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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색전술, 의료진 과실 없는데…770만원 배상한 이유는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고령의 환자에게 뇌동맥류 소견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코일색전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마친 환자는 편마비 증상으로 우측 팔다리 마비 및 인지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났다.환자 측이 의료진을 향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77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2022년 4월 중순 70대 환자 A씨는 어지럼증 등을 느끼고 인근 병원을 방문한다. 뇌 MRA 검사상 뇌동맥류 소견이 나타나자 B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돼 신경과 및 신경외과 외래 검사를 진행한다.4월 말 검사결과 전교통동맥 부위 미파열성 뇌동맥류 5.77×3.67mm, neck 3.43mm가 관찰되자, A씨는 B병원에 입원해 뇌혈관 조영술을 받고 퇴원한다.5월 중순이 되자 A씨는 B병원에 재차 입원해 오전 8시 45분부터 11시 25분까지 전신마취하 코일색전술을 받는다.당시 수술 도중 동측 전대뇌동맥 전체 폐색(ipsilateral ACA was total occluded)이 발견됐다.A씨는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실해 항혈전제 투여를 받았으나, 의식이 혼미하고 우측 편마비 증상 등이 나타나 당일 오후 4시 53분경 뇌 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좌측 뇌경색 소견이 확인됐다.A씨는 항혈전제 투약과 혈압조절 등 집중치료를 받고 수술 8일 차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이후 계속해서 B병원에 입원해 보존적 치료 및 재활 치료 등을 받았다.8월 말 우측 어깨 통증이 나타나자 주사 치료, 우측 어깨 MRI 촬영, 재활의학과 협진 등을 받고 9월 중순 퇴원했다.A씨는 현재까지 거동 어려움을 비롯한 인지 및 언어기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나타나, 인근 다른 병원에서 재활치료와 언어치료 등 병동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령의 환자에게 뇌동맥류 소견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코일색전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마친 환자는 편마비 증상으로 우측 팔다리 마비 및 인지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났다.이에 환자 측은 B병원 의료진이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스텐트를 삽입하지 않은 과실로 코일이 탈출했고, 그로 인해 혈관이 폐색돼 우측 팔다리 마비 및 인지 능력 저하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또한 환자 측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이 사전 설명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의료진은 A씨의 뇌동맥류 크기가 장축 5.77mm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스텐트 삽입이 필요한 경우로 판단되지 않아 코일색전술만 시행했다고 반박하며, 적절한 술기였음을 주장했다.불가항력적으로 코일이 모동맥쪽으로 이탈돼 좌측 대뇌동맥 혈류가 폐색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의료진은 이를 해결하고자 항혈전제와 와이어를 통해 개통을 시도했으나 혈관 파열 등을 초래할 수 있어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고, 중대뇌동맥을 통한 우회 혈류를 확인하고 수술을 종료했다.설명의무 위반과도 관련해, 환자실 입실 후 위 상황 및 A씨 경과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환자 의식 상태 명료한데 자녀에게만 수술 설명…자기결정권 침해"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A씨에 대한 코일색전술 및 수술 후 치료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중재원은 "미파열 동맥류의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코일의 이동으로 모동맥이 막힌 것으로 보인다"며 "재관류를 시도했지만 혈류가 회복되지 않았고, 중대뇌동맥을 통해 일부 혈류가 흘러들어옴을 확인하고 수술을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이어 "스텐트 사용 여부를 포함한 수술 재료의 선택은 의사 전문 재량권의 영역을 스텐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또한 수술 중 동맥류 내에 위치했던 코일이 이동해 정상 모동맥이 막히게 됐을 때, 의료진이 와이어를 통한 재관류를 시도하고 항혈전제를 투여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중재원은 "의료진은 수술 후 뇌경색 발생에 따른 우측 편마비와 언어 장애, 인지 기능 저하에 대해 적절한 경과관찰 및 약물치료, 재활 치료를 시행했다"며 "A씨와 관련된 진단, 검사, 수술, 처치 등에 의료진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이 B병원 의료진 발목을 잡았다.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환자나 법정대리인 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상, 환자가 아닌 친족 등 보호자의 승낙만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B병원 의료진은 A씨 상태를 고려해 환자의 가족들에게 혈관 내 동맥류 색전술 동의서 서식을 통해 환자 상태, 수술의 목적, 방법, 장단점, 예상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설명했다.하지만 중재원은 수술을 받을 당시 A씨의 의식 상태가 명료했기 때문에 환자 본인에게 시술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고 판단했다.중재원은 "환자 본인이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데 B병원 의료진은 A씨 자녀에게만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자기결정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중재원은 A씨가 B병원에서 치료받으며 발생한 진료비 1144만원 중 773만원의 지급 채무를 면제하고, 서로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해 일체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할 것을 권유했고 양측 모두 받아들였다.의료관계자들은 고의성이 없음에도 치료 및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책임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필수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 책임 쉽게 인정…필수의료 위축 불가피"코일색전술과 관련해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돼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는 코일색전술을 받은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의료진 과실은 없지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환자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수술동의서 등을 살펴보면 진단명 및 수술법,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은 인정되지만, 뇌동맥류 자연 경과 및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예후, A씨 뇌동맥류 위치로 볼 때 수술 중 파열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의료관계자들은 고의성이 없음에도 치료 및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책임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필수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고강도, 고난이도로 지금도 지원자가 적은 뇌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의료법학회 관계자 A씨는 "뇌졸중 등은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 질병으로 서울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 해 숨진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며 "필수의료 중 필수의료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의료진 과실 책임이 인정됐다는 기사가 빈번히 나온다면 당연히 해당 과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이어 "특히 수술과 그 후 처치에 대해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인정받았음에도 설명의무나 서류작성의 미진함 등을 이유로 10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의사에게 가혹한 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코일색전술이 환자에게 적절한 수술이었고 수술 과정에 의사가 최선을 다해 과실이 없다면 의사에게도 면책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04-16 05:30:00정책

