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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와 흔들리는 학문 생태계

발행날짜: 2025-04-28 05:00:00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물리법칙처럼 사회적 인풋은 아웃풋을 낳는다. 변화는 처음엔 미미하다. 그러나 방향성이 한 번 정해지면, 그 궤적은 의외로 멀리 간다.

요즘 번화가 1층 상가 자리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임대 문의' 안내문에서 그런 변화를 읽는다. 안내문은 단지 한두 장의 종이가 아니다. 임대라는 글자 뒤에는 변화의 누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불패 신화로 대표되는 부동산 광풍, 과잉 유동성, 인플레이션,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그렇게 소비 여력이 증발하면서 이같은 결과물이 나온 것.

이런 기시감을 의료계의 의정 갈등을 보면서도 느끼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라는 전례 없는 파장을 낳았고, 지금 그 여파가 서서히 의료계의 저변을 갉아먹고 있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여파가 어떤 에너지로 응축되고 있음을 느낀다. 파열음은 실제 학술대회 현장이나 학회 운영진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교수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당직을 서느라 물리적인 연구 시간이 줄었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들린다.

연구 시간의 감소는 논문 투고량의 감소, 승인된 논문량 감소 등 실제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 연구의 양적 하락은 질적 하락을 몰고 온다. 데미지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누적되면 결국 어떤 양상으로 나타난다.

걱정스러운 건 지금도 대중들은 "병원 잘 돌아가잖아? 별다른 문제없이 수술도 되잖아?"와 같은 관점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변화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누적된 변화를 실감할 때는 늦는다. 세계 최저 저출산, 인구절벽, 지방 소멸에 내몰린 한국 사회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 JKMS 유진홍 편집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의학 연구 부흥: 복원 로드맵'을 제시하며 무너진 학문 생태계의 복원이 아닌 '재건'을 외쳤다. 무너진 학문 생태계는 단순한 시간 경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 단지 시간만 주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학문 생태계의 자생력이 손상됐다는 표현이다.

실제로 그가 KAMS 학술지 이사들과의 소통 결과, 의학 저널 투고 수가 평균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사라졌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무너졌다. 이를 단순한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한국 의학의 중장기 미래를 갉아먹는 구조적 붕괴라고 읽는다면 그 누적된 에너지가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생물학자이자 해양생태학자였던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생태계의 연쇄적 구조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살충제가 누적돼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새들이 울지 않는 봄, 즉 '침묵의 봄'이 찾아올 수 있다고 표현했다. 변화는 처음엔 미미하지만 방향성이 한 번 정해지면, 그 궤적은 의외로 멀리 간다. 의료계는 연구 생태계의 붕괴 초입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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