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인수술 패러다임 바뀌지만 의료현실 답답"
강북삼성 공준혁 교수팀 하이브리드 정맥수술 참관…"정부 관심 필요"
이지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2-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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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씨암(C-arm) 스톱. 좋습니다. 모니터 좀 봅시다."
"다시 씨암 좀 당겨주세요. 혈전 올라오는 거 보이시죠. 자, 그대로 빼내세요. 좋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강북삼성병원 수술장에선 공준혁 교수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정맥수술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수술장에는 일반 수술장과는 달리 씨암이라는 이동식 엑스레이 장비가 구비돼 있었다.

수술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공 교수의 지시에 따라 씨암의 위치를 바꿨고, 공 교수는 모니터에 비춰진 환자의 혈관 상태를 확인하며 수술을 이어갔다.

공준혁 교수가 하이브리드 수술 중이다.
수술대 옆에 있는 모니터에는 씨암을 통해 촬영한 혈관 내 혈전이 눈에 들어왔다.

공 교수는 그때마다 "자, 혈전 보이죠? 뺍시다"라며 제거해 냈다.

이날 환자의 수술부위는 다리. 일반 수술로 했다면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절개를 했어야하는 케이스. 하지만 하이브리드 수술로 진행한 덕분에 발목부위와 서혜부 일부만 절개하고도 수술이 끝났다.

이것이 하이브리드 수술의 핵심.

만약 혈관 수술을 했다면 문제가 있는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하지만, 하이브리드 수술은 수술과 시술을 적절히 합해 최소 절개로 최대 효과를 낸다.

기형적으로 꼬여 있거나 막힌 혈관을 일차로 제거하고 새로운 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해두고 이어서 수술 부위부터 유도 도관을 넣은 후 특수 금속 스텐트와 인조혈관이 결합된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시술로 혈관의 파열을 막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수술시간이 짦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절개부위도 작아 수술 후 회복이 빨라진다.

공 교수는 수술대 옆에 씨암 장비를 수차례 옮겨가며 혈전을 제거한 지 서너 시간쯤 지난 후 수술을 마무리 지었다.

하이브리드 수술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절개 부위가 큰 것도 아니고 피가 많이 나지도 않아 간단한 수술인가 하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수술은 씨암이라는 장비와 모니터를 제외하면 간단한 시술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어려운 수술 중 하나다.

공준혁 교수가 씨암(주황색 점선)으로 촬영한 혈관을 양쪽에 설치된 모니터(빨간색 점선)를 보며 수술을 진행하고있다.
수술을 마치고 의국에서 만난 공 교수는 "환자가 고령이고 혈관 상태도 좋지 않아 수술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하이브리드 수술을 해서 잘 해결됐다"면서 하이브리드 수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하이브리드 수술은 수술의 위험은 낮추고 합병증이 거의 없는 시술 중심 치료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특히 환자가 고령일수록 상태가 안좋을수록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개복수술은 위험하고 시술은 어려운 응급 중환자일 경우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 교수는 얼마 전 의식불명으로 응급실로 실려온 김씨(여·72)를 하이브리드 수술로 살려냈다.

응급실로 실려온 김씨는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다가 혈압 저하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원인은 복부대동맥류 파열.

김씨는 평소 고혈압과 폐질환으로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워낙 고령이고 체력이 약해 수술을 거절해오던 중 변을 당한 것이었다.

수술 중인 공준혁 교수
실제로 환자는 오랜 고혈압 및 폐질환으로 개복 수술 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았다. 게다가 복부대동맥류는 굴곡이 심해 혈관내 시술이 어려웠다.

공 교수는 "나이가 들고 상태가 나쁠수록 혈관의 모양이 굴곡지고 수술하기 어렵다"면서 "김씨의 경우 굴곡진 혈관은 수술로 치료하고 혈관내 시술을 통해 다행히 건강하게 걸어서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면 하이브리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입원도 복부대동맥류 개복수술을 한 경우 최소 1~2주 요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수술로 하면 3~4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현재 하이브리드 수술은 동맥경화, 혈액투석 혹은 대동맥 질환에 주로 적용하며 앞으로 환자군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완벽한 수술이라는 생각에 혹시 단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공 교수는 잠시 노트북을 접고 "현재 한국에선 법적인 문제로 허가가 안되서 하이브리드 수술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흉부외과 수술에서도 하이브리드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지만 의료장비(가운데 흰색) 수입허가 문제로 수술을 못하고 있다.
그는 "최신 의료기구에 대한 수입허가가 나면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면서 "하이브리드 수술은 계속 발전 중인데 우리나라는 단순한 혈관 내 수술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의료기구에 대한 수입 허가 문제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에 대해 잠시 언급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 극히 일부 병원만이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갖추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에 발맞춰 가고 있을 뿐 대부분의 병원들은 100억원에 달하는 수술장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그는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혈관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고 이를 수술하는 의사에 대한 처우 또한 높지만 우리나라는 오로지 암 환자에 대한 지원에만 쏟고 있다"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혈관질환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심각한 질환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부족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국민들 인식은 물론 정부 또한 지원이 없어 해당 분야를 이어가려는 의료진이 사라지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의료장비 수입 제한에 따른 수술 규제와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답답하겠다고 한마디 건넸다.

숨가쁘게 하이브리드 수술에 대해 설명하던 공 교수는 달관한 듯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뭐 항상 그래요. 응급실에서 촉각을 다투며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가 대접받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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