'의사-환자' 모두 불만족 의료분쟁조정 대폭 손본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추진하고, 현재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를 대폭 손본다.보건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14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내용 중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관련해 의료계 관심이 크다"며 "속도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박미라 과장은 "의료사고특례법은 의료계가 가장 원하는 정책 중 하나로 복지부 내부적으로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박미라 과장은 "의료사고특례법은 의료계가 가장 원하는 정책 중 하나로 복지부 내부적으로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큰 틀은 필수의료패키지에 담겼으니 세부 내용을 신속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책임보험‧공제 가입 시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공소제기를 막고, 피해 전액 보상 종합보험‧공제 가입 시 공소제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특히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한정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겠다는 내용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환자단체의 비판을 받았다.박미라 과장은 "의료사고특례법과 관련해 의료계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며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으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두 당사자가 모두 조금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복지부는 의료사고특례법 도입 전 의료사고 수사 및 처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최근 의료사고 수사 및 사건처리절차 개선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으로 대검찰청에 응급의료행위 및 응급조치 과정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 감면 규정을 적극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다.박미라 과장은 "의료사고에 있어서는 검찰과 경찰 모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전문가 의견을 듣고 판단하자는 취지"라며 "기존에 있던 사건처리절차 지침에 의료사고의 경우는 불필요한 대면수사 등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등 수사 가이드라인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기준 마련 박차"또한 복지부는 형사조정 및 의료분쟁 조정·중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정부는 현재 의료분쟁중재원 등을 통해 의료사고 소송을 막고 조정, 중재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크게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박미라 과장은 "특히 의료분쟁중재원으로 사건이 접수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과실 입증이 어렵다는 결과로 결국 민·형사 사건 처리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의료계 또한 과실이 없어도 배상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어 "의료계와 환자 모두 현행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아 혁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상반기 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과 긴밀히 논의해 개혁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필수의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 또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분만사고와 관련해서는 무과실 분만 사고 피해자 보상금 국가지원을 현행 70%에서 100%까지 확대하고, 그 외 소아 진료 등은 의료사고 사례 등이 의학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 보상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미라 과장은 "소아청소년과와 관련해 어디까지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산부인과는 신생아 몸무게 등 기준을 명시화할 수 있는 수치가 있는데 산부인과는 유형화가 곤란해 뾰족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명확한 의학적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회에 의견을 요청했다"며 "전문가와 소통을 통해 명확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02-15 05:30:00정책

고액 배상 판결 늘어나는 산부인과…치솟는 보험료로 이중고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최근 산부인과 의료사고에 대한 고액 배상 판결이 늘어나면서 개원가 근심이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보험료 부담으로 분만을 포기하는 병·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4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액의 보험료로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해배상보험 가입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제 현대해상 자료를 보면 계속되는 산부인과 의료사고 고액 배상 판결에도 올해 산부인과 의사 배상 프로그램 가입률은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산부인과 의사들의 손해배상보험 가입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현대해상 산부인과 의사배상 프로그램 지역별 가입현황 현장 의사들은 이 같은 저조한 가입률의 이유로 높은 보험료를 꼽고 있다. 의사 한 명당 연간 보험료가 900~1000만 원에 달해 의료사고 시 보험금과 보험료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에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등 고액 배상 판결이 계속되는 상황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 같은 배상액 역시 계속 증가할 전망인데, 의료사고에 휘말리게 된다면 보험료 증가로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와 관련 한 산부인과 원장은 "분만병원을 하면서 이런저런 보험에 가입하면 1년에 나가는 돈이 억대가 넘는다"며 "일례로 의사 8명이 근무하는 분만병원이라고 하면 연 보험료만 7000~8000만 원이 나간다"고 말했다.이어 "이 보험의 배상 한도가 3억 원일 때 3~4년 동안 의료사고가 1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굳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아예 의료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히려 보험료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산부인과 관련 손해배상보험의 상품 유형을 보면 병원 차원에서 가입하는 방식과 의사가 직접 가입하는 유형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병원 가입 상품의 보험료가 더 높은데, 반해 개인 의사가 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병원 측이 대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욱이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개인 의사가 아닌 병원장을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의료사고에 대한 고액 배상 판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 대책이 돼야 할 보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결국 높은 이는 분만병원이 분만을 포기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는 우려다.실제 현대해상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료사고 중 분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3년 57%에 달했던 분만 의료사고는 2022년 30%로 반토막 났다. 분만 건수와 의료사고율과 비례하는 것을 고려하면, 분만을 포기하는 병·의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산부인과 의료사고에서 분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3년 57%에서 2022년 30%로 반토막 났다.이와 관련 한 분만병원 원장은 "산부인과는 산모와 신생아를 함께 보기 때문에 의료사고 시 배상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산모가 고소득자라면 배상 금액이 단위가 달라진다"며 "모름지기 보험료는 가입자 수가 많고 배상액이 적을수록 싸다. 하지만 산부인과 배상보험은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아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관련 대책으로 의료배상 책임보험과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국가보상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특히 의료배상 책임보험은 의료계 내부 입장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모든 의사가 의사로 일하는 것이 아니며 은퇴 시기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전문과 별로 의료사고로 발생하는 배상액도 천차만별인데, 이를 일괄적으로 책임보험화하는 것은 내부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또 책임보험화 시 높아진 보험료가 위험도 수가에 반영되면서 분만 수가가 현재의 10배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국가보상제의 경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로 구제 대상을 한정한다면, 어떻게든 과실이 인정돼 대부분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보상한다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관련 대책으로 형사고발이 불가능한 의료과실 항목을 만들고 의료사고 감정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가 합리적이라고 봤다.현재 우리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도 형사 기소가 가능해 그 건수가 영국의 550배를 넘었다는 것. 의료사고 감정 역시 감정인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그 비용 역시 비현실적이어서 악용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그는 "우리나라에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면 바로 형사 기소를 해버린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에선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는 형사 기소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원이 과실 부분에서 형사 기소를 할 수 없는 요건을 상당 부분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이어 "의료 감정도 강화해야 한다. 누가 어떤 전문성에 기해 감정하는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는데 적어도 법학을 10년 이상 공부했거나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으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며 "감정 비용도 감정서 분량에 따라 10~1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비용이나 절차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사건의 사안별로 감정인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제도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023-12-05 05:30:00병·의원

