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활동 감소·생활리듬 깨져 체중 증가…특히 소아 걱정" "온 가족 한 공간에 장기간 머물러 부부, 부모자녀 갈등도 늘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급감한 가운데 환자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30일 개원가에 따르면 손 씻기와 마스크를 생활화 한 덕분에 환절기에 특히 늘어나는 감기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군, 늘어난 살을 고민하는 비만 환자가 그 자리를 채웠다.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단어에 빗대어 '확찐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체중 증가를 고민하는 환자가 늘었다.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 강남메이저병원 김경철 원장은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전제하에 병원을 찾는 환자군에 변화가 있다"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2개월을 집안에 갇혀 있다보니 3~4kg씩 체중이 늘어 찾아오는 여성이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 환자의 체중 증가도 무시 못 할 부분.
경상남도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도 "10세 어린이가 한 달 사이 5kg이나 쪄서 내원했다"라며 "생활리듬이 깨져 있는 데다 배달음식을 많이 먹게 되니 어린이들이 체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소아 비만 관련 지침을 개발해 안내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J클리닉 원장도 "소아비만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약을 쓸 수는 없고 생활습관만 조절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케어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체중 증가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비만치료를 주로 하는 J클리닉 원장은 "해가 바뀌고 개학 시즌 전후로 비만 환자는 원래 늘어난다"라며 "환자가 워낙에 줄어든 데다 감기 등 감염질환자가 거의 오지 않으니 비만 환자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M의원 원장 역시 "사실 비만을 주로 치료하는 병의원들은 3~5월이 시즌인데 개학이 미뤄지고 하면서 병의원 출입 자체가 줄어 시즌을 체감할 수 없다"라면서도 "외부 활동이 줄고 식사도 배달 등 온라인을 통해서 하기 때문에 성인이나 소아 할 것 없이 비만이 걱정이긴 하다"고 전했다.
코로나 시국에 정신적 고통 호소 환자도 늘어
체중 증가 환자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환자군은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김경철 원장은 "재진 환자 중심으로 기존 질환과 함께 답답함과 스트레스, 불안 및 우울, 피로감을 호소한다"라며 "이 시국에 병원까지 찾는 것은 그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초진 환자를 볼 때는 마스크 때문에 눈 말고는 얼굴 표정을 보지 못해 아쉽다"라며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신뢰를 쌓고 미세한 얼굴 변화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아내곤 했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서 관계 형성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온 가족이 집에 머무르고 있으니 갈등이 생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경기도 M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가족 모두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부부, 엄마와 자녀 사이 다툼이 늘었다"라며 "우리나라는 가족이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는 게 익숙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가족 간 불화로 상담을 원하는 환자가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침, 발열 같은 신체증상까지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는 열도 없고 기침도 하지 않는 코로나19 공포증, 건강염려증 환자도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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