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박람회(KHF 2025)에서는 의료 인공지능과 조직 변화, 그리고 의료진 참여형 SNS 마케팅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지며 'AI 시대의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날 연단에 선 세 명의 발표자는 각각 다른 관점에서 의료계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했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뚜렷했다.
의료 서비스는 단순한 진료와 치료를 넘어 환자 경험과 가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도구를 넘어 의료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나아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기술 감수성과 학습 민첩성을 갖춘 의료진만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생존하고 병원을 브랜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과에서 안구 검진…AI가 바꾼 임상 풍경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카카오벤처스 정주연 선임 심사역은 의료 인공지능을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의료 생태계를 바꾸는 힘'으로 규정했다.
보험 수가 코드를 부여받은 다양한 임상 AI 기술 사례가 나온 만큼 인공지능은 제공하는 가치의 증명뿐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예컨대 판독문 작성 자동화나 CT 분석을 통한 혈류 진단처럼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분야에서는 병원이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극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심사역은 "이미 국내 기업 딥노이드가 개발한 숨빗 생성형 AI는 흉부 엑스레이 데이터를 대규모로 학습해 사람이 직접 쓴 수준의 판독문을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며 "이는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술로, 병원 내 판독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예컨대 미국 HeartFlow의 기술은 표준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 영상을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3D 심장 모델을 만들고, 혈류를 시뮬레이션해 FFR(혈류 제한 정도)을 계산해준다.
기존에는 침습적 심도자 검사가 필요했던 정보를 비침습적으로 제공하며, 환자별 최적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한 분석이 보험 적용을 받으며 실제 임상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정 선임은 의료 AI가 단순 판독을 넘어 '수가 코드'를 부여받고 제도권 의료행위로 인정받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뇨병 환자의 망막 검진을 자동 분석하는 IDx-DR은 내분비내과 외래에 설치돼 환자가 약을 타러 오는 김에 검사를 하게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바로 안과로 연계하며 문제가 없으면 1년 뒤 재검사하도록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스템은 실제로 미국에서 보험청구 코드가 부여돼 1회당 55.66달러로 책정돼 있다"며 "AI 기술이 내과에서 안구를 검진하게 만드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 구현되고 있어 임상 진료 풍경이 폭넓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뇌졸중 분야에서도 Viz.ai사의 ContaCT가 영상 진단과 임상 의사결정 속도 단축의 비용 절감과 환자 예후 개선을 입증, 제도권 안착에 성공했다. ContaCT는 CTA 영상을 분석해 대혈관폐쇄(LVO)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의료진에 실시간 알림으로 전송, 골든 타임 확보에 기여한다. 이 역시 미국에서 병원 입원 포괄 수가 NTAP으로 인정돼 1040달러가 책정됐다.
정 선임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치매로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가 등장했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료제를 쓰기 위해서는 PET 검사를 통한 엄격한 진단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PET 검사는 장비와 약제 수급 문제, 지역 격차로 인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PET 없이도 준하는 진단 정보를 제공하거나, 레켐비 효과를 볼 환자를 선별하는 의료 AI 솔루션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며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보험 체계와 맞물리며 환자 치료와 병원 운영 관련 임상 현장을 빠르게 바꾸는 변화의 축"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세상, IQ 시대 끝나고 TQ 새 덕목"
이어 경희대 경영대학원 김용태 교수는 AI 시대가 의료기관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요구하는 변화를 짚었다.
그는 "AI의 등장은 의료기관 내부 질서를 바꾸는 촉매"라며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구조, 동기부여 방식, 리더십 유형, 직원 교육 체계 전반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의료기관에서 IQ, 즉 지적 능력이 우선시됐다면 이제는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TQ(Technology Quotient), 공감과 소통 능력인 EQ(Emotional Quotient), 변화에 적응하는 LQ(Learning Quotient)가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의료 현장의 많은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진과 행정직 리더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역시 수직적 지시가 아니라 수평적 대화와 협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의료기관은 유지와 혁신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며, 변화의 과정에서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가진 구성원이 늘어나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역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기술을 기반으로 자기 역량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재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결국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문화를 재편하는 요인이며, 병원이 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메시지다.
■"진료만 잘하는 의사 한계…크리에이터로 거듭나야"
세 번째 발표자인 뷰팩토리 김미선 대표는 의료진이 더 이상 환자 진료에만 머물지 않고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역설했다. 의사가 크리에이터가 될 때 병원의 브랜딩이 완성된다는 게 그의 판단.
김 대표는 "온라인 광고에서 출발한 병원 마케팅이 이제는 의료진 참여형 SNS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며 "환자들은 광고 문구보다 의료진이 직접 등장하는 영상과 리뷰에서 더 큰 신뢰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원장이나 의사가 참여해 치료 가이드나 시술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면 환자의 불안을 줄이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병원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병원 홍보의 핵심 매체로 꼽으며, 특히 유튜브는 검색 최상단 노출 효과와 더불어 방송사 작가들이 참고하는 자료로도 활용돼 병원의 미디어 확산력을 크게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광고 심의, 환자 동의 절차 등 법적 고려를 지키면서도 브이로그와 쇼츠 같은 짧은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병원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의료진 개인 채널과 병원 공식 채널을 병행해 운영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이는 곧 '의사도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라는 화두로 연결됐다. 의료진이 단순히 의료 기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사회에 메시지를 발신하는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할 때 병원은 더욱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의료 현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 속에서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으며, 과거 진단과 치료 행위에 국한된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바뀌고 있다는 것.
연자들은 "더 이상 높은 IQ와 의학적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술을 이해하고(TQ), 환자와 공감하며(EQ),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LQ) 역량이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며 "AI는 의료를 단순히 효율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어떤 존재로 거듭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변혁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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