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관심을 모았던 PA 즉,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가 공개됐지만 과거 PA 논란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만 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10.27 공청회를 기점으로 PA 시범사업을 통해 수 십년째 이어져 온 위법 논란을 정리하려고 팔을 걷어 부쳤지만 일선 의료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는 대원칙과 늘 의사가 부족한 의료현실 사이의 갈등과 입장차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의료계는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시각보다는 '변죽만 울렸을 뿐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PA를 둘러싼 논란만 재점화 시켰을 뿐 해법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낮은 분위기다.
벌써부터 의료계 내부에선 복지부가 시범사업에 앞서 PA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 내리지 않으면 이름 뿐인 시범사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병원계, PA시범사업 회의적인 이유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이처럼 반응하는데 에는 이유가 있다. PA 논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계 내부에서도 경영진은 진료보조인력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인 반면 의료진들은 환자의 안전을 고려할 때 이는 수용해선 안되는 영역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의정부을지병원 한 교수는 "이 문제는 결국 전공의 빈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라는 고민과 함께 한다"면서 "그럼에도 PA가 전공의를 대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선 전공의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은 "골수천자 등 적어도 침습적 의료행위는 의사가 해야 한다"면서 "시범사업에 앞서 의사와 PA 간호사간 업무분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진료보조인력이 대체하는 것은 의사의 면허범위까지 모호하게 만든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외과계 교수는 "PA논란에 대해 과거에도 논의가 수차례 있었지만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면서 "대원칙과 의료현장의 인력부족 문제가 얽힌 난제"라고 봤다.
여기에 덧붙여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단체에선 이 해법으로 의사 증원을 제시하면서 진료보조인력 시범사업은 첩첩산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한솔 회장은 "노조 측의 주장처럼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늘어난 의사가 빅5병원 의사가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어차피 환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 영역의 의사 수를 채우는 것이다. 현재의 대형병원 쏠림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PA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의료전달체계와 맞물려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대학병원 환자쏠림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고대의대 윤석준 교수는 "초음파 등 원칙적으로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를 정리했지만 심장초음파 등 일부 논란이 있는 영역에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후 최종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개된 기준에 대해서는 각각 시각이 다양하지만, 복지부는 일단 시범사업을 진행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본다"면서 추가 논의를 위한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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