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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 연결 비밀 풀었다…알츠하이머 연구 전환점 되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모든 질병은 장에서 비롯된다."(히포크라테스)국내 연구진에 의해 장과 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서울의대는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 김종일 교수, 고려대학교 정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사람 역분화줄기세포 (human induced-pluripotent stem cell, hiPSC)에서 내장 감각 신경 오가노이드 (Visceral Sensory Ganglion Organoid, VSGO)를 유도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이 방법을 통해 생체 칩 내에 이식 후 사람 대장 오가노이드 (human Colon Organoid, HCO)와 연결한 장-신경 축을 세포 실험 모델에서 구현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병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이 VSGO로 전파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서울의대는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 김종일 교수, 고려대학교 정석 교수 공동연구팀은 장과 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이러한 전파에 기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유전자로 잘 알려진 APOE4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 더욱 병적 단백질이 많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LRP1 이라는 단백질이 이러한 전파를 매개하는 것을 밝혀냈다.묵인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초로 내장 감각 신경을 시험관 내에서 유도하는 방법을 확립하였다는 점과 내장 감각 신경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밝혀내었다는 점이 큰 의의"라고 전했다.그는 이어 "내장 감각 신경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와 같은 병적 단백질의 전파뿐만 아니라 이 신경을 통해 혈액-뇌 장벽을 우회하여 치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Korea Dementia Research Center, KDRC),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융합형 의사과학자 사업 (MD-PhD/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삼성전자 삼성 미래기술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한 것으로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 (Nature Methods, 2023 IF: 36.1)'에 게재됐다.■ 장-뇌 축, 알츠하이머병 영향 연구 성과서울대 묵인희 교수는 수십년 째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국내 선두 주자로서, 최근 수년간 장-뇌 축이 알츠하이머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앞서 장-뇌 축과 알츠하이머병에 관련된 연구에서 대부분의 장-뇌 축 관련 연구는 혈액, 특히 면역체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이에 묵인희 교수는 장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신경과의 연결고리를 연구했으며 이를 재현하기 위해 장과 신경을 생체 칩 내에서 연결해 현상을 관찰했다.또한 안규식 연구원은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과학자'. 임상 영역에서 다양한 신경계 질환 환자들을 접하면서 누구보다 장내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대학원 진학 후 묵인희 교수의 장과 신경을 연결하는 생체 칩 구성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끼고, 장에 연결할 감각신경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도중 기존에 알려져 있는 감각신경 유도법은 체성 감각 신경(장기가 아닌 근육, 피부 등에서 기원한 감각을 감지하는 신경)으로서, 장에서 기원한 감각을 감지하기엔 부적합한 모델임을 깨달았다.이에 기존 발생학 연구에서 내장 감각 신경이 발생되는 기전들을 종합해 직접 내장 감각 신경을 유도하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연구팀은 기존에 밝혀져 있지 않은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유도가 진행되었는지 확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하나의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닌 해부학적, 기능적으로 다방면에서 검증해 확실성을 담보하고자 했다.이번 연구는 최초로 다양한 장기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내장감각신경을 시험관 내에 배양하는 기법을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특히 다양한 단세포 전사체를 분석, 내장감각신경의 분화 과정을 모델링 하고 종간 정보 이동을 통해 마우스 데이터와 비교했다.동물실험에서 밝혀져 있던 알츠하이머병 병적 단백의 운송을 시험관 내에서 재현했다. 
2024-10-24 17:05:16병·의원
인터뷰

"한국서 노벨 생리의학상 나온다면 면역학이 유력"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우리나라에서 첫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면역학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초청한 대한면역학회가 '미래 노벨상'을 위한 마중물을 주문했다. 노벨상 6개 분야 중 평화상에 이어 올해 문학상을 수상한만큼 생리의학상과 같은 타 분야에서의 수상도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라는 것.면역학 연구는 의학 및 생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내 면역학은 암 치료, 자가면역 질환, 전염병 대응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노벨 생리의학상에 근접한 잠재력 높은 후보라는 뜻이다.문제는 기초과학이 부실한 응용과학은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문제 해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분자생물학의 기초 연구였던 DNA 구조 발견이 현재는 유전자 치료,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의료와 생명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에도 지속적인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가 내건 미래 노벨상의 전제 조건이다.면역학회 이상일 회장(경상국립대병원 류마티스내과)을 만나 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과 미션, 면역학 연구를 고도화할 국립 면역학연구원 추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국내 면역학 연구 현주소는…"산-학-연 교류 활발"면역학회는 코엑스에서 국제학술대회인 KAI 2024와 세계사이토카인학회 학술대회(cytokine 2024)를 함께 개최했다. 학술장을 찾은 석학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2023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의사과학자 드류 와이즈만(Drew Weissman) 박사.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뉴클레오시드(nucleoside) 염기 변형에 관한 발견으로 와이즈만 박사는 미국 출신의 의사과학자로 현재 바이오엔테크(BioNTEC) 수석 부사장인 카탈린 커리코 박사와 함께 2023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이상일 회장이상일 회장은 "세계사이토카인학회와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약 1900명이 등록을 했고, 500명에 달하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한국을 찾았다"며 "세계사이토카인학회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까닭에 해당 학회에서 와이즈만 박사를 추천, 연자로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그는 "특히 최근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에 와이즈만 박사를 통해 해외의 연구 인프라, 연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그는 "기초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오랜 역사적 기반이 필요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첫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면역학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첫번째 이유로는 면역학은 과학계 다양한 연구 분야 및 의생명 산업의 반도체로 불릴만큼 감염, 자가면역, 종양 등 모든 분야의 질병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와이즈만 교수의 사례처럼 기초과학자들과 의사과학자들의 긴밀한 협력이 연구에 매우 중요한데, 한국 역시 면역학회를 중심으로 산-학-연이 연계되는 교류, 협력이 활성화돼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는 것.이상일 회장은 "류마티스내과 의사인 본인이 면역학회장을 맡고 있는 것처럼 의사부터 과학자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학회에 있다"며 "면역학회에선 기초 임상의 협력 연구를 가장 선두적으로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고 이는 양질의 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미래 노벨상을 위한 전제 조건 "마중물 없인 성과도 없어"독보적인 과학, 공학 분야의 성과를 달성한 미국과 연구 환경을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미국이 걸었던 기초과학 육성이라는 길을 답습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 회장은 "미국과 한국은 연구 인프라, 연구비 등에서 굉장한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며 "다만 미국은 각종 연구 분야에서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꾸준히 지원을 해준다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그는 "정부가 감축한 R&D 예산을 다시 복원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약 20% 이상 연구비 감소를 체감하고 있고, 이런 문제로 연구를 그만두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의정 갈등 문제로 전공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인데 관련 인력들이 한번 사라지면 연구의 연속성 측면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연구소 프로젝트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인데 R&D 예산 때문에 휘둘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와이즈만 박사는 기초과학자일 뿐 아니라 의사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설을 수립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대한면역학회가 학술대회에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와이즈만 박사를 초청, 국내의 미래 노벨상 수상자 육성을 위해 연구비 지원과 같은 마중물을 주문했다. (왼쪽부터)이상일 회장, 와이즈만 박사, 김유미 조직위원장반면 3분 진료라는 임상 환경과 논문 다작 풍토가 자리잡은 국내에선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습득하고 독립적인 의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가 드문 것이 현실. 