소송 무서워 분만 피하는 의사들...기소 건수 영국의 580배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15일 국회체험관에서 개최된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 소송의 현실 토론회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해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분만 관련 사고인 경우 의료인의 책임을 면책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현행 분만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위해 의료인에 대한 보상을 하지만 보상 재원의 30%에 의료인에 부과하고 있어 분만실 운영 및 소송 발생 가능성에 대한 완전한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는 것.실제로 산부인과 전공의, 전임의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도 분만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로 분만 관련 의료소송을 제1의 원인으로 지목,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5일 대한산부인과학회 주관, 국회의원 최재형, 신현영 의원 주최로 국회체험관에서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 소송의 현실 토론회가 개최됐다.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들에 대한 기소 건수는 일본의 입건 송치 건수 대비 14.7배, 영국의 과실치사 기소 건수 대비 580.6배, 독일의 의료과실 인정 건수 대비 26.6배로 우리나라 의사들에 대한 기소율이 외국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문제는 분만은 본질적으로 큰 위험을 동반하므로 산부인과 의사가 최선을 다해 의료 행위를 제공하더라도 산모나 태아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특히 국내에서도 첫 출산 평균 연령 및 40세 이상 고령 산모의 출산이 늘어나면서 이와 맞물린 산모 사망 위험률은 증가 추세다.'산과 의료 소송의 증례'를 리뷰한 성원준 경북의대 교수(칠곡경북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는 분만 관련 산모 연령대의 변화 및 모성사망비 추세 변화를 통해 문제점을 짚었다.성 교수는 "전체 출생아수는 2012년 48만명에서 점차 감소해 2022년 24만 9천명까지 감소했다"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산모의 연령대별 비중도 변화했는데 25~29세, 30~34세가 감소한 반면 40~44세 산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성원준 경북의대 교수그는 "첫 출산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30.5세에서 32.6세로 증가했다"며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조기 양막 파열, 분만 후 출혈, 임신 중독 등 고위험 임신 8대 질환으로 입원한 임산부는 2009년 2만 7223명에서 2019년 7만 895명으로 급증했고 이는 자연히 모성 사망과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매년 약 30명의 산모가, 400명의 신생아가 사망하고, 신생아 약 600명이 뇌성마비로 진단된다.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산모나 태아의 사망 혹은 신생아 뇌성마비 등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뇌성마비는 뇌의 비정상적인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의 손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의료인이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성 교수는 "OECD에서 가장 높은 산모 연령에도 불구하고 낮은 모성사망비를 유지하고 있다"며 "2011년 기준 25~29세는 12.4명, 30~34세는 14.5명, 35~39세는 33.7명, 40세 이상은 65.8명으로 급증하고, 2021년 해당 건수는 각각 8.7명, 6.9명, 7.9명, 26.6명으로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출생아 10만명당 모성사망비는 연령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임산부의 연령대 증가와 사망률이 덩달아 증가하는 경향성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노력으로 평균 모성사망비를 낮춘다해도 고령의 출산 환경에서 일정 부분 사망 사건의 발생하는 피할 수 없다.한편 분만 사망의 조정 신청 금액 및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조정률은 가파르게 증가했다.성 교순는 "조정 신청 금액은 2018년 1억 6602만원에서 작년 4230만원으로 줄었지만 조정률은 37%에서 85.7%로 뛰었다"며 "분만 관련 장애 조정 신청과 조정 성립 역시 분만의 전체 건수가 줄어들며 조정 신청이 줄고있지만 조정이 성립된 조정률은 2020년 28.5%에서 2021년 50%, 2022년 100%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그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분만 관련 민사의료판결문 200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의료사고 해결 기간은 1435일(3.9년)이고 최소 276일에서 최대 12년까지 걸렸다"며 "원고(일부) 승소는 34%, 원고 패소는 45%, 화해 권고는 21%였다"고 밝혔다.평균 원고 청구액은 약 2억 3천만원이었고, 최소 1천만원에서 최대 40억 4천만원까지 다양했다. 평균 손해 배상액은 약 7천만원이었지만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억 5천만원의 배상 사례도 보고됐다. 평균 책임 제한 비율은 45%, 주요 사고원인 진단명은 신생아 가사가 42%였다.성 교수는 "의료진의 분만 관련 소송에 대한 부담은 분만 인프라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분만 관련 소송의 증가는 의료진뿐 아니라 산모 및 향후 출산을 원하는 국민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는 "항상 위험을 안고 있는 출산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서는 분만 관련 불가항력적 사고에 관한 국가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현행 분만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위해 보상 재원을 마련하고 의료진에 지원하고 있지만 보상 재원의 30%를 의료인에게 부과한다.무과실 사고에도 의료인에게 재원 마련을 떠넘기는 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에 한해 비용을 분담토록해 오히려 분만 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를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해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의료인에게 보상재원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실제로 이날 발표된 산과 의료 소송이 분만 기피에 미치는 영향 설문 결과 역시 산부인과의사들의 '심적 부담'을 뒷받침했다.설현주 경희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산모를 담당할 전문인력의 부족은 모자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해 분만인프라 붕괴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산부인과 전공의 4년차 및 산과 전임의, 산과 교수를 대상으로 고위험분만 현황, 개선책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산과교수 120명, 4년차 전공의 총 125명 중 65.6%(82명), 전임의 총 36명 중 77.8%이 설문에 응했다.조사 결과 4년차 전공의 및 전임의의 향후 진로에 대한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47%가 전문의 취득 및 전임의 수련 이후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예비 전문의 및 전임의의 절반이 분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젊은 의사들에게 의료소송의 심적 부담을 대변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분만 포기의 이유 역시 '분만관련 의려사고 우려 및 발생에 대한 걱정'이 79%로 가장 큰 이유를 차지했다.설현주 교수는 "향후 분만을 하겠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현재 분만을 수행하는 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75%가 분만 관련 의료사고 우려 및 발생을 꼽았다"며 "분만을 담당하던, 하지 않던 젊은 의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분만 고나련 의료사고와 이로 인한 의료 소송 스트레스였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대한의사협회는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에 대한 기소나 형사처벌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이 필수적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다.
2023-09-16 05:30:00학술

의료 형사 사건 수사의 변화, 대응책은?

