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전이성 유방암 치료 시장이 글로벌 빅파마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노바티스가 '피크레이'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의 '티루캡'과 로슈의 '이토베비'가 강력한 임상 데이터를 무기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향후 2차 치료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두고 임상 현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모두 비급여인 상태를 감안했을 때 급여 적용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임상현장 호르몬수용체양성(HR+)/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음성(HER2-)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제 시장을 놓고 다국적 제약사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HR+/HER2- 전이성 유방암의 1차 치료는 노바티스 '키스칼리(리보시클립)'와 릴리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등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 투여가 표준 치료(SOC)로 여겨지고 있다.
해당 병용 요법은 기존 내분비요법 단독 투여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2배 가까이 연장시키며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치료를 받은 환자 대부분이 결국 '내성'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PI3K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들이 중심이 된 2차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
가장 먼저 시장을 연 치료제를 꼽는다면 노바티스의 '피크레이(알펠리십)'다. SOLAR-1 임상을 통해 PIK3CA 변이 환자군에서 mPFS 11.0개월을 기록하며 '표적 치료'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후발 약제들은 이 수치를 상회하거나 타깃 범위를 넓히며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로슈의 '이토베비(이나볼리십)'는 기존 약물을 뛰어 넘는 데이터를 들고 나왔다. INAVO120 임상 결과, 대조군(7.3개월) 대비 두 배가 넘는 15.0개월의 mPFS를 기록했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7%나 감소시킨 것이다.
다만, 이토베비는 HR+/HER2- 및 PIK3CA 변이 동반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팔보시클립과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하는 1차 치료에 주로 사용되며, 보조요법으로 CDK4/6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의 경우 치료 종료 후 12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2차 치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티루캡(카피바설팁)'은 범용성에서 앞서 나간다. PIK3CA 변이뿐만 아니라 AKT1, PTEN 유전자 변이까지 포괄하는 CAPItello-291 임상을 통해 변이 환자군에서 mPFS 7.3개월(대조군 3.1개월)을 입증했다. 특정 변이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환자군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티루캡의 최대 강점이다.
2차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 중인 다른 치료제들이 'PIK3CA' 변이를 타깃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단순히 생존 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짓는 부작용 관리 측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피크레이의 경우 임상 과정에서 나타난 고혈당, 발진 등의 부작용 관리가 처방의 숙제로 꼽혀왔다. 반면 이토베비는 차세대 약제답게 고혈당 발생률을 낮추는 등 안전성 프로파일을 개선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약사간 '약가 전략' 치열해질 듯
이들 3개 약제의 경쟁이 결국 '급여 등재 속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진입한 피크레이가 수년째 급여 등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티루캡과 이토베비가 국내 허가와 동시에 어떤 급여 전략을 들고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정부의 '중증질환 회계 분리'나 '성과 기반 위험분담제(RSA)' 등 강화된 급여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변수다.
이 가운데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티루캡(카피바서팁)의 급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올해 상반기 내 급여 첫 관문으로 여겨지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토베비를 보유한 로슈 측도 현재 급여 신청을 검토 중이다.
임상현장에서는 미국의 '최혜국 약가(Most-Favored-Nation Pricing, MFN)' 정책을 필두로 한 압박으로 인해 급여 논의도 지체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약물의 경우 이로 인해 국내 허가는 받았지만 직접적인 영업‧마케팅 활동도 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특정 약물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약가 자율화' 정책이 반영된 첫 번째 상징적 약제가 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약가에 개입하지 말라는 기조에 따라 제약사가 리스크 테이킹을 하며 가격을 책정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자율성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 사이클에 2100만원에 달하는 약가는 사실상 마케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가격 조정의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에 갇히다 보니, 국내 허가는 받았지만 직접적인 영업활동은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결국 데이터의 우월성을 입증한 후발주자들과 선점 효과를 지키려는 선발주자 간의 '급여 고지 경쟁'이 올해 유방암 치료제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