거기에 더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의 집단 사직이 연구 인력 양성 및 연구 연속성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진단이다.이상일 회장은 "아쉬운 것은 이처럼 중요한 면역학에 관한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NIAID, 일본의 RIKEN, 독일의 Max Plank, 이스라엘의 Weizmann 등처럼 국가 주도로 면역학을 집중 연구할 수 있는 거점 연구기관의 설립의 필요성을 학회가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국내에서 면역학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국립 뇌과학연구원, 암센터 등 뿔뿔이 흩어져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국가, 정책적인 차원의 연구 지원과 연구소가 필요하다"며 "주요 선진국은 면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면역학 연구소가 있는데 이는 해당 국가들이 면역학의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강조했다.그는 "1974년 93명으로 시작한 면역학회가 올해 50주년을 맞아 회원 수 6250여명, 산하 연구회 13개, 위원회 10개의 대형 학회로 거듭났다"며 "향후 100년을 위해 '면역학 연구로 감염과 면역질환의 극복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설정했다"고 말했다.이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면역학회', '기초 임상의 융합연구', '미래를 이끌 연구자 육성'이라는 세가지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미 국내 면역학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만큼 조만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2024-10-24 05:32:00학술

의학·법학 석학들 "현 의료대란이 미래 한국의료 표준" 우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 사태가 미래 의료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각계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26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 의과대학 정원 정책의 문제점과 향후 여파·대책을 논의했다.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과정과 절차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과정과 절차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의 급격한 의대 증원은 단순히 그 숫자를 넘어 법치주의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우선 그는 응급의료 붕괴 우려로 정부가 당직의료기관을 강제 지정한 것이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배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기관 직원들의 강제 근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지난 2월 6일 전공의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법치주의 관점에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이는 사직과 같은 근본적인 직업의 자유를 단순히 행정명령으로 훼손하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지만,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설령 일시적인 국민보건 위해가 있다고 해도 4개월간 이 같은 명령을 유지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며, 월급을 주지 말라고 한 것 역시 인권 유린이라는 지적이다. 이 명령으로 근로관계가 시작되지 않은 인턴 예정자나 전공의 예정자들의 권리도 침해된 것도 문제로 짚었다.이와 관련 박 부회장은 "오히려 개혁이 대상이 돼야 할 보건복지부는 열심히 교육과 연구, 환자 진료에 매진한 의사들을 개혁 대상으로 국민에게 낙인찍고 있다"며 "의대 증원을 교육부 장관이 아닌, 복지부 장관이 결정한 것은 위법한 절차다. 이 때문에 준비 없이 2000명 증원이라는 무모한 숫자를 결정해 의학교육은 지속적으로 혼란을 겪고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어 경기대학교 석희태 명예교수는 의료환경의 변화와 의사 수요 증감을 조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고급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로 전체적인 의사 수요가 증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AI 기술 발전으로 의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일부 분야 수요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대부분 진료에선 여전히 인간 의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복잡한 환자 진료와 결정을 다루는 분야에선 의사 수요가 더 크게 증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다만 석 명예교수는 이 같은 수요 증대가 반드시 의사 총규모 확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 진료 분과 재편성·특화 등으로 의사 개인 역량을 강화한다면, 관련 수요가 상당 수준 총족될 것이라는 진단이다.또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수가 합리화, 환자 운송 방법 첨단화, 의사 역량 향상 지원 등이 병행된다면 의사 편재를 완화하고 불필요한 수적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석 교수는 관련 대안으로 임시정원 개념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신의사 확보 종합대책'과 '긴급 의사 확보대책'에 근거해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다.정식 정원인 항구 정원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제도 유지 기한이 정해져 있고 필요시 내각회의 결의에 따라 연장 가능하다. 이 임시 정원엔 지역과 연구직 할당분이 포함돼 지역의료 공백과 의사과학자 부족 문제의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경기대학교 석희태 명예교수는 의료환경의 변화와 의사 수요 증감을 조명했다. 또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료만으로 구성된 정부 내부 기구가 아닌, 다수 외부 전문가 참여에 의한 체계적·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그는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른 의사 수요 증감은 장기적 안목에 기한 전문적인 판단과 유연한 결정을 요체로 삼아야 한다"며 "소위 의료개혁은 사회혁명도 군사작전도 아니며 '반동불용', 임전무퇴를 가치로 내세울 일이 아니다. 이는 최고도의 과학적·합리적 계산에 따라 신중하게 진척돼야 할 국가 발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이어진 지정토론에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희철 부원장은 의학한림원이 지난 2년간 진행했던 의대 정원을 연구 결과를 조명했다. 의대 정원을 변동하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독립적 추계기관을 통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이미 복지부에 보고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만약 증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당장 교육이 가능한 범위인 350명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연착륙해야 한다는 것. 이 350명이 현재 의학교육 현장이 수용 가능한 숫자로, 기존 정원의 65%에 해당하는 급격한 증원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이와 관련 한 부원장은 "교육부는 의학교육평가원 평가 기준 및 절차를 심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의평원 자율성 훼손은 물론 의학교육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의대 교수 임용 조건 완화와 탄력적 학사 운용도 의학교육을 선진화하겠다는 의지나 의학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어 "의대 증원이 이처럼 강대강 대치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 수호는 정부와 의료계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가능하다"며 "전문가들이 왜 이처럼 정부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 건강 수호와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5년 의대 증원은 지체 없이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서강대학교 이덕환 명예교수는 의료 대붕괴가 이미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전체 전공의의 83%인 1만1732명이 사직해 향후 상당 기간 전문의 임용과 배출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늘어난 의대생들이 전공의 수련을 받는 것도 문제인데, 서울대부속병원을 비롯한 국대 최대 규모 수련병원 역시 한 해 수용할 수 있는 전공의는 100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를 단순 계산하면, 2000명 의대 증원분만큼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선 20개의 상급종합병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의료는 정부의 의사 악마화로 신뢰를 잃어 미래가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당부다.