메디칼타임즈=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의사 등 의료인의 업무과정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는 그 자체로 침습성과 이에 따른 위해 발생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의 시행과정에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위해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환자가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됐다는 이유로 의료인의 형사 책임 부담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한편 의료인의 형사 책임 부담 여부가 문제될 때 해당 의료인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되는데, 수사란 형벌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를 발견,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 보전하며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해 공소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료과실이 문제가 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뿐만 아니라 의료법 위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의료인 관련 여러 범죄에 관하여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이전에는 의료 관련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일선 경찰서에서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각 지방경찰청에 보건의료범죄 전담 수사부서가 설치 운영되면서 일선 경찰서와 각 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부서가 사건을 나누어 의료인에 대한 수사를 분담하고 있다. 각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특히 환자가 사망하거나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사지마비와 같은 중대한 장해가 발생하였을 때는 일선 경찰서가 아닌 각 지방경찰청의 전담 수사부서에서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의료전문변호사로서의 업무수행경험으로 볼 때, 각 지방경찰청의 전담 수사부서의 경우 일선 경찰서와 달리 보건의료형사사건에 관한 수사만을 담당하고, 해당 사건처리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의학용어와 의료기관 내부에서의 진료나 간호, 검사 등 업무 흐름과 관행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이해도를 보이고 있다.이에 더해 일선 경찰서의 경우 의료사고가 배당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의료과오 및 인과관계에 집중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반면, 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부서는 의료과오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경우 의료법이나 마약류관리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보건의료관련 법령과 관련해 형을 선고받게 되면, 의료인 면허자격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무면허 의료행위나 진료기록 허위 기재 등 의료법 관련 사항이나 마약류관리법 관련 사항, 연명의료결정법 관련 사항, 응급의료법 관련 사항 등도 살펴보고 혐의점을 확인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실제로 성형외과의원에서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부서가 담당해서 단순히 업무상과실 존재 여부의 확인에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수사를 통해 무면허 의료행위의 혐의점까지 추가적으로 밝혀 해당 의료진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도록 기여했다. 3차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부서가 담당해 간호사의 투약오류를 확인함과 동시에 증거인멸 시도, 허위 기록 작성 등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한 사건이 있다.또한 COVID-19 시국에 응급실에 내원한 흉통 및 호흡곤란 호소 환자가 사망한 사건은 일선 경찰서로 고소되었지만 재배당돼 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부서가 담당해 수사하면서 진료기록 뿐만 아니라 당시 응급실 재원현황과 CCTV 등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내원 직후의 환자 증상과 당시 응급실 병상 포화 상황 및 COVID-19과 관련한 감염관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업무상과실 및 응급의료법 위반사실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 불송치결정으로 마무리됐다. 내원 당시부터 위중했던 고령의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의료감정 및 부검결과 등을 종합, 의료과실 유무를 하나하나 확인해 의료진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결정을 함으로써 의료진이 억울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한 사건도 있다.전문화된 보건의료범죄 전담 수사에 신중‧전문화된 대응 필요최근 의료형사사건의 경향으로 볼 때 환자 측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측이 변호사를 통해 여러 자료를 제출해 수사기관에서 상당한 정보를 보유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더욱 전문화된 보건의료범죄 전담 수사부서가 수사를 담당할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법률적 방어를 위해 더욱 신중하면서도 전문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구체적으로 수사관은 상당한 정보를 보유한 상태에서 사건을 수사함에 반해 의료진은 수사 초기 단계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법적 의미를 잘 알지 못해서 수사 초기 단계인 자료 제출, 참고인 소환 진술, 피의자 신문 등에서 의료진이 법률적 조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에 대응하게 되고 이후 수사 및 소송 단계에서 초기의 대응 및 진술내용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실제로 의료진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 변호사 선임 없이 홀로 소환에 응했다가 수사관의 유도심문에 말려 과실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례가 있다. 의료전문변호사가 아닌 의료분야의 문외한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다가 오히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가 추가되거나 참고자료 제출 등 필요한 대응을 하지 못해 법적 위험성이 현실화된 일도 있다.그러므로 환자 측이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고소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참고인 진술이나 피의자 신문 등 수사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면적으로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구성하는 등 신중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하여 수사에 대응하는 것이 법적 위험성을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3-01-17 05:00:00오피니언

"치료하다 환자 사망했다고 의료인 처벌하면 필수과 기피 심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특례법 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인 형사처벌이 늘어나면서 위중한 환자를 진료하는 필수의료과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다.19일 개최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관련 의료분쟁에서 의료인 대한 공소권을 없애는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 현장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의료행위의 형벌화 경향을 발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과실치사상죄에 대한 경·검찰 2010~2019년 처분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건수 중 전문직 비중이 22.7%였으며 이중 의사가 73.9%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336명의 의사가 기소되고 있다는 것.그는 이 같은 현상으로 원인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 제도를 지목했다. 실제 해당 제도가 시행된 2012년 업무상과실치상은 3557%, 업무상과실치사는 192.7% 증가했다. 또 2012년 검찰에 송치된 전치 2주 이하 피해 환자는 3.76%였지만 이후 연평균 30.4% 증가했다.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입법취지와는 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 이 제도가 민사책임인 의료과오 소송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조장제도 실효성 및 관현 제도의 지속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김 부연구위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 제도 및 자동조정제도가 시행된 2012·2017년 검찰 입건송치수, 과실치사상죄 제1심 형사 재판, 제1심 의료인 피고인 수가 모두 증가했다"며 "의료행위별 의료과실 원인을 보면 수술과 처치상 의료과실이 전체 과실의 66.7%였으며 제1심 형사재판 원인은 수술·술기가 전체 과실의 57%, 응급조치는 8%를 차지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나라 의료인 기소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영국의 경우 2007~2018년 중과실치사로 경찰 접수된 의사는 37명에 불과하다. 미국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위반 정도만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이 인정되고 수술·술기로 처벌받는 경우는 없었다.독일 검사제출 사망법의학감정서를 보면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만 의료과실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전체 사례의 4.2%에 불과했다. 일본은 의료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가 감소세며 불기소는 증가하고 있다.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발제를 통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법제이사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인천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 중단 등 필수의료 붕괴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왜곡된 의료수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문제로 전문의·전공의가 부족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 인력의 업무 부담이 가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의료과오에 대한 형사처벌도 문제로 지적했다. 응급·중증환자 등 사망확률이 높은 환자를 진료하는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전 법제이사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료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특히 형사처벌 가능성은 공포에 가까운데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장치 부재가 필수의료 분야 기피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보완장치로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례법 제정은 다른 필수의료 대책과 달리 재정 투입이 필요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의료분쟁이 형사사건화하는 기조도 문제로 꼽았다. 의료분쟁은 비용·시간·입증책임 면에서 형사절차를 밟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이에 의존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형사책임은 행위자에 대한 응보 및 장래의 해악 발생을 방지할 목적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인데, 의료인에게 민사책임에 사회적 책임까지 묻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전 법제이사는 "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별권 발동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이로 인한 고위험진료 기피 현상은 결국 국민과 환자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필수의료 만큼은 의료인이 진료에 나설 동기를 보존해야 한다. 특례법으로 환자의 권리와 생명·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의료를 받은 환자에게 사상 의료사고 발생 시,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한 공소권을 없애는 특례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또 이를 중증·희귀·응급·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처방·투약 및 외과적 수술에 적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위험도 높거나 분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특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 현장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오상윤 총무이사는 10년 전부터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계속됐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오 총무이사는 "2013년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으로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보고서를 보낸 적이 있는데 지금 나오는 내용이 똑같이 담겨있다"며 "의료계는 이런 상황을 10년 전부터 경고했지만, 사건 터지고 뒷북치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 대도시여도 분만병원이 없는 경우가 많고 빅5병원도 산부인과 펠로우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반면 의료분쟁 관련 판례를 보면 의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왜 미리 대비하지 못했냐는 식이다"며 "현장 인력은 줄어드는 상황인데 분만병원 특성상 24시간 산모아 태아를 함께 돌봐야 한다. 의사가 실제 할 수 있는 행위와 사회적 기대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우려했다.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는 특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필수의료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조 변호사는 "같은 질환이라고 해도 치료법이 다양하고 약물치료인지, 수술·시술인지 등에 따라 필수의료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뤄졌음에도 정부가 환자에게 구상권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런 구상권·대의권 행사 때문에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한다고 본다. 앞으로 논의에서 의료사고 후속조치 관련 구상권 대의권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간사랑동우회 윤구현 회장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선의 의료행위 판단 여부를 확인하려면 소송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인 기소가 무조건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도 짚었다.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특례법이 필요하다면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전문직과의 형평성,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이어 "다만 이는 국민의 권리 구제 수단을 제한하는 방식임으로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세부적인 대책도 논의돼야 한다"며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2022-12-21 12:21:53병·의원

