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총파업 사태 강의실 밖으로 나온 의대생들 이유는?
메디칼타임즈=메디칼타임즈
박상준: 메디칼타임즈가 한주간의 이슈를 진단하는 메타포커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의료계 총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의 동맹투쟁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참여한 투쟁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원종혁 기자와, 특별히 울산의대 본과 4년 김은영 학생이 나와있습니다.
먼저 원종혁 기자, 의료계 총파업 사태 속에서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이 이례적으로 보여집니다. 상황 좀 전해주시죠.
원종혁: 네,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생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및 공공 의대 설립 계획에 반발해 동맹휴학이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모든 의대수업 및 실습거부를 진행하겠다는데 40개 의대 회원들이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박상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는건가요.
원종혁: 핵심은 이렇습니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은 현재 정부가 '의사 수를 왜 증원해야 하는가'하는 합리적인 이유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향후 몰고올 의료공급 과잉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분위깁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가나 공공 의대 신설 등 납득할 수 없는 의료정책들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학생들 또한 수업 거부 기간을 더 늘려 동맹휴학이라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상준: 그렇군요, 오늘 시간에는 울산의대 본과 4학년 김은형 학생도 함께 자리했는데요, 현재 학생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의대생들이 이번 파업 사태에 참여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은영: 사실 정부와 의료계간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이번 의대정원 4천명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정책은 현재 의료계가 마주한 문제점들을 악화시킬 임시방편 수준도 안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에서 제기됐던 수많은 우려들은 무시하고, 수차례의 대화 요청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더 큰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으로서 내면의 외침을 모아가고 있었는데요, 대한 전공의 협의회 부터 대한 의사협회까지 의료계 전체가 하나로 뭉치며 저희 학생들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박상준: 파업의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의대생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에 대거 뛰어든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요. 현재 내부적인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은영: 워낙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의대생들조차도 초반에는 잘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차츰 학생들이 알게 되면서 서로서로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고,
각종 캠페인과 전공의 파업 등을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 그대로 모든 학생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후 학생들이 함께 행동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강합니다.
박상준: 개인적으로 학부모의 입장으로, 부모님도 걱정을 많을 것 같은데요.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김은영: 사실 저희 부모님만 해도 시위나 실습 거부를 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왜 학생들이 이럴수 밖에 없는지 설명을 드리고 얘기를 나누면서 부모님도 이제는 저희의 뜻을 이해하시고 응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원종혁: 일단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의대협이 예고한 파업이 종료됐습니다. 의대생들이 전국단위로 참여한 만큼 의미가 있어보이는데, 진행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과 어느정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나요?
김은영: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학습권을 포기하고 수업 및 실습 거부를 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학생들이 단합되는 것을 몸소 느꼈고 앞으로도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종혁: 지난 1차 의대생 파업 당시 학교측의 지원 문제를 놓고도 잡음이 나왔는데요. 아쉽게도 수업 및 실습거부와 관련, 학교측의 반대에 부딪힌 의대도 존재합니다. 어떤가요.
김은영: 네 맞습니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학교마다 적극적인 지원부터 강경한 대응까지 다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강경 대응을 한 학교들의 경우도, 학생들의 움직임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은 지지하지만 교칙 및 상황상 선뜻 공식적으로 긍정적인 내색을 비출 수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상준: 단순히 수업 참여를 거부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른 방안도 고민 중입니까?
김은영: 오늘까지 진행된 수업 거부 기간 동안에는 온전히 의과대학 학생들로만 이뤄진 의대협의 주도로 시작된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통해서 이 정책의 부당함을 의료계 바깥까지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였으며, 전국의 학생들이 1인 시위를 통해서 더 멀리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동의 청원에 현재 게시된, 해당 법안 재고를 요청하는 건의 동의를 부탁드리는 캠페인도 펼쳐서 현재까지 필요한 동의인원 10만명 중 약 90%를 달성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헌혈 릴레이 또는 수해지역 봉사활동 등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선한 바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의대생과 의사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모두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박상준: 정부는 여전히 공공의대 증설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입니다. 만약 본인이 의대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일 경우, 지역의사로 최소 10년정도는 해당 지역에 근무를 해야한다면, 공공의대에 지원을 할 생각이 있나요.
김은영: 저는 사실 예방의학이나 공중 보건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공공의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알고자 했던 부분을 배울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관심이 갔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교육에 대한 고려는 전혀없이 인원 수를 늘리기에만 급급한 학교를 세우려는 정책이었고, 제가 이 공공의대에 간다고 해도 한 명의 보건의료 인력으로 활동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저는 지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만 추가하자면, 지난 6월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상에서 의대생들 중 약 2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향후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공공의료 분야에 복무하는 선생님들의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이고 보상은 너무 부족한 상황이며, 의사로서의 능력 개발에 제한이 많은 등의 이유로 선택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보면서 진정으로 공공의료를 개선하려면, 강제로 인력을 찍어낼 게 아니라, 복무 환경을 개선해서 가고 싶어하는 이 수많은 현 의대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원종혁: 지방 의대증원이란 정부의 그림을 놓고, 특별전형처럼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일반 학생들과 달리 주홍글씨가 찍히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시선도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은영: 주홍글씨가 찍힐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는 것은 이런 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교육을 받은 뒤, 지금도 위헌의 소지가 많다는 말이 들리는 의무복무 관련 법에 헌법소원재판을 신청해 10년 의무 복무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점과 더불어, 설사 10년 의무 복무를 한다고 한들 복역 후에 선택할 수 있는 길에 제한이 없기에 언제든 공공의료 분야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해당 학생들이 훌륭한 공중 보건인력이 되어 해당 지역의 의료를 발전 시킬 수 있다면 그러한 걱정도 없겠죠.
제대로 된 교육과 제대로 된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고 그저 머릿수만 늘리는 의대정원은 이런 우려가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상준: 이번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수업을 빠지는 것도 학생으로서 부담이 커보이는데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김은영: 맞습니다. 안그래도 코로나 이후 변동이 많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에 이번 사태까지 겹치며 학생들도 모두 매우 지치고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저는 국가고시를 앞두고 있어서 한층 더 혼란스러운데요,
빨리 정상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저를 포함한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선생님들은 진료를 볼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계속 진행이 된다면 이를 막기 위해 학생들은 국시 거부 및 동맹 휴학 등의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할 각오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