그는 "37회의 전문가 협의와 3편의 학술논문이 2000명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라는 대통령의 반복적인 주장은 소가 들어도 웃을 억지다"라며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과학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합리성이 과학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의사 증원이 국민적 합의기 때문에 늘여야 한다는 정부 주장도 어설픈 궤변"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결국 비현실적인 의대 증원은 국민에게 견디기 어려운 희망 고문이 되고 말았다. 2024학번 이후의 의대생도 '윤석열 세대'라는 무거운 낙인을 지고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미 시작된 의료 대붕괴로 인한 혼란과 상처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진정한 의료 개혁은 복지부를 해체 수준에서 개혁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대한변호사협회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의료 붕괴 위기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왔다.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 역시 현재 우리가 겪는 의료가 미래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할 교수요원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일뿐더러, 이들을 교육할 인프라도 부족해 의학교육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설령 이를 확보한다고 해도 지역에선 입원할 환자가 없어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기 어렵다.이제 와 의대 증원이 백지화 된다고 해도, 이미 의료계는 정부에 의한 의료 붕괴를 경험해 과거처럼 현장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로선 상황이 악화할 일만 남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이는 의학 연구 붕괴로도 이어져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김 회장은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발전시켜온 한국 의료를 단 6개월 만에 무너뜨리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며 "안타까운 점은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상황이 종말점이 아니라, 앞으로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의료 붕괴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어 "정부는 학계에 통용되는 결과도 아닌, 1만 명 부족이라는 근거를 작위적으로 해석했다"며 "결국 10~15년 뒤에야 현실화되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현재의 공백을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양은배 정책연구소장은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키워드로 전문가 의견이 중심이 된 의대 정원 정책을 강조했다.전문가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며, 이를 통해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자의 책임 의식을 촉구했다.이와 함께 그는 의학교육의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하며,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대생과 전공의의 목소리를 경청·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 소장은 "이들이 특정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사직과 휴학계를 제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의대 증원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있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절차적 공정성의 부족과 의료인으로서 깨진 미래 비전, 자존감 상실이다. 우리나라 의료의 구조적 모순과 신뢰 역시 상실했다"고 우려했다.이어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 없이 의대생과 전공의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낙관적이다"라며 "성찰은 마음속 깊이 반성해 살피는 것을 말한다. 사태 해결의 출발은 외부에서 그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성찰 결과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9-26 17:46:20병·의원
인터뷰

"걸음마인 한국 의사과학자 양성…임상과 과학 경계 없어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 우리나라의 의사 과학자 양성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과학 분야 지원자가 연간 의대 졸업생의 1.6%에 그치는 등 의사 과학자 불모지로 통한다.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글로벌 의사 과학자 양성 사업'을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결부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뒤따르는 실정이다.우리나라의 의사 과학자 양성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이노크라스 고준영 희귀질환 디렉터를 만나봤다.그럼에도 의사 과학자 선배들은 질병 치료, 신약·의료기기 개발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해 길을 개척하는 중이다. 이들은 어떤 비전으로 임상에서 떠나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11일 메디칼타임즈는 이노크라스 고준영 희귀질환 디렉터를 만나봤다.이노크라스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건강·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암, 희귀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장 유전체 진단 플랫폼을 구축해 개인별 유전적 구성에 대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여기서 희귀질환 디렉터는 전장 유전체, 멀티오믹스 분석 등을 통해 희귀 질환을 진단하고, 나아가 일반 인구 집단에서의 유전체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역할을 한다.■병원에서 연구실로 "연구와 논문 작성이 재미로 다가와"고 디렉터는 의사 과학자이기 이전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전공 중에서도 소아과를 택하고 이후 의과학 분야로 진출한 이유에 대해 양쪽 모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 소아과를 선택했고, 우연한 계기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했다가 의사 과학자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고 디렉터는 "그저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소아과를 선택했다. 아픈 아이들을 보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매우 큰 보람이었다"며 "병원이 삶이 되어버린 환자들에게 병원에서의 시간이 인내가 아니라 조금 더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이어 "당장은 임상 현장을 떠나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돌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만 최근에 의정 갈등이나 필수의료 붕괴 등 소아과가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어 다른 선생님들에게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있다"며 "가식적일 수 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일선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힘써주시는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준영 디렉터는 이노크라스에 입사한 이후, 희귀 질환 환자 진단과 일반 인구 집단에서의 유전체 활용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진학은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교수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큰 사명 의식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박사 과정 초반 1~2년이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와 논문 작성이 마치 소설책을 읽고 상상하는 것 같은 재미로 다가왔고, 결국 졸업할 즈음엔 이 길을 더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그는 "정말 모든 것들이 다 힘들고 고단한 시기였다. 애초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박사 과정을 하려고 하니 굉장히 힘들었다"며 "나중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왜 여기 와서 사서 고생하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카이스트를 졸업하면서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길을 조금 더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이어 "의사 과학자가 되는 것에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스스로도 커다란 신념이나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조금 부끄럽기는 하다. 다만 그저 이런 일들이 즐거웠다"며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이긴 하지만, 이 길의 끝을 계속 걸어가다 보면 어떤 풍경이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연구자의 길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전했다.■"건강한 사람도 유전체 분석하는 정밀 의료 시대 열 것"이렇게 그가 연구한 분야는 소아, 면역학, 유전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병태 생리를 규명해 이 병이 왜 중증으로 가고, 각각의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를 적용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했다.그 결과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인터페론 신호 전달 경로 활성화가 주요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병원과 협업해 실제 환자들에게 치료적 방침으로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인체의 면역학적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와, 만성 감염 및 면역 결핍 모델 등을 활용해 만성 염증이 유발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밝혀냈다.