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인접 병원의 의료법 위반 수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약국을 양도한 약사에게 권리금 대부분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를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10일 법조게 등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민사단독(이태희 판사)은 약사 A씨가 약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2020년 약국 양·수도 계약에서 비롯됐다. B씨는 진주시에서 한 약국을 운영하다 2020년 2월 인터넷 카페에 양도 글을 올렸고, 이를 본 A씨는 같은 해 3월 총 1억2000만원의 권리금을 지급하고 약국을 인수했다.
문제는 약국 바로 옆 건물에서 운영되던 내과의원이었다. 해당 병원은 약국 주변의 유일한 병원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처방처였지만, 병원장이 이미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수사기관은 2019년 6월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했고, 내과의원 병원장은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한 혐의로 기소돼 202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해당 병원장은 진주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죄수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우편으로 교부한 것을 비롯해, 총 20명의 환자에게 91회에 걸쳐 처방 없이 처방전을 발급했다.
이후 병원은 2022년 11월 폐업했다. 핵심 처방처가 사라지자 약국 운영은 사실상 치명타를 입게됐다.
A씨는 B씨에게 병원 폐업 사실을 알리며 권리금 중 일부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A씨는 "양도 당시 병원 수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을 찾았다.
법원은 B씨가 병원 수사 사실을 인지하고도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점을 중대하게 봤다.
재판부는 "B씨는 압수수색 장면을 목격하고 병원장에게 직접 경위를 묻는 등 수사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를 고지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 위반이자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의 계약 취소를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부당이득 반환 범위를 판단했다. 다만 권리금 전액 반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권리금은 통상 10년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며 "A씨가 약 3년간 정상적으로 약국을 운영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권리금 중 3/10에 해당하는 3600만원은 이미 그 목적이 달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반환 대상은 나머지 7/10인 8400만원으로 산정됐다.
이자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은 "B씨가 계약 당시 이미 반환의무 발생을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장 송달일부터 연 6%의 법정이자만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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