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정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디지털의료기기의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사용 특례를 확대하면서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의료기관들은 검증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자료 제출 등의 기준을 세분화하는 디지털의료기기 허가·심사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축적한 약 1000건의 허가·심사 사례를 분석해 임상시험 자료를 성능 검증 등으로 대체하고 생성형 AI 등 신기술 제품에는 허가 전 실사용 특례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에 적용하는 기기와 치료 계획을 보조하고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등의 제품을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일단 이러한 방안에 대해 의료 AI 기업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상시험은 의료 AI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절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개한 안과 같이 제출해야 할 자료가 간소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의료 AI 시장은 루닛과 뷰노, 제이엘케이, 딥노이드 등 진단 보조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진료 기록 작성과 임상의사결정지원(CDSS), 치료계획 수립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모든 의료 AI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에 맞춰 정부가 제품 특성에 맞춰 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차등적용하는 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료 AI 기업들 입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다르다. 정부가 이렇게 허가 문턱을 낮출 경우 검증 책임이 의료기관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꼼꼼한 임상시험을 통해 허가를 받은 제품과 특례 등을 통해 먼저 시장에 진입한 제품이 동시에 임상 현장에 들어올 경우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
결국 정부가 허가 허들을 낮추면 의료기관들이 이를 직접 검증하는 부담을 안게 되며 이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다.
A대병원 보직 교수는 "이렇게 허들이 낮아지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어떤 임상 근거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는지, 실제 임상에서 성능이 검증됐는지를 의료기관이 직접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같이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되는 제품들은 허가 이후 성능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제품 변경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또한 실사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B대병원 의료정보실장은 "의료 AI는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유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며 "지금의 제도 개선 방안은 병원이 알아서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임상 적용과 퇴출 기전을 의료기관에 맡기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막대한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라며 "실사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와 책임 소재 등을 먼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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