이노크라스 고준영 희귀질환 디렉터는 우리나라 의사 과학자 양성 정책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고 디렉터는 이노크라스에 입사한 이후에도 희귀 질환 환자들을 진단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를 교육과정 내에서 기초 교육에 대한 노출과 참여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사 과학자가 된 이후의 커리어 패스도 문제인데, 현재로선 의사 과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전무한 수준이라는 우려다.이와 관련 고 디렉터는 "의사 과학자가 학계에 머물며 연구에 매진하기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다. 산업계로의 진출 기회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의사 과학자들이 훌륭하게 성장한 이후에도 그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재들이 의과학 분야로 유입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대 교육과정부터 기초연구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 중심의 기존 교육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기초과학과 연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의사 과학자들의 산업계 진출 기회를 넓히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의사 과학자 양성 의대부터 챙겨야 "다양한 관점이 중요"또 고 디렉터는 의사 과학자 양성의 긍정 사례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과정을 조명했다. 단순히 의과학 분야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그는 "최근 학문의 깊이가 깊어지고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혼자서 연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특히 첨단을 달리는 분야에서의 연구는 더욱 그렇다"며 "이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그래서 이렇게 임상과학자들과 기초과학적 통찰력을 가진 학자들 간의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마지막으로 고 디렉터는 의사 과학자가 세간의 인식처럼 생경하고 특별한 직업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저 의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과학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의사 과학자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아 그 용어를 정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임상과 과학의 경계가 옅어져 의사 과학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됐으면 한다는 것. 높은 진료 부담으로 의사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들의 연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그는 "앞으로는 이런 임상과 과학의 경계선이 좀 더 옅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본인 역시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게 아니라 작은 선택과 우연이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며 "이처럼 의사 과학자가 굉장히 대단하고 생경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쉬운 선택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어 "의사면서 과학자로서 사는 것이 분명히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길을 걸으며 매우 큰 보람과 가치를 느끼고 있다. 다른 이들도 이런 재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저 이런 선택에 있어 너무 겁먹거나 자신을 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늘 도전하고 시도하면서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24-09-12 05:30:00병·의원
인터뷰

"SCI 논문 자판기 별명이요? 의사과학자에게 훈장 아닌가요"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3년간 한빛사 논문만 33건으로 전 분야 토탈 압도적 1위. 아시아인 최초 미국호흡기학회 젊은 의학자상. 아시아인 최초 유럽알레르기학회 최우수 학술상, 분쉬의학상 젊은 의학자상.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피인용지수(임팩트팩터) 10 이상, 전 세계 상위 3%에 해당하는 말 그대로 꿈의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됐을때 이름이 올라가는 한빛사에 3년간 33건의 논문이 올라갔다. 말 그대로 초격차다.의학계에서는 부러움을 담아 그를 '살아있는 논문 기계', 'SCI 논문 자판기' 등으로 부른다. 그만큼 그의 연구 실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연동건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의사과학자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이 초격차의 주인공은 바로 경희대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다. 그의 나이 36세. 전문의 자격을 받아든지 몇 년만에 그는 연구 실적으로는 이미 석학의 반열에 올랐다.과연 그 비결과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사과학자들에게는 분명한 기회의 땅이라는 말부터 꺼내놓았다."우리나라는 굉장히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를 얻기 매우 좋은 환경이에요. IT 인프라도 세계에서 손꼽히죠. 디지털 헬스케어를 연구하기에는 이만한 환경이 없다고 봅니다. 기회의 땅이에요."하지만 그 또한 애초부터 의사과학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소아 호흡기-알레르기 세부 전공까지 마치고 환자를 보던 의사였다.그런 그를 의사과학자로 이끈 것은 결국 환자였다. 말 그대로 필수 의료에 종사하고 있지만 본인이 볼 수 있는 환자는 한정적이라는 한계에 부딪히자 그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연동건 교수는 "소아청소년과가 너무 좋아서 이를 전공하고 세부 전공까지 마쳤지만 내가 평생을 쏟는다 해도 치료할 수 있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라리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신약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선한 영향력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길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소프트웨어를 전공으로 공학 박사를 받고 우리나라에 쌓여있는 의료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하다가 경희대 디지털헬스센터 설립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며 "그 결과로 너무나 좋은 기회를 얻게 됐고 지금의 길에 확신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정부 또한 연 교수와 같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며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성공 궤도에 올라선 의사과학자인 그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그는 이를 위해서는 미국식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연구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연 교수는 "지금과 같이 의대 교수들이 하루 종일 진료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트랙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의사과학자를 키워낼 수 없다"며 "교수가 직접 진료와 연구, 교육 비중을 대학과 협의하는 미국식 모델을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말 그대로 진료할 교수는 진료를 하고 연구할 교수는 연구를 하고 창업할 교수는 창업을 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과 사회에 기여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융합 연구가 쉽지 않은 이유는 교수들 모두가 진료에 힘을 쏟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대학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야 의사과학자 양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그러한 면에서 그는 경희대 디지털헬스센터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 차원에서 의대와 공대, 이과대를 잇는 브릿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준다면 충분히 융합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다.연동건 교수는 "사실 과거에도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임상 교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하지만 경희대의 경우 분명하게 융합 연구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실제로 디지털헬스센터를 통해 융합 연구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또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학들조차 이러한 독립된 공간과 예산을 주고 30여명의 젊은 교수들에게 연구를 하라며 밀어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그렇기에 다기관 연구를 주도하며 작년에만 120편의 논문이 나왔고 나 또한 3년 만에 33편의 한빛사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렇기에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좋은 모델들이 정립돼 간다면 우리나라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또한 이는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트랙만 만드는 소극적 대처보다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연 교수는 "앞서 말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기회의 땅이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 어느 곳도 정립시키지 못한 말 그대로 태동하고 있는 분야"라며 "세계적인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아울러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임상 교수들이 많지만 이러한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수는 왜 없는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인재 양성은 대학만의 노력으로 한계가 분명한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규제 개선이 따라와야 한다"고 밝혔다.
