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제거술 급여 불구 뿌리 깊은 불신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이달부터 사마귀제거술에 대한 급여기준이 새롭게 만들어져 일선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일선 개원가에서 주로 시행하던 시술이었음에도 뚜렷한 급여기준과 코드가 없어 급여 청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항목이기도 하다.급여기준과 코드가 없는 현실에서 정부기관은 진료비 조정, 일명 삭감을 하거나 나아가 현지확인, 현지조사 등을 하며 개원가를 압박했다. 결국 개원의가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는 의료기관이 심평원과 건보공단에 대한 불신을 확고히 하는데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그렇다 보니 사마귀제거술 급여기준이 뒤늦게나마 만들어졌음에도 의료계는 안도가 아닌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새롭게 만들어진 사마귀제거술 급여기준은 이렇다. 원칙적으로는 비급여 대상이지만 항문생식기, 손·발에 실시하면 급여로 인정한다.사마귀 개수 및 크기에 상관없이 부위별로 산정하고, 제1부위는 소정점수의 100%, 제2부위부터는 50%를 산정하되 최대 200%까지만 산정한다. 단, 사마귀제거술 국소도포는 여러 부위에 하더라도 소정점수만 산정한다.급여기준을 접한 개원가는 급여기준에 있는 문구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보다 더 세밀한 기준을 스스로 찾고 있었다. 사마귀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했고 사마귀가 난 위치도 보다 세밀하게 따졌다. 구체적으로 급여기준에서는 손과 발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손바닥인지, 손등인지, 발바닥인지, 발등인지를 짚는 것이다.심평원의 답은 명료했다. 항문생식기와 손·발에 있는 사마귀는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급여기준을 만들었다는 것. 손바닥과 손등, 발바닥과 발등 모두 손과 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새로 만들어진 급여기준은 오히려 자율성을 허용하고 있는 듯하지만 의사들은 스스로를 '삭감'의 틀에 가두고 있었다. 이런 틀은 복지부와 심평원이 명확하지 않은 급여기준을 적용하면서 학습된 결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정부와 의료계 불신의 역사는 깊다. 사마귀제거술 하나만 놓고 봐도 2016년 비뇨의학과 개원의 사망 사건이 불신을 공고히 했다. 현지조사 과정에서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의료계에 일파만파 퍼지며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이후 정부기관도 의료계 불신을 끊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건보공단은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SOP)를 전향적으로 개선했다. 심평원도 규제 중심의 현지조사에 서면조사 등 방식을 다양화하는가 하고 계도 중심의 자율점검제를 도입했다. 심평원이 심사체계 개편 방안으로 추진 중인 분석심사 역시 건별 심사 보다는 '경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그럼에도 의료기관이 정부 기관을 바라보는 불신은 여전하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이 의료계로 제대로 파고들어 깊은 불신의 뿌리가 희석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규제 중심이 아닌 계도 중심의 더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