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당시 한국 정부가 의사들에게 반복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위법성을 호소하기 위해 의료계가 세계 법학계에 손을 내밀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한국 보건 당국의 반복적인 업무개시명령과 진료 강제 조치의 위헌성을 독일 의료법계에 공식 제기하며 법적 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일 의료법 전문 학술지 'Medizinrecht(MedR)'에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근로 강제: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을 중심으로(Dienstaufnahmebefehle und Arbeitszwang für Ärzte in Südkorea: Bezugnehmend auf die Rücktrittsschreiben der Assistenzärzte)' 논문이 게재됐다.
앞서 의정연은 지난 1월 '의료인의 단체행동권과 기본권 보장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의사의 단체행동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관련 연구가 Springer Verlag와 C.H. Beck가 공동 발간하는 MedR 최신호에 실리면서 국내 의료계 현실이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인 법학적 검토 대상으로 다뤄지게 됐다는 평가다.
현재 2024년 의정 사태로 촉발된 전공의에 대한 진료 유지 명령과 근로 강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해당 연구는 한국의 현실을 국제법학계에 공유하고 제도적 문제점을 법리적으로 검증받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논문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의 입법 배경 자체가 정권 유지와 단체행동 원천 차단을 목적으로 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입법 당시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도 이익형량에만 초점을 뒀을 뿐, 심도 있는 법적 판단 없이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상 비례 원칙에 위배되며, 입법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또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의 목적을 전체 사회 이익 보호로 해석하고 있으나, 법률상 보호 대상은 환자 개인의 생명과 건강권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확대 해석해 사회 연대 개념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법 취지에 반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법 제59조 제1항과 제2항에 근거한 진료 유지 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조치,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행정·형사 제재는 헌법과 형법에 모두 저촉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연구진은 보건복지부의 명령이 의료법상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불법 행정명령이며, 직업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혐의까지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련병원은 근로기준법 제7조 강제근로 금지 조항과 제40조 취업방해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직서 수리 금지를 권고·지시한 복지부는 형법 제31조의 교사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연구는 의료법 제59조가 본래의 취지인 환자 보호 목적을 상실했고, 헌법적·법률적 정당성에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해당 조항의 존치 여부를 재검토하고, 의료인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체 입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실린 Medizinrecht는 독일을 대표하는 의료법 전문 학술지로, 대륙법계 국가들의 법제도 및 판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저널이다.
해당 학술지 편집위원 다수가 독일 의료법 전공서와 판례 해석서의 저자들이라는 점에서, 의정연은 연구 결과에 대한 전문적 검증을 받기 위한 차원에서 투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문석균 부원장(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은 "이번 연구 결과의 국제학술지 게재로 연구원 연구 결과물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더불어 의료법 제59조 개선을 위한 근거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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