2024-08-01 05:32:00의료기기·AI
특집

'탈한국·탈임상'…의대증원에 비전 상실한 젊은의사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젊은 의사들이 진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의대증원 사태를 겪고 젊은 의사들은 국내 의료에 비전을 잃고 탈한국 및 탈임상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메디칼타임즈는 21주년 창간을 맞아 전공의·의대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 구글폼으로 진행했으며, 투비닥터와 의대생 TV 등의 의대생과 전공의가 모여있는 단톡방의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했다. 응답은 의대생과 전공의 각각 150명이 답했다.■ 전공의는 82% "선택 후회한다"…의대생도 31% "전공의 수련 안 해"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인식은 점차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과정을 밟고 있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으며, 전공의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대생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설문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82.1%는 전공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그 이유로는 '한국 의료제도에 대한 회의'가 49.6%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필수의료과에서의 무분별한 소송( 33.3%)', '높은 업무 강도(7.3%)', '저임금(4.1%)', '도제식 교육에 따른 부당한 대우(2.4%)', '전공의 수련 관련 정책의 미비(2.4%)', 'AI 등장 등 불확실한 미래(0.8%)' 등의 답변이 있었다.이번 의대증원 사태로 사직한 전공의는 "고된 근로환경에도 묵묵히 참으며 견뎠지만 이번 의대증원 사태로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했다"며 "현 정권이 국내 의료시스템에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했다.의대생 역시 전공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매한가지였다.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인식은 점차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공의 수련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8.8%가 '있다'고 응답했다. '없다'는 답변은 31% 수준이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는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던 분위기가 변화한 것.수도권 의과대학 재학생 A씨는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고 졸업 후 피부과나 정형외과 등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개원하려는 추세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4년 동안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디며 전문의 자격을 얻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전공의 수련을 하게 될 경우 고려 중인 전문과목으로는 흔히 인기과로 알려진 과목들이 많았다.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전공의 수련을 하게 될 경우 고려 중인 전문과목으로는 흔히 인기과로 알려진 과목들이 많았다.정신건강의학과와 안과, 내과가 각각 12%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모두 개원이 용이한 진료과목들이다. 이외에도 정형외과 11%, 이비인후과와 재활의학과 6%, 영상의학과 5% 등이 인기를 보였다.특히, 내과는 대표적인 필수의료과목으로 분류되지만, 예비전공의들의 상당한 선택을 받으며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다른 진료과목 대비 짧으며 다양한 세부전공으로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다만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대생 한 명은 "내과를 선택했지만 한국에서 수련받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이외의 필수의료 과목은 소아청소년과 4%, 외과 4%, 응급의학과 1%, 산부인과 1% 등으로 나타났다.의과대학 재학생 A씨는 "열악한 상황 속 필수의료 전공을 고민하던 의대생 상당수가 이번 의료개혁 정책으로 생각을 바꿨다"며 "국가가 나서 의사 의사를 악마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사명감을 갖고 필수의료를 전공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탈임상·탈한국' 꿈꾼다…'바이오 스타트업' 관심 급증전공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며 임상이 아닌 다른 길을 고려하는 젊은의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임상 외 길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공의 과반수에 달하는 47%는 '있다'고 답했다. 과거 90% 이상이 병의원에 진출하며 임상만을 고집하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결과다.보건의료분야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는 전공의 56.7%가 '바이오,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라고 응답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보험과 제약 또한 각각 18.3%, 14.4%의 응답을 기록하며 산업 분야가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과학자는 8.7%, 정부기관 1.9%에 그쳤다.  보건의료분야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는 전공의 56.7%가 '바이오,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라고 응답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의대생 역시 일찍부터 임상 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의대증원 사태 이후 임상 이외 다른 분야 진출을 고려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과반수를 넘는 56.4%는 '그렇다'고 답했다.의대생 또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보건의료분야로는 '바이오,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 5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뒤이어 산업분야인 제약이 15.7%를 차지했으며, 의사과학자는 14.6%가 유명하다고 답했다.삼성서울병원장 역임 후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든 송재훈 대표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임상에 매몰돼 산업계 유입이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최근 바이오산업이 주목받으면서 2030 젊은 의사들이 다양한 진로로 눈을 넓히고 있다"며 "각종 학회 등에서도 산업계 등 여러 진로를 다룬 강연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많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탈임상'을 넘어 '탈한국'을 꿈꾸고 있었다.향후 전공의 수련 의향이 없는 의대생들은 '해외 진출'을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5.3%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장래를 모색한다고 답했으며, '봉직 후 개원' 22.7%, '봉직' 13.3%가 뒤이었다. 곧바로 개원이나 기타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답한 의대생은 각각 9.3%였다.해외의사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4.5%가 '그렇다'고 답했다.그 이유로는 '국내 의료환경에 더 이상 비전을 찾지 못해서'가 53%로 1위를 기록했다. '의사로서 존중받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싶어서'라는 답변도 35.9%에 달해 국내 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해외 의료환경을 경험하고 싶어서' 3.4%, '임상 이외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서' 3.4%,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싶어서' 3.4%, '기타' 0.9% 등의 답변도 있었다.전공의 또한 수련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19.9%가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이와 관련해 한 전공의는 "해외에서 의사 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의정 사태 후 처음으로 외국 의사 자격시험 등에 대해 알아봤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싫어"…전공의 '봉직의' 근무 선호임상에 뜻이 있는 전공의들은 수련 이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봉직의 근무'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1, 2차 의료기관 봉직의 근무'가 32.5%로 가장 많았으며, '1, 2차 의료기관 봉직의 근무 후 개원'하겠다는 이들은 19.2%였다. 결국 수련 후 봉직의로 근무하겠다는 답변은 51.7%로 과반수를 넘었다.팰로우(전임의)로 근무하며 추가 수련을 받겠다는 응답은 26.5%였다.임상에 뜻이 있는 전공의들은 수련 이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봉직의 근무'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도 개원 전 경력을 쌓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 또한 "대학병원 교수는 명예 하나만으로 이 길을 택한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 누가 명예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개원의나 봉직의로 간다면 '전공과목을 살린 전문과를 개원하겠다'는 답이 40.4%로 가장 많았다. 반면, 피부미용 등 비급여 분야에서 일반의 진료를 하겠다는 전공의 역시 39%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그 외에는 '감기 등 일차의료(15.6%)', '요양병원(2.8%)', '보건소 등 국가 의료기관(2.1%)' 등이었다.이들의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봉직의 월급 수준을 묻는 말에는 '1500만~2000만원'이라는 답이 42.4%로 1위를 차지했다.그 다음으로는 ▲2000만~2500만원(20.5%) ▲1000만~1500만원(17.2%) ▲3000만원 이상(13.2%) ▲2500만~3000만원(5.3%) ▲500~1000만원(1.3%) 순이었다.만약 다시 전문과목을 선택한다면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과반수인 56.3%가 '바꾸겠다'고 답했다.그 이유로는 의료소송 가능성이 낮은 과라는 답변이 79.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개원 및 봉직시 고수입이 가능한 과(9.9%)', '개인적 호기심, 적성에 맞는 과(7.7%)', '환자 생명 직결된 의사 소명의식 높여주는 과(3.3%)' 등의 답변이 뒤이었다.메디칼타임즈는 21주년 창간을 기념해 전공의·의대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2024-07-01 05:30:00병·의원