의사 매년 752명씩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하루 3명꼴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의료사고로 형사 소송에 휘말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연평균 754.8명이 기소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매일 약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는 셈이다.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현황을 담은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 9일 공개했다.의료정책연구소는 국내외 의료과실로 인한 의사의 형벌화 현황을 경찰의 수사단계부터 형사재판, 의료과오소송과 의료분쟁조정 및 중재단계까지 국내외 통계자료를 활용해 실증적으로 비교분석했다.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9일 공개했다.2013~2018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연평균 754.8명의 의사가 기소되고 있었다. 이는 2018년 연평균 근로일수 240일을 기준으로 매일 약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일본경찰 신고 건수 보다 9.1배 더 많고 영국 의료과실 의심 관련 과실치사 경찰접수 건수 보다 31.5배나 더 많은 숫자다.검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했을 때 68.7%가 구약식 처분이었다. 경과실 또는 피해정도가 '경미한 상해'로 본 것.또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평균 처리기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2010~2019년 처리기간을 보면 경찰조사에서 1개월 초과 2개월 이내가 24.9%로 가장 많았고 2개월 초과~6개월 이내가 20.5%로 뒤를 이었다. 검찰의 처리기간은 10일 이내가 가장 많았다.경찰과 검찰 결과 후 형사공판 1심부터 상고심 확정까지 평균처리 기간은 합의사건 951일, 단독사건 1057일로 나타났다.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과오로 인한 소송은 다른 인명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보다 고가의 소송이었고, 소송 및 조정 신청 건수가 많은 진료과목은 기피 진료과목과 비슷했다"라며 "의료분쟁조정 및 중재 제도도 형사 고소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사법경찰관의 의료과오 수사 전문 역량 강화 및 고소 남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사법 절차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 및 반의사불벌죄 특례조항 개정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3단계의 절차를 제시했는데 ▲1단계는 당사자간 사적 합의 또는 조정이 성립하면 원칙적으로 불기소 처분 ▲2단계는 합의가 불성립했을 때 의료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 전심적 기능 부여 ▲3단계는 조정 불성립시 민사재판에 의하며, 조정신청 전 고소가 진행되면 조정신청을 전제로 기소를 유예하고, 조정 결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상해 또는 사망했을 때만 기소여부 결정이다.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한 영미법계, 대륙법계와 우리나라의 사법절차 및 과실체계 등을 실증적이고 학술적으로 비교, 분석한 최초의 연구보고서"라고 의미를 부였다.그러면서 "최근 필수의료 분야 전공 기피 심화 현상도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별화 경향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인이 국민의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 진료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11-09 12:07:19병·의원

경실련, 의료중재원과 전면전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진보 시민단체가 의료분쟁중재원의 의료감정 공정성을 제기하며 공익감사 청구 등 전면전에 돌입했다.경실련은 의료중재원의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지난 4월 기자회견 모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감정 과정의 위법 및 부실 관리운영 등에 대해 감사원의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앞서 경실련은 지난 4월 건강세상네트워크와 환자연합회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중재원의 의료과실 감정서 은폐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기관에 고발한 바 있다.단체들은 국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감정서 작성 과정 자체 조사 결과 의료과실 의견을 누락하거나 반대 사실을 기재하는 등 공정한 의료분쟁 조정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경실련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이유는 의료감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대내외 감사가 부재했다. 감정 공정성이 훼손된 구조적 원인을 밝혀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또한 "감사원이 의료중재원 감정 과정 불법행위와 구조적 원인을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정 조치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경실련은 의료감정 전수조사 실시와 불법행위 관련자 및 관리감독 부실 보건복지부 담당자 처벌 및 징계, 상임 감정위원제도 폐지 또는 개선 등을 감사원에 요청했다.
2022-09-07 12:10:00병·의원

필수의료 자처하는 한국의료 '자화상'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윤석열 정부가 쏘아올린 '필수의료 강화'를 바라보는 의료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필수의료 건강보험 재정 개혁 추진단과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연이어 발족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필수의료 강화 방안은 윤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명시된 필수의료 강화의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의 필수조건인 재원에 말을 아끼고 있다.재정 지원 범위를 최소화해도 의료인력 양성과 유지, 수가 개선에는 연간 최소 수 천 억원이 필요하다.의사협회와 병원협회를 비롯한 진료과와 전문학회는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미용성형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진료과와 질환군 의사들이 필수의료 탑승 표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된 형국이다.어찌된 영문일까.의원과 중소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로 건강보험 통제를 받고 있다.진료과별, 질환군별 행위별 수가와 인센티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의료기관 경영과 해당 의사 인력 수급이 달려있다.외과와 흉부외과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의 경우, 투여한 노력과 시간에 비해 낮은 수가 그리고 의료과실 위험성 등 소송 부담으로 젊은 의사들의 지원 기피 현상은 이미 고착화됐다.이런 상황에서 수가 개선으로 해석되는 필수의료 강화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역으로 진료과와 전문학회에서 필수의료에 동승하려 발버둥치는 것은 한국의료의 서글픈 자화상인 셈이다.의료계 일각에서는 필수의료를 야간 응급실 콜을 받은 질환군으로, 한편에서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중심으로, 다른 쪽에서는 지방병원 등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필수의료 강화 정책의 현명한 가르마 타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부 불신과 의료계 내홍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제 복지부는 솔직해야 한다.가능한 재정 범위를 정하고 윤정부 5년 동안 단계별 필수의료 개선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의료계 중진 인사는 "필수의료 강화를 놓고 의료계 내부의 사공이 너무 많다. 의사회와 학회 수장들 모두 회원들 눈치를 보며 필수의료 한축임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복지부 결정이 시급하다. 의료계와 신뢰를 전제로 연차별 지속 가능한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복지부가 심평의학을 통한 진료비 심사 재가동과 현지조사 강화 등 의료계를 압박한 재원 마련에 올인 한다면 필수의료 개선방안이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국고 지원 없이 동료 의사들에게 짜낸 재정을 필수의료 강화 방안으로 홍보하는 구차한 정책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2022-09-07 05:30:00오피니언

