터 환자 혈압ㆍ혈당 등을 측정한 생체정보를 원격진료프로그램에 입력해 전송하는 것을 비롯해 기기 작동과 프로그램 운영, 의사 진단 및 복약방법 설명 등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의료인의 도움이 없다면 고혈압ㆍ당뇨를 앓고 있는 고령의 만성질환 환자들이 생체정보를 측정해 전송하는 것은 물론 본인 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더욱이 원격지 의사와의 소통 자체에도 어려움이 있어 환자가 의사 진단과 처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의 오진 위험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영양군 무창보건진료소 김경화 소장 역시 이 점을 우려했다.

김 소장은 "원격진료를 받는 노인 환자들은 의사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의 상태와 의사 처방 및 복약 방법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했을 때 고혈압ㆍ당뇨를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은 기기를 사용해 생체정보를 원격진료프로그램에 전송하거나 의사 처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양군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종합병원조차 없는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열악한 의료접근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위험하다.

영양군 원격진료는 보건기관(의료인)이 개입함으로써 기계 오작동과 오진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명확하다.

이와 함께 보건기관 간 환자유치를 위한 무한 경쟁이 발생할 우려가 없고, 환자 역시 의료기기와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에 큰 비용을 쓰지 않았다.

정부가 의사들이 우려하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의 발생 가능한 문제와 부작용을 기우로 치부하지 말고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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