의약분업으로 의대정원 감축?…복지부-의협 '진실공방'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2000년도 의약분업 도입 후 의대 정원 감축이 '의사 달래기'를 위해 추진됐다는 주장과 관련, 정부와 의료계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원된 351명에 의사과학자 몫으로 50명을 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2000년도 의약분업 도입 후 의대 정원 감축이 '의사 달래기'를 위해 추진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시도할 때 제시한 400명의 증원 폭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발언이었다.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0년 당시 의대정원 감축이 의약분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악마화하기 위해 만든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지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이후 2006년까지 의대 정원 351명(정원외 포함)이 순차적으로 줄었고, 그 뒤로는 동결됐다.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복지부 장·차관이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셈이다.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00년대 의대 정원 351명 감축이 의약분업 합의 후속으로 추진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즉각 반박했다.복지부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의협 대의원회의 결의문(2000년 4월 22일)과 의협의 보도자료(2003년 8월 14일)를 근거로 제시했다.이들은 "의약분업 합의 후속조치로 의대정원이 감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의협이 국민에게 혼란을 끼치고 근거 없이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정부가 제시한 결의문을 보면 의협 대의원회는 '의사인력 배출 동결 및 감축조정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2003년 보도자료에는 "정부의 이번 정원 감축 계획은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 온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큰 의미가 있다", "정부와의 약속(2000년도 의·정 협상)을 통해 의대 정원 10% 감축은 이미 발표된 계획에 의해 추진키로 하고, 향후 30%까지의 추가적 조정 문제에 대해 의료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하기로 한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표현이 담겨있다.정부는 "의협이 명백히 확인되는 사실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이어 "의대 2000명 증원은 2035년에 현재 대비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3명의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수급추계에 근거했다"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130차례 이상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2024-06-28 12:04:44정책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

계속되는 의대 증원 근거 공방…여당 전 정권으로 역공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이날 보건복지부 청문회에서 2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근거를 두고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복지부 주장에 각을 세우고, 여당은 의대 증원이 전 정권이 실패한 정책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청문회에서 2000명 숫자의 적정성과 근거에 대한 여당 위원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보건복지부 청문회에서 2000명 의대 증원 근거를 두고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복지부 박민수 차관(왼쪽), 민주당 이개호 의원복지부는 서울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산하협력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근거로 2000명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 결과가 있어 이를 최대한 빨리 충원하고자 정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여당 위원들의 계속된 질의에도 같은 말이 되풀이되면서, 복지위 박주민 위원장까지 복지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2000명이 정말 필수 불가결한 의대 증원 규모라면, 이를 2달 만에 1509명으로 낮춘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그는 의대 증원 고등법원 판결문에서 2000명 규모를 산출한 근거가 미흡하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을 짚었다. 그럼에도 관련 재판이 기각된 것은 근거가 충분한 것이 아닌, 의대 증원 필요성이 인정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특히 박 위원장은 복지부가 근거로 제시한 근거 보고서 어디에서 2000명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여기서 나온 적정 수준은 4~5%의 점진적 증원이었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복지부 역시 관련 보고서가 의대 증원을 목적으로 연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2000명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미래 의료 인력의 장기 수급을 전망하는 내용인 만큼 근거로서 채택한 것이라고 답했다.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절대다수가 현재의 의대 교육 현장 여건으론, 2000명 의대 증원분을 수용할 수 없다고 보는 상황을 조명했다.내년 늘어나는 의대 정원은 기존의 50% 수준이지만, 학교에 따라 신입생이 325%까지 늘어나는 의대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늘어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긴 어렵다는 것. 오는 11월 말 이뤄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각 의대 주요 변화를 평가·계획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당부다.의대 증원으로 소요될 예산에 대한 지적도 재차 이뤄졌다. 관련 사업비가 5조7500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오전 청문회에서도 있었던 관련 질문에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발언을 정정했다.이에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정책 결정에 앞서 소요 예산을 추계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정부가 이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복지부를 향해 이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복지부는 재정 당국의 타당성 검증이 마무리 되는대로 이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반면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이번 정부의 의료개혁은 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정책을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전 정권은 400명 의대 증원을 추진했는데, 이 역시 감원된 의대 증원분 350명에 의사과학자 TO 50명을 더한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지적이다.현 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 과학적 근거가 있음에도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안 의원은 "정부가 감원 증원과 과정에서 근거에 기반한 정책화를 제대로 했다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한다. 간단한 설명으로도 국민의 의혹 해소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여러 위원이 소통 노력을 지적했는데 아무리 맞는 결과를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결국은 국민이 납득해야 한다. 이를 위한 소통과 홍보 노력을 배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2024-06-26 17:30:10병·의원

건보공단, 필수의료 실습·의과학연구 참여 의대생 모집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 필수의료분야 전문 인력과 의사과학자를 발굴‧양성하기 위해 필수의료 실습 및 의과학 연구 사업에 참여할 의대생을 모집한다고 19일 밝혔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 필수의료분야 전문 인력과 의사과학자를 발굴‧양성하기 위해 필수의료 실습 및 의과학 연구 사업에 참여할 의대생을 모집한다고 19일 밝혔다.'의대생 실습·연구 지원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공단이 보조사업자로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의대생을 대상으로 조기에 필수의료 실습과 의과학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향후 관련분야 진로를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본 사업은 2021년에 신설돼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했으며, 지난 3년간 총 803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또한 올해 2월에는 지도교수 및 실습·연구학생 등 총 100여명이 참석해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등 사업의 우수 성과를 확산하고, 실습·연구 수행기관과 참여 학생 간 교류 기회 제공을 위한 성과교류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2023년 실습에 참여한 한 학생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교수님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접할 수 있었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경험이었다"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올해는 실습 6개 분야 195명 및 25개 연구 주제에 44명을 모집하며, 선발된 학생은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실습 및 연구에 참가할 예정으로 학생 모집 기간은 19일부터 오는 7월 2일까지다.실습분야는 2주간의 실습기간 중 해당분야 최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심도자 시술 및 수술 참관, 닥터헬기 견학, 시뮬레이션 실습 등 현장감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또한 의과학분야 연구는 기초의과학 및 융복합 분야 등의 연구 프로그램(20일)에 참여해 연구방법 등을 배우고 미래 의사과학자로서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실습 및 연구 사업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학생지원금이 지원되고, 실습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수료증을 수여할 계획이다.공단 관계자는 "필수의료분야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이 미래 필수의료분야 인력 양성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4-06-19 14:02:52정책

