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의사 출신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배치하며 R&D 전문성 강화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사법 리스크와 재무 건전성 확보하고자 법조·금융계 인사를 중용하는 흐름이 공존하면서 이사회 균형을 잡아가려는 모습이다.
2026년 주주총회를 마친 주요 상장 제약사들의 사외이사 선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임상 현장의 경험을 갖춘 의사 출신 인사들이 이사회 내 한 축을 견고히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교수·병원장 영입…임상 현장을 이사회로
의료계 출신 사외이사 영입 트렌드의 '전문성'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번 주총에서 강대희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서울의대 출신인 강 교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의대 학장에 이어 2012년~2016년까지 한국의과대학협의회 이사장직을 역임한 국내 의학교육계의 중량급 인사다.
현재는 한국원격의료학회 회장과 아시아원격의료학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어, 코오롱생명과학이 디지털헬스·원격의료와 맞닿아 있는 미래 사업 방향을 이사회 구성에도 반영했다는 평가다.

강 이사는 올해 광동제약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재선임을 받으면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걸친 러브콜을 받고있다.
일동제약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채희동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채 이사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번 재선임으로 그의 일동제약 이사회 재직 기간은 6년에 달하게 됐다. 장기 재직을 통해 쌓인 회사 이해도와 현직 임상 전문가라는 두 강점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감사위원 자리에 의료계 인사를 전면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신규 선임된 권순용 감사위원은 가톨릭대학교 의학대학원 박사 출신으로,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임상과장과 가톨릭대 정형외과 주임교수를 거쳐 여의도성모병원 의무원장, 성바오로병원 제11대 병원장, 은평성모병원 초대 병원장을 차례로 역임한 병원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웅제약은 사외이사에는 지난 2024년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에 이어 2026년에는 금융권 인사를 선임했다. 올해 의대교수 출신의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한 배경에는 투명성 강화 요구가 거세진 제약업계 환경에 일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유유제약은 현직 보건소 의사인 주상언 이사를 재선임했다. 주 이사는 태준제약 사장, 알앤바이오 사장, HK이노엔 고문 등 제약업계 경영진 이력과 강남구 보건소 의사라는 현직을 겸비한 인물로 임상 현장과 제약 산업을 동시에 이해하는 '이중 언어' 사외이사로 평가받고 있다.
레이저티닙 원개발사인 오스코텍도 최근 강진형 가톨릭의대 교수(종양내과)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사실상 항암 분야 연구에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포석을 내비쳤다.
강 교수는 1984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내과학 박사, 2018년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사를 취득했다. 1996년~1998년 뉴욕 코넬의대 박사 후 연구원(암전이 연구)으로 연수를 했고, 종양내과 학과장,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분과장, 폐암센터장을 역임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자문위원, 대한암학회 학술위원회 위원, 대한폐암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회장과 대한두경부종양학회 부회장'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온바 있다. 이러한 전문성을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약학·의과학 전문가, 규제 대응과 R&D 보강 동시에
또한 순수 의사 직군 외에 약사·의과학자·수의사 출신 전문가들의 이사회 진입도 두드러졌다.

유한양행은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을 지낸 신 교수는 현재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겸임교수와 티쎌로지 대표이사를 겸임 중이다.
특히 기초 면역학과 바이러스 분야의 전문 지식이 유한양행의 신약 파이프라인 고도화에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아에스티는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신동윤 학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2011년부터 가천대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해 온 신 교수는 가천약학연구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재선임한 장병원 이사가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출신이라는 점까지 더하면, 이번 주총을 통해 약학 학계와 규제기관 출신의 투트랙 구성을 완성한 셈이다.
이어 알리코제약은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손은선 객원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국병원약사회 총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부본부장을 현직으로 겸임하는 손 교수는 임상 현장의 약사 네트워크와 직결된 인물로, 제네릭 중심의 중소 제약사가 약료 실무 현장의 목소리를 이사회에서 직접 듣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규제기관 출신 약학 전문가 영입도 눈에 띄었다. 종근당바이오는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 박인숙을, 국제약품은 전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이승훈을 각각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식약처 바이오·생약 파트의 최고위급 관료 출신으로, 바이오의약품 인허가와 규제 대응 역량이 절실해진 업계의 수요를 반영했다.
파마리서치바이오는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으로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생명공학 박사 출신의 김원용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그는 앞서 대한미생물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럭스바이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생명공학 분야 전문가로서, 파마리서치바이오의 생물학적 제제 연구개발을 측면에서 지원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법조·금융계 전문가도 선임, 리스크 관리 수요 증가 방증
R&D·임상 전문가 영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조와 금융 출신 사외이사의 귀환도 가파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신의철 교수와 나란히 전 수원고검·대구고검 검사장 출신인 오인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제약업계를 둘러싼 공정거래·리베이트 규제가 엄격해지고 각종 소송 리스크가 상시화된 현실에서, 검사장 출신 법조인을 이사회에 배치한 선택은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녹십자는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인 이진희 변호사를 재선임하고, 전 케이뱅크 은행장 심성훈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해 법률·금융 양쪽을 동시에 보강했다. 국제약품도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구만회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대웅제약은 네이버 테크비즈니스대표 최인혁과 산은인베스트먼트 현직 대표이사 최대현을 나란히 신규 선임하며 IT·금융 역량 강화에도 무게를 뒀다.
2026년 주총 사외이사 선임 흐름은 한마디로 '다변화'다. 의료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전문가로 R&D 전략의 실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법조·금융 인사로 외부 충격을 방어하는 투트랙 구성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 인하 충격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제약사일수록 이사회가 형식적 거버넌스 기구를 넘어 실질적 경영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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