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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체계를 살리는 대책은

발행날짜: 2023-05-22 05:00:00

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응급의학과도 소아청소년과도 '기피과'로 분류하는 소아응급. 소아환자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척박한 의료환경을 버텨온 이들이 최근 불안하다.

올해 초부터 잇따라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기점으로 소아응급의료진들은 다시 한번 "정말 그만둘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고 고민 끝에 도출한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도 '응급'은 비중있게 다뤄졌다.

대학병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예비지표로 24시간 소아응급 의료서비스 제공여부,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 배치 여부, 응급실 수용 소아환자 분담률 등을 명시했다.

게다가 의료질평가 기준에서도 소아중증질환 환자 수를 반영하겠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그럼에도 소아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정년을 보장받은 정교수마저도 다른 길을 택하겠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미처 의료현장에 반영이 안됐을 수도 있지만, 어쩐지 정부가 공들인 정책은 먹혀 들고 있지 않는 듯하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취재하면서 접한 의료진들은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보람되고 즐겁지만 보호자 민원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권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두고도 의료분쟁으로 갈 기미가 보이자 다시한번 이탈할 결심을 굳히는 분위기다.

특히 소아응급 환자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이들이 한결같이 우려하는 것은 환자를 살리려고 진료에 나선 의사만 결국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를 짚었다. 애초에 진료를 거부하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 감당하면 되지만 진료 후 환자가 잘못돼 의료소송으로 번졌을 때에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수년이 흘러도 거론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만 해도 그렇다. 결국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해당 의료진의 직업적 사명감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국민 여론도 사법부의 판단도 의료진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료진의 직업적 보람과 사명감을 잃었을 때 기존처럼 진료를 유지할 수 있는 이가 몇명이나 될까. 설사 유지한다고 해도 방어적인 자세로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응급의료 기본대책에 담아낼 수 있을까. 뾰족한 해법이 안보여 소아응급의료체계가 더욱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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