서울성모병원 김완욱·곽승기 교수, 과학기술진흥 유공 표창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왼쪽부터) 김완욱, 곽승기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완욱·곽승기 교수가 최근 개최된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제57회 과학의 날을 맞아 각각 과학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김완욱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 분야 대표 의사과학자로서 지난 30여 년간 임상의로 활약함은 물론,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을 밝혀내고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해 한국 의과학 연구의 발전과 혁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여 받았다.곽승기 교수는 2009년부터 면역학 분야의 활발한 기초 및 이행성 연구를 수행해 면역학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지난 2023년에는 대한류마티스학회 총무위원장을 역임하며 면역학의 학문적 발전과 전문가 단체로서의 사회적 책무에 힘써 학회의 도약을 이끌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한편, 이번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제57회 과학의 날과 제69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정보통신 진흥 및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유공자를 포상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024-06-10 11:54:57병·의원

"국산 의료기기, 우리가 잘 쓰고 잘 알려야 큰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우리나라는 ICT 강국이자 제조 강국이다. 반도체, 자동차,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거대언어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사실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분야 모두 강국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종합기술 산업으로 볼 수 있는 의료기기산업 강국에 필요한 기술적인 인프라를 완비한 몇 안 되는 국가이다. 게다가 의료서비스의 수준 또한 세계 최상위급 아닌가.기존 주력산업과의 차이점으로는 소량다품종 산업이라는 점과 시작이 늦은 후발주자라는 점, 그리고 내수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어도 해외시장 수출 루트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모든 산업 분야가 마찬가지이지만 후발주자인 경우 나름의 강점이 뚜렷하지 않은 한 세계 시장 진출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료기기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규제 분야이며 각국에서는 나름의 규제 체계를 갖추고 그 수위가 강화되는 형세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우리로서는 그 진입장벽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의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모두 시작 당시에는 후발주자로 뛰어든 분야들이다. 의료기기 분야라고 우리가 세계 선도국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중국 상해 CMEF 참관기최근 6개월간 의료기기 분야 주요 3대 국제 전시회를 모두 다녀왔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MEDICA, UAE 두바이에서 열린 Arab Health,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MEF 춘계전시회(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 등이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MES까지 참가했는데 아직은 구성요소나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워 보인다. 각 전시회는 주 목표 시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존의 의료기기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게 놀란 전시회는 중국의 CMEF였다.중국의 의료기기 업체들은 원래 국제 전시회에 대규모로 참여해 왔던 큰 손이었지만 최근 국제 정세 때문인지 해외 전시회에서의 존재감은 전에 없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 그 현장을 체험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하에 급하게 참여하게 됐다. CMEF에 전시된 품목의 종류는 빠진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고 MRI, CT, PET-CT, PET-MR, SPECT-CT, Cyberknife, 소화기내시경, 심지어 풀버전 수술로봇 제작업체가 각각 십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는 분야별로 한 두 개의 업체가 제작하고 있거나 아예 생산기반이 없는 분야들이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섬세함이나 정밀함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재활 관련 기기들은 마감에서 다소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968 슬라이스 CT, 7T 전신 MRI 등 우리로서는 '그림의 떡' 같이 여겨지는 제품들도 전시돼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력 품목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의 경우 대형장비들 옆에 조그맣게 전시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에 비해 특허 관련 개념이 약하고, 시장경쟁력 측면에서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제품들도 꽤 많았다.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국제 전시회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자세한 영문 설명이 드물었다. 심지어 영어 소통도 어려웠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자국 시장만으로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된다는 점이다. 의료기기 굴기(崛起)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중국에서는 자국 의료기기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으며 중국 내 병원에서 일정 수준 활용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지침이 있다. 불과 십 년 전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중국 병원에서의 활용이 큰 몫을 했다. 가격경쟁력을 무기 삼았던 과거에 비해 기술력도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결과적으로, 사용돼야 발전한다는 선순환 공식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셈이다.병원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적의료기기는 대부분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쓰일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수만 종의 의료기기가 현장에서 사용되는 만큼 틈새시장을 타겟으로 삼는 의료기기도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으나 대부분은 기존의 시장에 기술, 가격, 편의성 측면에서의 우위를 제시하며 진출해야 하는 품목들이다. 국산 의료기기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국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돼도 국내에서 활용 사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해외시장에서 인정되기 어렵다. 물론 해외에서 우선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고 국내에 역진출하는 의료기기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보수적인 의료체제에 편입되기 어렵다.국산 의료기기 제품은 연구자 기술 중심으로 개발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요구되는 수요와 부합하지 않아 활용되지 않는 예가 많으며, 우수한 국산 의료기기를 개발했더라도 인지도와 사용경험 부족으로 경쟁력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R&D 단계에서부터 임상의 사용목적을 명확히 하고 차별성과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병원의 참여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병원과의 접점 강화를 위한 범부처의료기기개발사업단의 프로그램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에서는 병원 및 임상의가 사용자가 아닌 의료기기 개발 기획자로서 의료기기 개발 기획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임상 의사들이 사업단을 통해 개발 중인 의료기기에 관심을 두고 임상현장의 식견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대한의학회와 협력해 임상학회 자문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임상학회 자문 플랫폼은 △각 임상학회 내 의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문유닛을 구성하는 임상학회 자문 △의사를 포함해 의료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임상전문가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1개의 과제에 집중해 다각도로 의견을 전달하는 건강가치탐색포럼 △의료기기 사용자인 임상 전문가에게 국산 의료기기 회사를 홍보하고 신규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R&D의 진행 경과를 노출시켜 의료계 인식 제고를 유도하는 임상학회 학술교류행사 등 3개의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임상학회 자문의 범위는 미충족의료수요(clinical unmet needs)를 수집해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자문을 포함해 시작품 및 시제품이 의료현장에 특화된 성능 및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피드백 받는 자문, 사용적합성평가 실시 전 계획을 검토받는 조언, 임상시험계획 수립을 위한 적응증 및 사용목적을 설정하는 자문 등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특히 올해부터는 대한의학회와 공동으로 개발한 미충족 의료수요 기반 의료제품 설계서 양식을 활용해 의료기기의 적응증과 사용목적이 명확히 정의된 임상적 관점의 의료기기가 설계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자문을 통해 실효성이 입증된 의료기기가 개발되고, 궁극적으로는 의료현장 진입 성공률이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다.마치며병원과 의료기기 산업계 간 접점이 많아져야 한다. 임상의가 모여 있는 병원은 의료기기산업의 최종 수요처이다. 그리고 미충족 의료수요가 발생하는 주요한 R&D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연구중심병원이 활성화되고 의료기기 또는 의공학 연구에 관심 갖는 의사과학자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은 필수적이다. 최근 임상의가 직접 의료기기 창업을 하는 사례와 기존 의료기기가 임상의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그 완성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많은 예가 생겨나고 있다.제품의 품질이 글로벌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우리 병원에서 쓰여야 글로벌시장 진출 및 선도가 가능해진다. 어떤 국산 의료기기 품목들이 제조되고 있는지 잘 몰라서, 또는 막연히 신뢰가 가지 않아서 사용을 꺼린다는 일부 임상의의 설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좋은 의료기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품질 좋은 국산 의료기기를 알리고 잘 사용되도록 독려하기 위한 정책적인 전략 및 배려가 필요하다.
