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는 젬퍼리 뒤쫓는 키트루다…자궁내막암 치료제 새 국면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난소암, 자궁경부암과 함께 3대 부인암으로 꼽히는 '자궁내막암' 국내 치료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면역항암제가 치료옵션 전면에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임상현장 선택의 관건은 '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왼쪽부터 한국GSK 젬퍼리, 한국MSD 키트루다 제품사진이다. 두 면역항암제 모두 자궁내막암 1차 치료 적응증을 보유하면서 경쟁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열고 항 PD-1 면역항암제 젬퍼리(도스탈리맙, 한국GSK)의 자궁내막암 1차 치료 급여 설정 필요성을 인정했다.자궁내막암은 자궁체부 중 내벽을 구성하는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이다. 국내 발생빈도는 서구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었으나,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3대 부인암 중 최근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실제로 2015년까지 가장 낮은 발생자 수를 보였지만, 2019년부터 현재 까지 부인암 발생자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부인암 보다 자궁내막암 치료는 오랜 기간 동안 소외 돼 왔다는 점.실제로 지난 20년 간 자궁내막암 치료에는 파클리탁셀 등 올드드럭이 장악해왔다.이 가운데 암질심은 젬퍼리를 성인 환자 대상 '새로 진단된 진행성 또는 재발성 불일치 복구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 자궁내막암'에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급여기준 마련 필요성을 인정했다.참고로 젬퍼리의 1차 치료 허가는 '젬퍼리와 백금 기반 화학요법 병용요법'을 대조군인 '위약과 백금 기반 화학요법 병용요법'과 비교 평가한 'RUBY' 연구를 바탕이 됐다. RUBY 연구는 3기 혹은 말기 진행성 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 4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118명의 환자가 dMMR/MSI-H 바이오 마커를 보유했다.연구를 통해 젬퍼리 병용요법군은 dMMR/MSI-H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추적 기간 중앙값 24개월 기준으로 PFS 61.4%(95% CI: 46.3-73.4)를 확인하며, 위약 대조군의 15.7%(95% CI : 7.2-27.0)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이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대조군 대비 72%(HR: 0.28, 95% CI : 0.16-0.50) 낮춘 것이다. 지난해 성인 2차 치료제로 급여를 적용받은 데 이어 1년도 안 돼 곧장 표준치료 옵션으로 부상한 것이다.그 사이 대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한국MSD)도 동일 적응증 1차 치료로서 국내 허가를 지난 8월 획득한 상황. 허가의 기반이 된 KEYNOTE-868/NRG-GY018 3상 임상에서는 dMMR 환자 225명과 불일치 복구 결함이 없는(pMMR, mismatch repair-proficient) 환자 591명을 대상으로 위약 대비 키트루다 요법의 효과를 평가했다. 추적 관찰기간 중앙값 12개월 시점 분석에서 불일치 dMMR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율은 74%로, 38%인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70% 감소시켰다(HR=0.30; 95% CI, 0.19 to 0.48). pMMR 환자군에서는 중앙값 7.9개월 시점에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키트루다는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6% 감소시키며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HR=0.54; 95% CI, 0.41 to 0.71). 자궁내막암 1차 치료에서 불일치 복구 결함(MMR) 여부에 관계없이 허가 받은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가 처음이다.즉 현재 임상현장에서 비급여로 젬퍼리와 키트루다를 모두 dMMR 자궁내막암 성인 환자 1차 치료에 활용 가능한 상황에서 젬퍼리가 먼저 급여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젬퍼리가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설정 필요성을 인정받은 반면, 한국MSD는 자궁내막암 적응증에서의 키트루다 급여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키트루다의 경우 올해 8월 기준으로 총 17개에 달하는 적응증에 급여를 신청한 상황에서 자궁내막암까지 추가 신청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김재훈 대한부인종양연구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는 "두 치료제의 임상연구 설계가 다르다. 설계에서의 차이를 고려해 임상현장에서도 환자의 종양종류(암종 혹은 육종)를 고려해 치료에 활용한다"며 "두 치료제 모두 진행성 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어, 치료제의 효과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고, 관점에 따라서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짧은 기간 동안 투여해도 효과를 보인다면, 정부입장에서는 보험재정이 덜 투입된다고 볼 수 있고, 환자입장에서도 전체 치료기간이 줄어들어 선호하는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치료기간이 길어야 불안함을 덜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장단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치료제가 꼭 나은지 단적으로 비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