12cm 종양 떼려다 의료사고, 6억원 물게 생긴 대학병원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복부에 생긴 종양을 떼기 위해 배를 열었더니, 예상보다 큰 종양이 나왔다. 의료진은 종양 제거술을 강행했고 수술 과정에서 소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 혈관을 손상시켰다.환자에게는 단장증후군, 면역억제제 지속 투여 등의 영구적 후유 장애가 남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남기주)는 최근 환자 측이 S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복부종양절제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봤고,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법원은 병원 측이 환자와 가족에게 위자료를 포함한 총 5억9895만원을 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환자와 병원은 모두 1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한 상황이다.■복부종양절제술 과정에서 무슨 일이?환자 M씨는 배에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듯한 불편감을 호소하면서 2018년 1월 S대학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복부CT 결과 약 7.7cm의 종양을 관찰했고, 위장관기질종양(GIST)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복부종양절제술을 하기로 했다.수술 당일, 복강을 열면서 의료진의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종양의 크기가 예상과 달리 12cm나 됐고 상부 공장(proximal jejunum) 및 횡행결장(transverse colon), 장간막 뿌리(mesentery root)까지 광범위하게 침범하고 있었다.의료진은 종양 절제 과정에서 소장 대부분과 상행결장 일부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인 상장간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SMA)을 손상시켰다. 이에 성형외과 의료진을 수술에 참여시켜 프로렌 10-0을 이용해 손상된 동맥 혈관에 대한 문합술을 했지만 소장에 허혈성 변화가 보여 다음 달 2차 수술을 하기로 했다. 장장 10시간에 걸친 수술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의료진은 다음날 2차 수술에서 남아있는 소장 및 상행결장의 일부를 절제하고 배액을 위한 위루형성술 및 십이지장루형성술을 했다. 1차 수술에서 동맥이 손상된 소장의 허혈이 더 진행되면 장 괴사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 결과 환자에게 남아있는 소장 부위는 십이지장 및 공장의 시작 부위뿐이다. 환자 M씨는 약 3개월 후 다른 병원에서 소장이식술(이식된 소장 길이는 2m)을 받았다.M씨는 일련의 수술 때문에 생존기간 동안 단장증후군을 앓게 됐고, 지속적으로 면역억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정기적인 합병증 감시 검사를 받아야 하며, 간헐적으로 경정맥 영양공급을 받아야 하는 등 영구적인 후유 장애가 생겼다.통계적으로 소장 이식 후 생존율은 5년 후 61%, 10년 후 42%로 알려져 있으며 평균 생존기간은 7년 내외다.환자 측은 복부종양절제술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고,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법원 판단은? "의료과실 맞다"법원은 상장간동맥 손상은 과실이었으며 이 때문에 환자의 소장 등 주요 장기가 더욱 괴사됐다고 인정했다. 의료진이 손상시킨 상장간동맥은 비교적 굵은 동맥으로 수술도구 때문에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이 같은 판단에는 의료 감정의 소견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S대학병원 병원 수술기록지에는 복부종양절제술 도중 상장간동맥 분지(branch)가 절단됐다고 기재돼 있었다.감정의는 "수술 이후 경과를 봤을 때 상장간동맥 분지가 아니라 보다 근위부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일반적으로 종양 절제 과정에서 상장간동맥 손상이 우려될 정도의 종양이라면 수술 도중이더라도 절제 자체를 재고하고 수술 중단을 고려해 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이어 "상장간동맥 근위부 손상은 소장 전체의 허혈 및 괴사 위험을 유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부위 손상을 감수하고 제거해야만 하는 종양은 사실상 없다"라며 "수술자가 혈관을 손상시키지 않고 절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박리를 진행하다가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복부종양절제술 시 설명의무 범위는 어디까지?S대학병원 의료진은 수술 전 환자 M씨에게 복부종양 절제를 위한 시험적 개복술 목적 및 필요성, 수술 과정 및 방법, 발현 가능한 합병증 내용 및 정도 등은 설명했다.환자 M씨 측은 복부종양절제술을 하기로 했다면 ▲환자의 이상 소견 ▲진단명 ▲가능한 치료방법 ▲수술을 하지 않을 때와 할 때의 구체적인 위험성과 예후상 차이점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인 치료방법의 종류 ▲다른 치료방법 사이의 장단점 ▲수술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정 전체 및 대장 절제술, 장루 수술, 소장이식술 시행 가능성 ▲소장 이식술 후 면역억제제 복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재판부는 "종양의 크기가 예상보다 크면 소장 일부 또는 전체 절제, 그에 따른 소장 등 장기이식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라고 밝혔다.또 "복부종양절제술 외에 다른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며 "환자가 수술에 따른 예후나 다른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더라도 수술에 동의했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히 예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2022-08-11 05:30:00정책
초점