2024-06-10 05:00:00오피니언

인재를 함께 기르는 나라

메디칼타임즈=차의학전문대학원 오예지 얼마전 미국을 방문하여 난임 연구실 박사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 최근 핫한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등록금 무료 이야기가 나왔다. 이 대학 교수 출신이자 이사회 의장 루스 고테스먼이 10억 달러를 기부했고 아인슈타인 의대는 NYU에 이어 뉴욕에서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두 번째 의대가 되었다.고테스먼 의장은 신입 의사들이 20만 달러가 넘는 등록금 때문에 진 학자금 빚 없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향후 의대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미국의 경우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떠올릴 때 사업, 금융, 로펌을 떠올린다고 한다. 한국에서 의대가 인기 많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내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학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국가와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미국인들은 어떻게 이처럼 기부에 관대할 수 있는 걸까? 해답은 미국이 국가를 위한 인재 양성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본인 또는 가족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에 인재가 나올 수 있고 그 인재가 국가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 것이다.이러한 사회 속에 양성된 인재들은 그 가치를 이어받고,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국가를 위한 인재를 함께 길러내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참 감명 깊었다.한국 의료계는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의사과학자의 수가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에는 소위 필수의료라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 수 부족 또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얼마 전 약사인 친척 오빠와의 대화 중 산부인과 이야기가 나왔고,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곳은 성적 안 좋은 의사들이 가는 인기 없는 과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여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졌다.바이탈과를 가고 싶다는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주변의 인식은 성적이 안 좋아서 인기과를 못 가는 의사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자기 PR시대에 필수과들에게 씌워진 잘못된 편견 정정과 더불어 왜 인기가 없어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가 왜 필요한지를 대중에게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 또한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본다.'一年之計 莫如植穀也, 十年之計 莫如植木也, 終身之計 莫如植人也'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과 같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고,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국가 구성원 전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2024-04-08 19:51:39오피니언

이종태 KAMC 정책연구소장 "의학교육 국가 재정지원 필요"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의학교육에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의대교수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이종태 정책연구소장은 27일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개최한 '의과대학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개선과제' 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이종태 소장은 국가가 법과 제도의 틀 내에서 의학교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이를 위해 복지부와 교육부 차원에서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교육기능을 보다 강화해 전공의 수련에 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기본의학교육'에 재정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KAMC 이종태 정책연구소장은 2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의대교육과 전공의 수련에 정부의 법적, 제도적 지원을 제안했다. 이어 전공의 교육을 전담하는 임상교수에 대해서도 교육보호시간(protected time for teaching)을 확보해줄 것을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연구중심병원 지정기준에도 연구인력에 대해 '기초의학전공자에 대한 연구 지원 여부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의대생, 전공의 등 미래 의료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얘기다.특히 공립/사립을 따지지 않고 의과대학 전체에 교육재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원이 필요한 항목으로는 미래의료, AI 교육, 환자안전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교수·학습활동 경비 명목의 예산을 꼽았다.이와 더불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담당교수를 양성하는 등 활동에 대해서도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항목이라고 봤다.눈에 띄는 것은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해당 의사의 급여와 정착금을 지원하고 전공의 급여 등 수련교육비용도 정부가 지원해야할 항목으로 구분했다.이어 수년째 허공의 메아리만 외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성과를 내려면 해당 연구원에 대한 급여, 장학금(MD-PhD), 연구활동 지원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연구 레지던트와 기촉의학전공의 양성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이 소장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의과대학 교육비용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불하고 있다. 22년도 기준, 미국 의과대학은 등록금(공립대학 3.3%, 사립대학 3.2%)과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정부/대학본부 지원금이 평균 632억원에 달한다.게다가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기금 및 계약금액은 공립대학 평균 1680억원, 사립대학 평균 3430억원 수준이다.미국은 2015년을 기점으로 전공의 교육에 대한 직접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의료취약지역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에 대한 지원도 시작했다. 또 메디케어 자금을 지원받는 전공의 수를 향후 7년간 1만4000명으로 확대해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또한 이 소장은 장기적 과제로 의사인력계획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의사인력 수급계획을 세우는데 독립적인 상설 자문기관을 세우자는 얘기다.해당 자문기관은 의료계 대표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고 3년 단위 등 정기적으로 의상인력 수급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등 활동할 것을 제안했다.이어 의사, 전문의, 세부전문의들의 미래에 의사 수가 부족한지 과잉인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의대생 정원을 조정하고 전공의 교육수련 정책을 세워 정부 권고안 개발을 함께 제안했다.이날 함께 발표를 맡은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의학교육학교실) 또한 "임상교수의 교육 제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한다"면서 "전공의 급여와 교육재정도 예산을 지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2024-03-28 00:35:09병·의원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 돌입한 금기창 연세의료원장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금기창 신임 연세의료원장(방사선종양학과)이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금 의료원장은 19일 오전 10시 열린 제19대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취임식에서 '소통과 실천을 통한 혁신'을 모토로 향후 4년간의 연세의료원 발전 계획을 밝혔다.  연세의료원 금기창 의료원장은 19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이전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경영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금 의료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전 직원에게 서신을 보내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에 따른 수입감소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며 경영위기 상황을 전한 바 있다.그는 경영위기 상황에서 의료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부담이 크다면서도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기술 적용 등 급변하는 사회흐름에 맞는 적극적인 대응과 더불어 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이와 더불어 진료 현장에 IT 기술을 적용하고 의료 선진국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또한 그는 재원을 다변화함으로써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핵심으로 현재 진행 중인 '거액모금캠페인'을 제시했다. 기부금을 기반으로 선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이어 수년 째 추진해온 굵직한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과대학을 비롯해 치과대학, 간호대학, 보건대학원 교육 공간을 확대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도 언급했다.또 최근 비상경영으로 중단 위기 우려가 큰 신촌-강남-용인에 이어 송도 지역까지 아우르는 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금 의료원장은 주요공약에서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전임 교원 정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해 교원들이 교육‧진료‧수술‧연구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을 약속했다.특히, 현재 시행 중인 책임경영제를 확대 운영해 교직원에게 업무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인사 및 교육제도 개발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한편, 금기창 신임 의료원장은 1988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이후 연세의료원 홍보실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주임교수, 중입자건립추진본부 본부장, 연세암병원 병원장,  송도세브란스병원건립추진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학회장(이사장 겸임) 등을 지낸 바 있다. 
2024-03-19 12:02:22병·의원

서울의대 의예과 15명 증원…의과학과 50명 별도 신청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서울의대는 의대증원 2차 수요조사에서 의예과 15명+의과학과 50명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는 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2차 수요조사에서 의예과 15명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서울의대는 "의약분업 당시 감축된 정원 15명을 회복해 필수공공의료·지역의료 공백 해소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7일 밝혔다.다만, 서울의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가칭)의과학과를 신설, 해당 과에 50명 정원을 별도로 신청했다. 의과학과는 기초보건 및 첨단 바이오·헬스분야 연구에 주력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다.서울의대는 지난 2008년부터 기초과학 연구에 전념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추진해 온 바, 의과학과 신설을 통해 바이오·헬스 관련 학과와 첨단융합학부와 연계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서울의대는 "이번 증원 신청을 통해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기여함과 동시에 의료계에서 염려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정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이어 "이번 증원이 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의사과학자 양성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03-07 15:28:06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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