"터질게 터졌다…외과계 의료인력·수가 근본적 개선 시급"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결국 터질 게 터졌다. 의료진 희생으로 버텨온 외과계 의료인력과 의료수가 등에 대한 근본적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바라보는 의료계는 수 십 년간 지속된 열악한 외과계 보건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이같이 진단했다.의료계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두고 외과계 등 필수의료 부실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사건은 7월 24일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가 오전 출근 후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동해 색전술을 시행했으나 지속된 출혈로 개두수술이 필요했다.당시 개두수술 신경외과 교수 2명은 휴가를 내고 각각 해외학회 연수와 국내 지방에 있어 전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지만 치료 중 사망했다.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개두수술 신경외과 의사들의 공백과 국내 최대 서울아산병원에서 개두수술 세부전공 의사가 2명에 없는 이유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서울아산병원 현장확인 조사를 통해 수술 의사들의 휴가서 제출 절차를 들여다보며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아산 개두술 의사 2명 휴가 공백, 패널티와 규제로 이어지나병원 측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의사 2명이 휴가서를 제출했다는 입장이다.복지부 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일한 세부전공 전문의들의 교차 휴가를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수술 분야 의료인력 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다른 쟁점인 외과계 분야 최고를 자임하는 서울아산병원에 개두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2명밖에 없다는 점이다.서울아산병원은 복지부 현장확인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개두수술 신경외과 의사는 3명, 세브란스병원은 4명, 강남세브란병원은 3명, 삼성서울병원 4명,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조차 3~4명에 불과하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신경외과 내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신경외과 세부전공은 개두수술을 포함한 뇌혈관을 비롯해 뇌종양, 뇌정위기능, 심뇌혈관, 척추 등 크게 5개 분야이다.■빅5 병원 개두술 의사 2~4명 불과…고난도 시술과 저수가 "누가 선택하나"신경외과학회가 세부전공별 전문의 현황을 조사 중인 상태이다.뇌혈관 분야 전문의는 300여명이나 이중 개두수술 전문의는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두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 낮은 뇌 중재시술과 다른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의미다.개두수술의 의료수가는 단순과 복잡으로 나눠 248만원과 290만원이다. 수술에 필요한 의료인력은 집도의를 비롯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전공의, 간호사 등 5~6명이며 수술 시간은 5시간 내외이다.의사 1명과 간호인력 1명이 시행하는 비급여 분야인 쌍꺼풀 시술과 유사한 비용인 셈이다.신경외과 전공의 정원은 채워지고있으나 고난도와 저수가인 개두술과 뇌종양 등세부전공 자는 드문 상황이다.개두수술을 담당하는 울산대병원 신경외과 권순찬 교수는 "겉으로 보면 신경외과 전공의 정원이 채워지고 있지만 개두수술을 선택하는 전공의를 찾기 힘들다. 간신히 설득해 개두수술을 세부전공 하는 전임의 조차 중간에 포기하고 난이도가 낮은 다른 분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권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5~6명 의료진들이 5시간 이상 수술을 하는 노력의 가치가 부분 마취로 피부미용 시술비와 동일한 상황에서 병원도, 젊은 의사들도 개두수술 의사 채용을 늘리거나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빈번한 소송 뇌종양 수술, 의료진 8~10명 투입 "수술비 미국의 10분의 1 수준"뇌종양 분야는 어떨까.고난도 뇌종양 수술 수가는 500만원 내외로 미국 뇌종양 수술비용의 10분의 1수준이다.투입되는 의료진은 8~10명이며 수술 시간은 5~6시간이다. 개두수술과 함께 뇌종양 수술 역시 의료소송이 빈번하다.뇌종양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철기 교수는 "뇌종양 수술 교수는 3명에 불과하다. 수술에 투입되는 의료진에 비해 낮은 수가는 병원 입장에서 교수 인원을 늘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수술 중 의료과실 혐의로 소송을 1~2차례 겪고 나면 뇌종양을 선택한데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신경외과 분야 블루오션으로 알려진 척추 분야 상황은 어떨까.척추 수술 수가는 50만~60만원으로 신경외과 분야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가의 치료재료 등 비급여 분야로 환자들이 느끼는 수술 비용과 실제 의료진 노력의 가치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구성욱 교수는 "척추 분야 세부전공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과도한 표현이다. 낮은 수가와 소송 등으로 대학병원에 남아 있는 전문의는 많지 않다. 신경외과 다른 세부전공과 마찬가지 신세"라고 토로했다.젊은 의사들이 수술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비단 신경외과에 국한되어 있을까.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의 현주소이다.복지부와 여당은 5일 서울아산병원 조사결과를 토대로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삼성서울병원 올해 외과 전공의 11명 중 9명이 유방 수술을 선택한 이유와 맥락을 같이 한다.위암과 대장암, 외상, 이식 수술 등 저수가인 고난도 수술을 피하고 돈이 되는 비급여 중심 유방 수술에 몰리는 웃픈 현실이다.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부랴부랴 필수의료 강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하지만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복지부 뒤늦은 준비에 의료계 반응 '싸늘'…"문제 터져야 대책 마련하나"사후약방문으로 땜질식 개선방안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외과계 학회들이 수차례 국회, 복지부와 만나 위험성을 경고했고, 해법을 전달했다. 복지부는 이미 해결책을 알고 있으면서 외과계 문제를 외면했다"면서 "현장에서 문제가 터져야 대책을 마련하는 바보짓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외과계 질환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인력 처우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수가 개선으로 가야 한다. 소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시급하다"며 "정당한 절차를 밟아 해외연수와 휴가를 간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힘든 외과계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단언했다.의료계는 서울아산병원 사건의 본질인 외과계 부실한 의료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의료계 내부는 사건의 본질인 허술한 의료정책을 지적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조승국 전 공보이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신경외과 뇌혈관 의사들은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해 'Night Surgeon'이라고 한다. 신경외과, 흉부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해서인가"라고 반문하고 "지역 병원에서 뇌수술을 개척하겠다고 내려가 결혼도 안 하고, 매일 수술방과 병원 앞 오피스에서 365일 콜 받다가 3년 만에 더는 못하겠다고 떠나갔던 친구가 생각난다"며 외과계 현실을 자조했다.■신경외과학회, 현황 파악·개선안 국회·복지부 전달 "수가인상만으로 안 된다"신경외과학회 입장은 단호하다.개두수술을 비롯한 세부전공 현황 파악과 함께 개선방안을 조만간 국회와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김우경 이사장(길병원 병원장, 신경외과 교수)은 "근본적인 개선대책 없이 단순히 수가 인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신경외과 현실과 해법을 국회, 복지부,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서울아산병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외과계 의사들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에 유감을 표하면서 의사들의 헌신으로 지탱해 온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대폭적인 쇄신을 주문하며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대책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2022-08-06 05:30:00병·의원

환자·시민단체, 의료중재원 의사 출신 감정위원 3명 '고발'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환자시민단체가 의료중재원 의사 출신 감정위원 3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사고 과실 은폐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와 정부의 감정과정 전수조사를 촉구했다.환자시민단체의 20일 온라인 가지회견 모습.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자단체연합회는 20일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온라인으로 '의료중재원 공정성과 투명성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이날 기자회견에는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국장과 송기민 정책위원,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와 양현정 이사, 신현호 변호사,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상임활동가 등이 참여했다.앞서 경실련은 지난 1월 의료중재원 의료과실 감정 소견이 최종 감정서에서 누락되면서 의료과실을 은폐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면서 의사 출신 상임감정위원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경찰은 4월 6일 의료중재원 압수수색을 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환자시민단체는 "의료사고 원인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할 의료중재원 감정 과정에서 의료과실을 은폐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이들 단체는 "의료 분야 행위의 전문성과 현장의 밀실성으로 피해자가 의료사고 과실 여부를 직접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증거자료인 진료기록도 의료기관 기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이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이어 "최근 경실련은 의료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의사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분쟁조정 핵심인 감정서 작성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다는 의견을 최종 감정서에 반영하지 않거나, 반대로 기재해 공정해야 할 의료중재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라고 전했다.단체들은 "이외에도 최종 감정서를 공유하지 않은 채 사전에 백지서명을 요구하거나, 감정결과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실한 익명 자문을 받는 등 의료중재원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의료과실을 제기하는 소비자 위원을 감정부 회의에서 배제한다는 의혹도 있다"며 감정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했다.이어 "편파적 감정으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방치했다면 의료중재원은 더 이상 국민 세금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환자시민단체는 "보건복지부는 감정과정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관리 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의료중재원은 감정부 비상임위원 사건 배당 과정 및 위원별 배당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경찰은 의료과실 은폐 조작 사실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단체들은 "국가가 나서 환자와 의료진 사이 다툼을 해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고 "의료사고 과실과 원인 규명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 업무가 선행돼야 한다"며 의료중재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재차 주문했다.
2022-04-20 12:25:20병·의원

대개협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악용 가능성 높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의사의 동의가 없어도 조정 절차를 자동 개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발의된 것을 규탄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는 4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을 강화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의료분쟁조정법은 탄생 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반발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해 의료사고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자 하는 것으로 조정 신청을 받은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이 조정 절차를 개시하도록 한다. 지난 4년 간 전체 신청의 약 40%인 3969건의 분쟁이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불참으로 자동 각하된 만큼 이제부턴 강제로 조정 절차에 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대개협은 "왜 의료인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좋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먼저 생긴다"며 "의료 분쟁 시 소송 없이 의료과실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공평하고 정확하게 가릴 수 있다면 환자든 의사든 이런 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개인 간의 의료분쟁을 국가가 강제로 조정하게 하면서 치명적인 독소조항들을 가지고 있어, 발의 시점부터 현재까지 강력한 반대와 보완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다는 설명이다. 대개협은 의료분쟁조정법이 가진 독소조항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부 과반수가 비전문인으로 구성된 조정협의체로 운영되는 것을 꼽았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감정부가 비전문가들 중심으로 운영돼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내재된 편향적인 성격이 엿보인다는 것. 영장 없는 병원 압수수색, 의료기관 현장에 대한 강제조사와 이를 거부할 시 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에도 반발했다. 대개협은 이 법이 의료인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의료인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의사 전과자가 될 수 있고, 협조한다고 해도 편향적 구성의 중재원 감정부 때문에 의료인의 잘못이 아닌 것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의료과실이 인정되면 이를 근거로 곧바로 소송이 제기될 것이고, 의료인이 민사소송에서는 패소하는 수순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 대개협은 "의료를 행하다 보면 원치 않는 결과가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의료 분쟁 또한 피해 갈수 없다"며 "의료는 선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의료분쟁조정법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의 소신진료 기피 및 일부 과에 대한 기피 현상 심화 등을 초래하며 국민 건강권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본회는 강병원 의원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발의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2022-01-05 10:19:22병·의원

환자 수술 결과에 따라 의사 금고형? 의료계 부글부글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의료계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한 것과 관련해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4일 대한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과실 문제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동일한 선상에서 임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학생의 시험 성적이 안 좋다고 교육 방법을 문제 삼아 선생님을 그만두라는 하는 격"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먼저 환자의 악결과 발생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전하고 환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와 별개로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해당 환자는 지난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장폐색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어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문제는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응급수술로 소장을 절제했고 괴사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해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수술 여부 및 그 시기 결정에 있어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는 직접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종합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의학적 원칙이 확립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며, 이후 발생한 악결과를 이유로 당시 의학적 판단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의협은 "이 사건과 관련해 환자와 의사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에 앞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보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법원이 사후에 그 악결과만을 문제 삼아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의협은 국회·정부에 의료분쟁에서 국민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에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하는 의료분쟁특례법(가칭)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외과의사회 역시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지연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은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조치가 계속되면 의사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고,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개복수술 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외과의사회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수사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교육, 동료 평가로 통해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재발방지 방안 마련 등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이와 유사한 판결이 반복되면 필수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의료진은 항상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하는 적절한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재판부의 혜량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2021-12-24 12:00:58병·의원

일단 소송부터 거는 공단...구상금 무작위 청구에 한숨만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병원과 환자 사이 발생한 의료분쟁에서 양 측은 '합의'로 마무리 지었을지라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는 다음 단계에 가슴을 졸여야 한다. 분쟁과 합의 사실을 인지한 건강보험공단이 '구상금' 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쟁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환자와 합의를 하고 환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이 결국은 건보공단에게 타간 요양급여비를 환자에게 돌려준 셈이 되니 부당이득금이라고 보고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요양급여비를 토해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린 의료기관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실제 경기도 A중소병원은 최근 2~3개월 사이 건보공단과 두 차례나 구상금 소송을 해야 했다. 결론은 건보공단의 '패'. 법원은 건보공단이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의료과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구상금 소송 금액도 각각 600만원, 1300여만원 수준의 소액이다. 소송 과정에서 건보공단은 상병발생경위 확인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병원 법무 담당자는 "환자에게 민원이 들어왔고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고려해 도의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진료비를 감면했다"라며 "의료적 과실이 있는 게 아니라서 합의서도 따로 쓰지 않았는데 건보공단은 상병발생경위 확인서를 법원에 제시하며 병원에 잘못이 있어서 감면해준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과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병발생경위 확인서만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 구상금 청구 결정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B대학병원 법무 담당자는 "의료소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한데 건보공단과 또 법적으로 다퉈야 하니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실 여부 관계없이 소송부터 제기하는 것은 행정낭비"라고 털어놨다. 그렇다 보니 구상금 소송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건보공단의 구상금 결정 업무처리 내부 매뉴얼을 보면 상병발생원인 통보서에 상해요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현지출장 등을 통한 사고내용을 확인해 처리한다. 사고내용 등을 조사한 결과 부당결정으로 확인되면 전산입력 후 부당이득금(구상금) 결정통보서를 출력해 의료기관에 발송한다. 구상금 결정 전 필요하면 변호사 자문을 구할 수 있고 의료사고에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은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건보공단 구상금 결정 업무처리 절차 A병원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서만 의료과실이 없는 사건에 대한 종결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다소 무모해 보인다"라며 "건보공단 산하에 일산병원도 있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있는 만큼 의료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내부적으로 마련해 굳이 소송을 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구상금 소송 연 1100여건 수준 "사실관계 입증 근거 필요" 하지만 구상금 소송 당사자인 건보공단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양기관의 부당행위를 인지한 후에야 구상금 청구 등 사후 조치에 나서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건보공단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한 소송 현황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제기한 구상금 소송은 평균 1100여건 수준이었다. 2016년 357건에서 2017년 1485건으로 급증했으나 이후 1100~1200건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 구상금 소송은 1160건이었다. 사실 이 중 건강보험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지역본부마다 소송전담팀을 두고 있는 만큼 실적 쌓기 차원에서라도 구상금 소송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병원계 시선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구상금 청구는 지역본부 소송 전담팀 차원에서 하고 있다"라며 "통상 구상금 청구를 위해서는 사실관계 입증을 해야 하는데 건보공단이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것보다는 법원 판결이나 수사기관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2021-10-25 05:45:56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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